제작사 "주2회 휴식 보장하겠다" 뒤늦은 대처 ·방송사는 여전한 무책임 대응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 제공: tvN

지난 7월 방송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주68시간의 노동시간이 지켜지지 않으면 명백한 불법행위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촬영현장에서는 노동시간의 제한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의 스태프가 과로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스태프의 휴식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는 '아는 와이프'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과 관련된 면담을 진행했고, 이에 주2일의 휴식 보장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한빛센터는 지난달 18일 '아는 와이프' 스태프로부터 1시간 쪽잠’, ‘하루 20시간 이상의 노동' 등 과로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공론화한 바 있다. 이후 지난 9일 '아는 와이프'의 제작사 측과의 면담에 나선 한빛센터는 모든 스태프 대상 1주 5일, 1주 68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위한 제작가이드라인 제정,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조사 협조를 요구했다.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 대표는 "68시간 노동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며, 실질적인 안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 논의 중이다. 하반기에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등과 협의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며 “신뢰를 갖고 개선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이에 대한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대책으로는 '아는 와이프' 스태프에 주 2회 휴차(촬영 휴식) 보장, 촬영종료 후 휴식시간 최소 8시간 이상 보장 등을 약속했다. 이 두 가지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인원 충원을 통해 해결하겠다고도 했다.

한빛센터는 그러나 스튜디오 드래곤의 대처에 아쉬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과로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난 달부터 있었음에도 면담 당일에서야 추가 인원을 현장에 투입하겠다 밝혔기 때문이다. 한빛센터는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개선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스튜디오 드래곤이 늑장 대응을 했다고 비판했다.

탁종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소장은 미디어SR에 "스태프 과로 내용을 알자마자 시급히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 후에도 바뀐 게 전혀 없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오늘에서부터야 문제 해결 조치를 취한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김찬혁 스튜디오 드래곤 차장은 "언론 보도 이후 아무 조치도 안 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람을 확보하고 계약할 시간이 필요했다. 계속 현장 스태프와 협의해 인원 구성해 투입 시점을 잡아둔 것이다. 준비해왔던 부분을 시행한 것뿐"이라 해명했다. 이어 김 차장은 "스튜디오 드래곤은 '주 68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위한 제작가이드라인'을 공개할 계획"이라며 "제작환경을 개선하려는 분명한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탁 소장은 제작사 외에도 방송사인 CJ ENM 역시 책임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해에도 비슷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CJ ENM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이한빛 PD가 과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CJ ENM은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아는 와이프' 등 일부 촬영장에서 하루 20시간 노동으로 고통받는 스태프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탁 소장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아는 와이프'에서도 이어졌고. CJ ENM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무마하기 위한 약속만에 그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CJ ENM은 스태프가 주 68시간 이상 근로하는 현장을 없애거나 처벌하는 등 적극적이고 강제적인 대책을 펼쳐야 한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해야 한다"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탁 소장의 주장에 CJ ENM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는 와이프' 스태프 과로는) CJ ENM보다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에 물어봐야 할 사안인 것 같다"며 답을 피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CJ ENM의 자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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