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영화계 스태프들은 노조까지 꾸려 산업의 불균형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토로했습니다.

연예계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비에서 절대 다수는 주연급 출연료로 흘러갑니다. 피라미드 가장 아래에 있는 스태프들은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임금을 받고 고강도 노동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물론 스타급 출연자들은 억대 출연료에 상응하는 시장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그들에게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는 주장도 일부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끼리의 경쟁' 속에 천정부지로 솟은 출연료와 그들로 인한 리스크 발생 시에는 그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별개로 연예인의 사회적 책임(CSR, Celebrity Social Responsibility)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는 '연예인을 공인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아닌가. 우리 사회는 연예인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아닐까. 왜 그들의 사생활이 대중의 가십거리로 소비되어야 하는가'라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산업에 영향력을 미치고 산업을 지탱하는 자본의 대부분이 흘러가는 일부 유명 연예인들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대해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논의입니다.

미디어SR은 연예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연예인과 그들의 사회적 책임, 연예인 출연료가 불투명한 이유, 유명 연예인의 CSR을 평가에 대한 업계의 니즈에 대해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출연하는 배우 이병헌. 회당 출연료가 1억5천만 원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제공: tvN

얼마 전 배우 이병헌의 '몸값'이 이슈가 됐다. tvN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출연하는 이병헌의 회당 출연료가 1억5천만 원을 넘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회당 1억5천만 원이라면 이병헌의 총 출연료는 36억 원이 넘게 된다. '미스터 션샤인'의 총 제작비는 400억 원이다. 이병헌에게'만' 제작비의 약 10%가 들어가는 것이다. 

그와 정반대의 사건도 이슈로 떠올랐다. 드라마 스태프 노동자들 과로 문제다. 드라마 스태프들은 하루 12시간에서 23시간까지 일한다. 스태프들은 추가 근로 수당도 받지 못하며 일하고 있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지만, 연예인과 스태프의 삶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지고 있었다.

이에 연예인의 출연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예인에 과도한 제작비가 몰려 그만큼 스태프의 권리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탁종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소장은 "연예인의 출연료는 당연히 공개돼야 한다"며 "연예인 출연료는 제작비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정적인 제작비를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정된 제작비에서 주연을 맡은 소수 연예인들이 큰 비율로 수익을 가져가면 자연스럽게 스태프 등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적어진다. 탁 소장은 "드라마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연 배우와 작가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전체 제작비의 절반 이상이라고 들었다. 수익을 많이 가져간다면 이에 따른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비 사용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탁 소장은 "배우들 출연료뿐만 아니라, 현재 제작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스태프에게 얼마나 주는지 등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정된 제작비에서 누가 어떻게 어디에 쓰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작비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으면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현장 스태프의 권리 증진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베일 속 출연료... 출연료 공개에는 의견 분분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하는 방송 작가, PD들도 출연자들의 출연료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 소수의 메인 PD만이 알 뿐, 출연료는 '이 배우 출연료가 얼마라더라'는 소문만 돈다. 제작 관계자들조차 뜬소문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 출연료다. 

연예인 출연료 공개에 대해서는 업계 관계자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미디어SR이 취재한 투자배급사 관계자, 예능PD, 예능 작가 등은 "연예인이 굳이 자신의 출연료를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수익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영역이고, 직업이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굳이 공개할 의무를 가지지는 않는다는 이유다. 

공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영화 기자는 "연예인의 수익이야말로 탈세할 수 있는 암묵적인 방법이 많이 있기 때문에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변화하지 않는 甲들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변화의 장애물로 작용한다.

천만 영화를 배출한 한 제작사의 대표도 연예인 출연료 공개에 대해 "개인적으로 깊게 고민해보지 않은 부분이다. 평소 고민하던 부분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작품을 흥행시켜 상당한 유명세와 이득을 얻은 이들은 '갑(甲)'이 된다. 특히 유명 배우, 감독, 작가가 그렇다. 이에 이들에게 불만이 있어도 업계 종사자들은 공개적으로 항의하거나 공론화를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슈퍼 갑인 유명 배우들은 몸값 올리기에 바쁘다. 

제작사들은 해외에 미리 판권을 수출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 해외 판매를 선호한다. 한류 스타가 있으면 중국, 일본 등 해외에 콘텐츠를 수월히 수출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유명 연예인들에게 기꺼이 비싼 출연료를 지불한다. 

한 캐스팅 디렉터는 미디어SR에 "지금은 오로지 콘텐츠를 중국, 일본에  파는 것에 급급해 있다 보니 돈이 되는 배우를 찾게 된다. 돈이 되는 배우들은 자기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제작진들이 자기를 찾는 거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제작진 쪽도 '이렇게 많이 받아먹네'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유명 연예인을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결국 피해보는 것은 약자인 스태프 

결국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약자인 스태프들이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출연 배우가 저지른 문제로 추가 노동을 해도 추가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스태프들은 철저한 약자다. 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의 스케쥴 번복, 드라마 작가의 쪽대본으로 현장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에 탁 소장은 힘을 가진 사람들이 책임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연 배우들과 스태프의 양극화를 지적하며 "모든 드라마의 제작비와 출연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병헌 같은 배우는 회당 1억 이상의 출연료를 챙겨가는데, 힘없는 스태프들과 조연, 단역 배우들은 제대로 노동의 대가를 지급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연예인과 CSR①] 연예인은 공인이다, 사회적 책임 다해야
[연예인과 CSR②] 연예인 출연료 공개해야 할까?... "사회적 책임 있다면 공개해야"
[연예인과 CSR③] 유명 연예인의 CSR지수, "낯설지만 의미있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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