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영화계 스태프들은 노조까지 꾸려 산업의 불균형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토로했습니다.

연예계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비에서 절대 다수는 주연급 출연료로 흘러갑니다. 피라미드 가장 아래에 있는 스태프들은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임금을 받고 고강도 노동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물론 스타급 출연자들은 억대 출연료에 상응하는 시장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그들에게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는 주장도 일부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끼리의 경쟁' 속에 천정부지로 솟은 출연료와 그들로 인한 리스크 발생 시에는 그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별개로 연예인의 사회적 책임(CSR, Celebrity Social Responsibility)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는 '연예인을 공인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아닌가. 우리 사회는 연예인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아닐까. 왜 그들의 사생활이 대중의 가십거리로 소비되어야 하는가'라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산업에 영향력을 미치고 산업을 지탱하는 자본의 대부분이 흘러가는 일부 유명 연예인들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대해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논의입니다.

미디어SR은 연예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연예인과 그들의 사회적 책임, 연예인 출연료가 불투명한 이유, 유명 연예인의 CSR을 평가에 대한 업계의 니즈에 대해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케냐의 메구아라 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이정진. 이정진은 메구아라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희망TV SBS'와 국제구호개발 NGO '국네이버스'와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제공 : 대한민국CSR필름페스티벌 대회위원회

한국에서는 연예인과 스타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재벌, 정치인, 법조인에게 들이대는 잣대만큼 또는 그 이상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이들에게 집중적 비난을 쏟아낸다. 도박으로 한순간에 자신의 이미지를 날려 버린 연예인은 손쉽게 복귀하지 못한다. 네티즌들은 음주운전을 한 연예인 리스트를 만들어 돌려 보기도 한다. 연예인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대중의 요구가 있는 것이다.

반면, 사회적 책임 활동을 성실히 수행하는 유명 연예인은 청와대 오찬에 초청을 받아 주목 받기도 한다. 꾸준히 봉사활동과 기부를 하고 있는 션과 정혜영 부부, 위안부 할머니 돕기 등 남몰래 기부를 베풀어온 유재석, 난민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정우성까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구원 한양사이버대학교 광고미디어학과 교수는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공적인 인물인 연예인도 공인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기업 CEO처럼 유명 연예인은 1인 기업 대표와 같다. 그들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파급력, 특히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사회의 요청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정우성 인스타그램 발췌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스타들의 영향력과 인지도가 커지면서 대중의 욕망을 해결하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의 가치관 갖는데도 영향을 미친다. 사회 구성원의 사회화에 연예인 즉, 스타들이 대리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예인은 공인이다.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사람을 공인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 연세대학교 조사 결과 학생들의 90% 가까이가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인식하며 연예인 자신도 공인이라고 보는 비율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익적 파장을 일으키는 부분은 연예인들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으나 우리 사회가 열애, 개인과의 갈등 이런 것들에 대해서 너무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부분은 있다"고 설명했다.

크게 성장하고 있는 주요 연예기획사들은 주요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공헌팀을 구성하거나 재단을 설립해 사회적 책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공 : YG엔터테인먼트

연예인의 사회적 책임을 단순히 연예인 개인만의 인성과 도덕성에서 기인한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연예계의 스타 배출, 관리 시스템을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연예인은 단지 연예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한 노동자라는 점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직업인 만큼 공인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시대가 변했다. 공인에 속한다. 무시당하던 연예인의 지위는 대중문화 산업의 성장과 함께 비약적으로 수직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유명 연예인의 경우 독립성이 강해 예외겠지만, 대다수 연예인은 소속사가 사회적 책임의 지향점을 갖고 있으면 그런 방향으로 활동할 확률이 높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회사에 소속된 연예인이 그렇지 않은 회사에 소속된 연예인보다 사회적 책임 수준이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예인과 CSR①] 연예인은 공인이다, 사회적 책임 다해야
[연예인과 CSR②] 연예인 출연료 공개해야 할까?... "사회적 책임 있다면 공개해야"
[연예인과 CSR③] 유명 연예인의 CSR지수, "낯설지만 의미있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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