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제주의 인기 관광코스인 올레길은 혁신전문가의 적극적인 발상이 실현된 지역활성화의 상징이다. 제공: 픽사베이

심각한 지역소멸 현상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처절합니다. ‘5-50-500 뉴딜’이 대표적입니다. 재임 5년간 50조원을 500곳 쇠퇴지역에 투입한다는 내용으로 낙후 도심의 재생이 골자입니다. 지난해 12월 도시재생특별위원회는 뉴딜 시범지역 68곳을 확정했고 선도지역도 지정했습니다. 창원의 ‘걷고싶은 골목길’등이 선도지역인데 40년 가까이 도심공동화로 어려움을 겪다가 2010년부터 본격적인 재생사업으로 창원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거듭난 곳입니다. 50조원이 어떻게 쓰일지 미루어 짐작 가능합니다.
 

5년간 50조원을 500곳에 투입

새정부 국정방향을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이란 항목에서 균형발전과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을 위해 74부터 84항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발전 전략을 내놨습니다. 혁신도시를 주축으로 한 지역발전 계획이 눈길을 끕니다. 신산업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기업유치 등을 통해 혁신클러스터를 만듭니다. 혁신도시를 지역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고 산업단지를 활력 넘치는 혁신공간으로 전환해 지역경제의 활력을 높입니다. 지역 중심의 뉴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자체ㆍ지역전문가 등 추진주체의 역량 강화, 즉 지역혁신 거버넌스 구축도 지원합니다.
 

공공기관의 숙명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본사를 옮기는 법안이 만들어진 2007년에 이미 공공기관과 지역 살리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결정의 잘잘못을 얘기할 단계는 이미 지났습니다. 혁신도시 건설계획이 구체화되기 직전, 고위 정책 당국자 간에는 사실 지방소멸에 대한 대응을 놓고 심각한 논란을 거듭했습니다. 혁신도시 건설안과 지방 몇몇 곳에 아예 기업도시를 건설하는 안 등 다양한 의견들이 대립했다고 합니다.

혁신도시 구상이 일사천리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세종 행정도시 공약과 함께 돌이킬 수 없는 대못으로 정해졌고 10년 지난 현재, 계획대로 115개 주요 공공기관이 10개 혁신도시로 본사이전을 마쳤습니다.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 자체가 지역살리기에 우선하는 배경이고 주요 부처의 지역살리기 정책이 혁신도시에 초점을, 즉 공공기관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국토부의 혁신도시 시즌2

가장 적극적 구체적으로 나선 부처는 국토교통부입니다. 지난해 12월 8일 국회를 통과한 혁신도시 특별법(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정책의 출발입니다.

혁신도시 소재 시도지사는 5년마다 의무적으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교육환경 개선 필요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 이 법의 골자입니다. ‘혁신도시 시즌2’로 명명된 이 계획에는 △지역산업 육성,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및 동반성장 △지역인재 채용 및 산학협력 사업을 포함한 지역인재 육성 △혁신도시 주민 지원을 위한 지역공헌사업 △지방자치단체, 이전기관, 기업, 대학 및 연구소 등 지역기관 간 협력 등을 담고 있습니다. 추진실적을 국토부장관에게 매년 통보해야하는 만큼 강제성을 띄고 있습니다.

2007년 특별법이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본사의 지방이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개정안은 혁신도시를 지역발전 거점으로 육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혁신도시발전추진단’도 발족했습니다. 관련법이 바뀐 것처럼 기존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단’을 확대시킨 시즌2 추진본부로 10월께 구체안이 나올 예정입니다.

 

행정안전부의 지역혁신과 기재부의 상생 및 지역협력

지방자치단체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지역균형발전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사회혁신추진단이라는 행안부내 별도조직입니다.

6개 정부부처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단은 지난해 9월 발족됐는데 ‘시민주도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정부는 뒷받침하는 국민이 주인인 정부구현‘을 비전으로 합니다. 시민의 우수한 역량을 활용하고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 활성화 및 활력제고를 지원한다는 목표입니다.

추진단은 특히 지역의 어려움에 대한 대응으로 지역혁신 전문가와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접점마련에 다양한 계획들을 갖고 있습니다. 혁신전문가와 지역 이해관계자들의 직접적인 아이디어 실행이 목표입니다.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서달라는 공공기관에 대한 직접적인 주문은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편람에서 구체화됩니다.

기재부는 올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사회가치 구현부분을 대폭 강화(19/100점 내외--> 60/100점 남짓)했습니다. 공공기관에게 경영평가는 기관장의 운명과 임직원들의 성과급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이중 사회가치 부분의 비중을 절대적으로 높인 것이지요.

평가항목중 지역밀착형 가치구현이 구석구석에서 세밀하게 제시됩니다. 가장 비중 큰 일자리창출 부분에서는 지역인재 채용비율의 점진적 상향을 의무화하고 있고 지역 일자리 창출지원에 높은 점수를 배정했습니다. 지역소재 기업의 생산제품을 구매하고 지역기업과의 협력사업 발굴 등을 주문합니다.

평가에는 특히 사회적 경제, 즉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등에 대한 지원과 구매확대를 담고 있습니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있는 사회적 경제부문과의 협력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지요.

 

제각각 이해관계

사실 공공기관들도 이전 지역사회를 위해 적지않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조직도 구성하고 예산도 확보해놓고 있습니다. 문제는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다양한 지역내 이해관계자들 때문입니다.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지역의 가장 큰 공식 의사결정 주체입니다만 출신 국회의원도 있고 토착 실력자, 이른바 토호들의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적지않은 시민단체들도 각각의 목소리들을 내고 있구요.

문제의 핵심은 공공기관에 대한 지역발전 요구가 이해관계자들마다 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버스터미널이 우선이다, 공항이 먼저다, 항구가 급하다‘는 정도로 제각각 주문입니다. 섣불리 버스쪽에 나섰다가 공항을 얘기한 지역토호의 등살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공항에 관심 보이다가 항구가 급하다고 얘기한 실세의 직간접 압력을 이겨낼 공공기관은 없습니다. 공공기관들이 지역사회 발전에 선뜻 나설수도 없고 나섰다가도 움츠릴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괜한 매 벌지 말자‘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역혁신과 거버넌스

공공기관과 지역살리기의 접점은 사실 충분히 마련 가능합니다. 이해관계자들간 참여와 공감, 그리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의 우선사업 선정과 의견이 수렴된 사업 아이템과 공공기관 사회가치 구현활동의 매칭이 답입니다.

지역 이해관계자들간 사업 우선순위 결정- 공공기관과 지자체, 지역 전문가들이 참여한 실행- 성공적 혁신사례의 확산. 지역혁신사업의 ’발굴 거버넌스‘와 발굴사업의 ’실행 거버넌스‘간 선순환 구조에서 답을 찾자는 것입니다.

사업 발굴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로 지자체와 지방의회는 당연하고 지역상공인과 현지 언론, 주민단체와 사회적 기업, 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도 의미있는 기능을 할 것입니다. 입주 공공기관과 지역에 입주한 일반 기업 역시 원하는 지역발전 사업 아이디어를 내야 할 주요 당사자이며 이들 모든 지역 이해관계자들이 사업 아이템을 올려놓고 타당성 있는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합니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형 토론 및 의사결정은 온라인 모바일은 물론 체육관 토론을 통해서 가능할 정도로 많은 기술적 진전이 있습니다. 특정 사안을 놓고 여론이 비등한 갈등현장에서 의견수렴 수단으로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실행력 있는 지역 우선사업 발굴 거버넌스는 충분히 작동할 수 있습니다.

실행 거버넌스는 해당 지자체와 공공기관, 언론, 대학 그리고 일반기업은 물론 사회적 기업과 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으로 구성합니다. 사업 실행의 행정적 뒷받침이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역할이고 공공기관과 일반 기업은 자금과 설비 및 조직을 제공하는 중심역할을 하게 됩니다. 대학과 언론, 지역경제조직은 발굴 아이템의 실행과정과 결과평가로 이어지는 점검과정에서 그 기능을 발휘합니다.

 

사회적기업 10년과 공공기관 10년

지역혁신 거버넌스 구축에 공공기관과 사회적 경제조직을 주목합니다. 특히 사회적 기업 등 지역혁신사업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혁신 전문가들의 참여와 역할을 기대합니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 10년(2007년 1월 제정)은 1937개 사회적 기업과 1만2979개 조합(6월말 기준) 뿐만 아니라 많은 혁신전문가들을 배출했습니다. 쇠퇴지역 살리기, 일자리 만들기 등에서 적지않은 성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10년 성패에 대한 판단에는 많은 이견들이 있으나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드는 작업에 관한 한 이들 혁신 전문가 그룹의 역할은 기대 충분합니다.

혁신도시 특별법 10년은 주요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완료로 상징됩니다.

사회적 기업 10년과 공공기관 이전 10년이 우연한 일치일까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역소멸현상과 이에 대한 지역별 대응과정에서 혁신전문가와 공공기관은 더 나은 지역사회 만들기 거버넌스의 중요한 축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사회책임연구원 대표 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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