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은 앞서 웹툰과 음악 산업의 유료화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미디어SR의 업이기도 한 뉴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뉴욕타임즈는 지금으로부터 4년전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비지니스 모델은 강력한 저널리즘 콘텐츠 공급으로 전 세계 수백만 독자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우리 기사를 읽게 하는 것"이라고 선언 합니다. 그리고 뉴욕타임즈의 비지니스 모델은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뉴스의 유료 비지니스 모델이 성공을 거둔 사례들이 희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의 유료화가 가야할 길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습니다. 또 뉴스의 유료화는 국내 시장에는 적용하기 힘든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미디어SR은 뉴스의 본질, 뉴스의 유료화가 과연 국내 시장에 타당한 것인지를 한 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전중연 미디어SR 대표,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

당신은 왜 뉴스를 보는가?

우리는 일상 속에서 늘 뉴스를 접한다. 밥을 먹을 때도 보고, 대중교통을 타면서도 본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뉴스를 듣는다. 뉴스는 우리의 일상에 공기처럼 흐르고 있다. 너무나 익숙한 존재다. '왜' 뉴스를 보는지 생각해볼 새도 없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미디어SR은 미디어 산업을 조명하면서 '뉴스'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져봤다. 전문가와 함께 사람들은 왜 뉴스를 보는지부터 언론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까지 짚어봤다.

미디어 산업과 저널리즘에 대해 오랜 시간 분석해온 전중연 미디어SR 대표,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에게 물었다. "사람들은 왜 뉴스를 볼까?"

사람들은 왜 뉴스를 볼까?

전 대표는 사람들이 뉴스를 보는 첫 번째 이유로 ‘정보’를 꼽았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정보다. 일터에서 늘 일 얘기만 하고, 가족들과 늘 가족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이런 대화가 이뤄질 때, 어떤 이슈를 몰라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보는 것이다. 직장 동료와 사회 이슈 얘기를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몰라 대화에 끼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전 대표는 “뉴스는 일부러 보려고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보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 대표에 따르면, 뉴스를 ‘왜’ 보냐는 질문은 사실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뉴스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과거의 뉴스는 어제있었던 일이라면 현재의 뉴스는 지금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 다룬다. 디지털의 산물이다.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일고, 나도 모르게 뉴스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메일을 보내려 네이버를 켰다가 뉴스만 20분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최 기자는 과거에는 사람들이 뉴스를 보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뉴스를 소비했지만 현재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 기자는 "과거에는 뉴스를 보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되고 낙오되지 않을까. 또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리감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과거에는 일반 대중이 접하기 어려운, 잘 모르고 접하기 어려운 분야를 쉽게 써서 전달하는 형태였다. 금융, 법, 제도 등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정보가 없으면 내가 사회생활을 잘 못하지 않겠는가, 라는 불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최 기자는 "과거에는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필요한 정보로서 뉴스가 기능했다면, 지금의 뉴스는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누구나 뉴스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SNS를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 언론사가 만드는 뉴스보다 신뢰성 있는 사람이 만든 뉴스가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언론사의 뉴스보다 내게 필요한 정보, 내 기호에 맞춰 뉴스를 소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람직한 언론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뉴스 생산을 업으로 삼고 있는 언론사들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전 대표는 언론사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어젠다 세팅’이라 답했다. 사람들에게 ‘이것이 중요한 이슈다’라고 알리는 것이 어젠다 세팅이다. 무엇이 중요한 이슈인지, 왜 중요한 이슈인지를 전달한다. 전 대표는 “관점이 다른 언론사들이 각각 어젠다를 세팅해 기사를 내보냄으로써 독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언론사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독자가 원하는 것은 이 시각 중요한 뉴스가 뭔지 알려주는 것이다. 언론사 본연의 역할, ‘어젠다 세팅’에 충실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들이 자사 매체의 속성에 맞는 기사 생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속보 매체는 속보에 집중하고, 해설 매체는 해설로 인사이트를 풀어내고, 전문지는 전문 영역에서 인사이트를 내는 것이 각자의 역할이자 바람직한 방향이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국의 언론사들은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전 대표는 종합지를 항공모함에, 속보매체를 쾌속정에 비유했다. 그는 항공모함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지 않고 쾌속정을 따라하려 하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종합지는 이슈를 종합적으로 해설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금 종합지들은 자사 속성에 맞지 않는 속보 경쟁 등을 하고 있다. 항공모함이 그 웅장한 크기로 쾌속정을 따라 급속 회전을 하거나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나? 큰 브랜드는 큰 규모의 비전을 그려야 하는데, 항공모함이나 쾌속정이나 다 같은 걸 하니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아이덴티티가 있다. 이미 통신사들이 내놓은 속보를 왜 일간지들이 속보를 그대로 받아쓰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통으로 베껴서 해야하나. 의미 있는 포지션이 아니라면 굳이 같은 것을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 기자는 언론사가 사회적 책임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언론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을 잊고 있기 때문"이라 꼬집었다. 그는 "과열경쟁, 부도덕, 비윤리적인 방향으로 언론사가 빠지면서 수용자들이 '저런 언론은 필요하지 않다'는 불신을 갖게 됐다. 언론이 갖고 있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때 불신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최 기자는 "언론이 사회적 정당성을 가지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라 말했다. 그는 지금의 한국 언론은 상업적이고, 편향적인 모습을 보여 소비자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지적했다. 과거 20세기 언론사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부패, 권력을 고발하고 부조리를 당당히 지적해 민주적이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즉, 언론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는 언론사의 사회적 책임으로 '독자와의 소통', '뉴스 제작의 투명성', '독자 삶과 밀착된 이야기로 삶의 솔루션 제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언론사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독자의 삶에 주목하며, 사회의 일원이 되어 지역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한 미디어 산업 생태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전 대표는 시장에 맡기면 자연스럽게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 봤다. 전 대표는 “건강한 생태계는 국가 규제나 자율 협의를 통해 이뤄지기는 어렵다. 크게 독자 시장과 광고주 시장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언론사를 선택하는 주체다. 이들은 의미 없는 매체는 선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이 선택하지 않아 도태되는 언론사들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단지 시간이 많이 필요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최 기자는 독자가 필요로 하는 좋은 정보를 생산해내는 매체가 생존할 수 있는 것이 건강한 미디어 산업 생태계라 정의했다. 그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광고주, 포털, 독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기자는 “광고주는 단순히 트래픽 위주로 광고를 싣지 말고, 좋은 매체를 후원해야 한다. 돈이 있는 사람들이 좋은 매체를 돕지 않고 있다. 포털도 마찬가지다. 포털도 콘텐츠 제휴 등을 통해 좋은 매체를 지원해야 한다. 독자는 후원과 구독으로 매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해야 언론사가 성장할 수 있을까?

흔히 미디어 사업자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유료화 성공 모델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한국의 미디어 환경은 미국 등 해외 미디어 환경과 달라, 성장 모델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소비자들은 NYT와 WSJ의 뉴스를 각 언론사 사이트에서 소비하고 있는 반면, 한국 소비자들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는 차이가 있다. 또, 미국이나 유럽권 언론사는 영어를 사용해 독자가 전세계인이지만 한국 언론사들은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도 미디어 사업자의 성장 모델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뉴스 콘텐츠 유료화와 비즈니스 전략 두 가지 모두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은 동일했다. 

전 대표는 언론사의 수익 모델을 크게 유료 구독 모델과 부가 비즈니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 콘텐츠 유료화를 위해서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업자와 협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와 뉴스를 읽지 않는다. 지저분한 광고, 불편한 유저 인터페이스(UI) 등 이유는 셀수 없이 많다. 심지어 기자들조차 자사 기사를 네이버, 다음 포털에서 볼 정도다. 자기 사이트에 들어와 보는 독자 수가 작으니 유료화 모델을 도입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전 대표는 언론사들이 콘텐츠 유료화를 시도하려면 먼저 UI, 콘텐츠 질 향상, 인적자원 확보 등에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포털 사업자는 이미 이런 자원들을 갖고 있다. 언론사들은 포털 사업자와 협업해 특정 콘텐츠를 공급하는 등의 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언론사들은 포털과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다양한 실험을 하고있다.

최 기자도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전략을 모두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저널리즘을 실현하려면 많은 돈과 인적 자원이 필요한데, 이것이 매출을 담보할 수 있는가? 그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미디어 사업의 한계를 지적했다.

최 기자는 독자로부터의 후원과, 비(非) 미디어 사업을 통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자로부터 신뢰를 확보해 애착심을 높여 후원을 받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물론 후원만으로 성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비 미디어 사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 많은 언론사들이 유통업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유료화①] 당신은 왜 뉴스를 보는가?
[미디어 유료화②] 뉴스 유료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미디어 유료화③]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광고없이 독자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언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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