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안내문. 권민수 기자

오늘부터 환경부가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점검에 나선다. 원래는 어제 1일부터 점검에 나서기로 했으나 공동 가이드라인이 없어 현장 혼란을 야기한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환경부는 점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시행일을 하루 늦췄다.

환경부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광역지자체 담당자와 일회용품 사용 점검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일회용품 사용 점검 기준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현장 점검을 원칙으로 세웠다. 일회용품 사용 사진을 제보하는 '컵파라치'를 통한 과태료 부과는 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만으로는 종합적인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점검 시 ▲적정한 수의 다회용컵 비치 여부 확인 ▲사업주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불가 고지 ▲소비자 테이크아웃 여부 확인 ▲매장 내 일회용 컵을 사용한 소비자의 테이크아웃 의사표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위반 횟수와 매장 크기에 따라 사업주에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해당 기준을 현장에 적용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어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매장마다 '적정한' 수의 컵이 몇 개인지 모호하다. 이를 두고 점검자와 사업주의 갑론을박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적정한 다회용 컵 수가 몇 개인지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낮 12시 점심시간 여의도의 한 카페. 유리잔이 부족해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주고 있었다. 매장 안에는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권민수 기자

실제 커피전문점이 가장 붐비는 점심시간, 여의도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주문하자 점원이 "현재 유리잔이 부족해 일회용 컵으로 드려야 할 것 같다"고 안내했다. 매장 안에는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일부 손님들은 유리잔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쏟아지는 손님들에 모두 유리잔을 제공할 수는 없었다. 

또, 커피전문점 관계자들은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더라도 과태료는 무조건 점주가 내야 한다는 점은 불합리하다 꼬집었다. 강동구 명일동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미디어SR에 "손님들이 매장에 5분만 있다 나갈 예정이니 일회용 컵에 달라고 하면 점원은 어쩔 수 없이 줘야 한다. 5분만 있다 나간다는 손님들이 20~30분 동안 매장에 앉아있다 나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이런 상황에서 점검이 나온다면 꼼짝없이 걸리는 것 아닌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런 손님들 때문에 점주가 과태료를 무는 것은 불합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의 허점을 파고든 '편법'도 사용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일회용 종이컵을 내놔도 점검에 걸리지 않는다. 현행법상 일회용 종이컵은 매장 내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리컵이 부족한 경우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 내보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이 무용지물이 돼버리는 꼼수다.

유리잔 적정 수와 관련, 이병화 환경부 자원순화정책과 과장은 미디어SR에 "매장별로 일정 컵 수를 규정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규제하지 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한 것"이라 말했다.

또, 이 과장은 손님들의 요구로 일회용 컵을 제공했을 때 점주들이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단순히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이용했다고 과태료를 내게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장 점검 시 점원이 어떻게 음료를 파는지 양태를 보고, 손님들이 일회용품 컵으로 달라고 주문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판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종이컵 편법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종이컵보다 플라스틱 컵이 환경 부담이 더 커 플라스틱 컵을 우선적으로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일회용 종이컵 보증금제 등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이것이 시행되면 내년부터 매장 내 종이컵 포함 일회용  컵 사용이 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환경부 공무원들도 함께 현장 점검에 나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가이드라인을 보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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