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 이주노동자는 사장의 강요로 트랙터 위 포크에 올라앉아야 했다. / 경남이주민센터 제공

대한민국의 많은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에서 폭력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경남이주민센터는 이주 노동자가 겪는 성추행·성희롱·폭행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 성추행 성희롱에 컵라면 하나로 고추밭에서 무더위 견뎌

밀양시 청도면 소재 영농 사업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 노동자 A 씨(25세)와 B 씨(24세)는 근로 기간 내내 고용주 박 씨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 이들은 박 씨가 회식 자리에 술 시중을 강요하고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작업장 이동 시 윽박지르며 트랙터에 강제로 태우거나 자신의 농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을 시키고 임금은 전혀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주노동자들이 사용하던 화장실. 경남이주민센터 제공

그 밖에도 두 여성이주노동자는 폐가나 다름없는 허름한 농가를 숙소로 썼고 박 씨는 이들에게 기숙사 비용으로 매달 11만원을 공제한다고 했으나 박 씨는 약속을 어기고 17만 원을 공제했다. 이마저도 2018년에는 23만원으로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밥은 숙소에서 직접 해먹게 되어있지만, 농장에서 숙소까지 멀다는 이유로 박 씨는 이들에게 반찬도 없이 컵라면만 제공했다. 처음에 빵과 우유를 주던 간식도 나중에 주지 않는 등 이들은 허기를 참고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두 여성은 현재 박 씨의 성폭력을 못 견뎌 지난 29일 사업장을 이탈한 상태다. 피해자들은 6월 14일 김해중부서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며, 경남이주민센터 쉼터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두 여성은 "자의적으로 이직할 수 없는 현실에서 자칫 사장에게 밉보여 불법체류자가 될까 봐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둘은 6월 14일 김해중부서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며, 밀양경찰서에 이첩되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남이주민센터 김광호 실장은 미디어SR에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속성상 여성들이 많으며 농촌이라는 지리적·문화적 폐쇄성 때문에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로부터 성폭력 등 인권침해에 빈번히 노출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사례에서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종차별에 있다"고 설명했다.

 

# 부당노동은 기본, 폭언에 폭력은 덤

방글라데시 출신 C시(22세)와 D씨(22세)는 지난해 9월 입국해 XX철강 입사 후 일터가 아닌 사장 박 씨의 사적인 일에 주기적으로 동원됐다. 또, 사장이나 관리자로부터 일상적인 폭력과 폭언 피해를 봐야 했다.

이들은 사장이 휴대전화를 가졌는지 수색해 압류하고 사장의 아내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음료수 가게의 화장실 청소, 사장의 집 앞 하수도 청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입사 3개월 동안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11시간~12시간 일했지만 2개월 동안 140만 원의 임금밖에 받을 수 없었다. 이들은 올해 1월 고용노동청에 진정했지만, 노동청에서 임금명세서를 가져오라고 하여 진정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도 이들은 지난 3월 30일 사장이 D 씨를 폭행해 남해경찰서에 직접 신고하고 경찰과 함께 공장을 방문했으나 사장이 CCTV 녹화내용을 지움으로써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장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화풀이로 자신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출입국 단속직원에게 집단폭행 당하고 5일간 구금

24살 우즈베키스탄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영어 교사로 일하다가 올해 2월 수원대 대학원 관광학과에 입학한 E씨(24세)는 지난달 16일 방학을 맞아 함안군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중 그를 불법 체류자로 오인한 출입국단속반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E 씨는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었으나 창원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과 조사계 직원들에게 집단 폭행당하고 현재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광호 실장은 "입국이 피해자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해당 학교에 출석 상태를 물어보고, 체류 자격에 어긋나는 취업 활동을 했는지 알아보고 법대로 조치하면 될 일"이라며 "왜 출입국 단속 직원들이 그런 절차를 모조리 생략하고 피해자에게 집단으로 주먹부터 휘두르고 압송하고 출입국에서도 합법체류자라는 피해자의 호소를 무시한 채 5일간이나 잡아 가뒀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외국인유학생 집단폭행·불법구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 피해자에 대한 사죄, 정신적 피해에 대해 배상하고 이주민 차별의 주범으로서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을 규제하기 위해 인종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공공기관에 이어 민간기업과 산업현장의 근로자 인권을 위해 인권경영 관련 시범사업을 검토 중이며 가능성을 타진해 정부에 정책 권고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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