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어린이집 사건사고. 가장 큰 문제는 관련 당국과 관계자들 사이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무책임한 정책과 관계자들의 인식 및 태도에 아까운 어린 목숨들이 희생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영유아들이 가정보다는 관련 기관에서 머물게 될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양적 팽창만큼이나 질적 개선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미디어SR은 최근 사고가 발생한 동두천 어린이집을 직접 다녀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집 인허가의 과정을 살펴보고, 어린이집을 둘러싼 사고를 대하는 법의 허점을 뜯어보았습니다. 또 외국의 사례를 통해 개선되어야 할 지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폭염 속 차량에 아이를 방치한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 차량. 해당 어린이집은 25일에도 여전히 정상 운영 중이다. 사진. 구혜정 기자

폭염 속 차량 안에 방치된 4세 여아는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부모가 오전 9시40분에 어린이집 차량을 타고 등원을 시킨 아기가 발견된 시각은 오후 4시였다. 무려 6시간이 넘는 공백 속에 아이가 방치됐고 사망에 이르게 됐다.

온 국민을 공분케 한 경기 동두천에서 일어난 어린이집 사건. 채 피지도 못한 어린 생명이 극심한 고통 속에 생명을 잃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어린이집 관계자들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과실치사다. 인솔교사와 운전기사는 2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아이의 출석을 체크하지 않은 담임 교사와 어린이집 원장은 불구속 입건됐다.

과거 비슷한 사례의 경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지난 2016년 7월 광주에서 폭염 속 차량 안에 8시간 동안 방치된 4세 아이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도 운전기사, 인솔교사, 주임교사 등이 업무상 과실치사 죄가 적용됐다. 형의 수준은 버스기사 금고 6개월, 주임교사 금고 5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인솔교사 항소심에서 금고 8개월에 그쳤다.

아이들이 사망이나 의식 불명 상태에 이르렀을 때도 형벌의 기준이 느슨한데, 이보다 약한 수위의 학대를 두고 우리 사회가 내리는 처벌은 고작 벌금형이다.

2017년 1월 춘천의 한 어린이집 교사 A씨가 아동의 입과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거나 귀을 잡아당기는 등의 학대 행위를 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법원은 폭행을 직접적으로 한 교사 A씨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내렸으나, 벌금 500만원에 그쳤다. 법원은 양형 이유에 대해 "학대 정도가 중하지 않고 학대로 인해 피해자들이 중한 상해를 입지 않았으며 학대할 의도 하에 범행을 저질렀다기 보다 잘못된 교육방법을  수행하다 학대에 이른 점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어린이집 원장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 발생 당시 어린이집 내부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지만 법원은 "CCTV 미설치만으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2017년 울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 B씨가 만1세 아동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거나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팔을 강하게 흔들고 이마에 딱밤을 때리거나 손으로 엉덩이를 때리고 자신의 다리를 아이의 몸 위에 올려놓고 누르는 등의 학대 행위를 한 사례가 있다. 당시 B씨는 법원으로 부터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는 기각됐다. 항소가 기각된 이유는 학대의 정도가 중하지 않고 피해자가 중한 상해를 입지 않았으며 B씨가 초범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영유아가 보육기관에서 보육교사의 부주의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이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대다수 형벌은 집행유예 수준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수위가 약한 학대 행위는 벌금형에 그칠 뿐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보육교사들의 행위에 학대의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영유아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번 (동두천 어린이집) 사건의 경우에는 인솔교사, 운전기사, 담임교사, 원장교사 등이 각각의 업무의 책임이 있는데 이를 제대로 행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불특정 아동이 건강상의 문제가 일어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에 이들의 행위를 아동학대로 봐야 한다고 본다"라며 "그러나 대다수의 판결에서는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다. 학대치사를 적용해 보다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한다.

실제 동두천 어린이집 차량 사고의 경우, 어른들이 기본적인 매뉴얼만 잘 지켰다면 비극적인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운전기사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에도 차량 뒤편을 따로 확인하지는 않았다. 아이들 지도는 인솔교사가 담당해 왔다"라며 "별다른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인솔 교사는 "사건 당일 아이들 사이 다툼이 일어나는 등 소란스러워서 깜빡했다"라고 말했다. 담임교사와 원장교사 등은 아이가 출석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의 관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의 무책임한 행위가 비단 이 어린이집 한 곳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며, 또 기본적인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일명 '세림이법'으로 지난 2013년 충북 청주시에서 3세 여아가 어린이집 통학차량이 치여 사망한 사건 이후 개정, 2015년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차량에는 반드시 아이들의 승하차를 돕는 성인 보호자가 탑승하여야 하며, 운전자가 승차한 어린이의 안전띠 여부를 체크한 뒤 출발하고 하차 이후에는 모두가 하차했는지를 점검해야 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지만 무용지물이었다는 점이 이번 동두천 사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세림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집이나 학원 등에서 차량 보호자들을 고용할 비용보다는 13만원에 불과한 벌금을 내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현장의 반응 등이 여러차례 언론을 통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행정 당국에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 어린이집 아동이 무단으로 결석을 한다고 하더라도 부모 등에 연락을 강제화 하는 내용이 현행 법에는 없다.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영유아 보육사업 안내 지침에 포함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해당 지침은 보건복지부에서 어린이집으로 전달하는 내용으로 '담임교사가 통학차량 이용 영유아 중 무단 결석 영유아가 있을 시 보호자에게 유선 또는 문자, 메신저 등으로 연락해 영유아 소재를 확인하고, 확인되지 않을 시 통학차량에 영유아가 남아 있는지 재확인 하여야 한다'라고 적시되어 있다. 문제는 지침에 불과해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한 보육교사는 "사실상 이런 지침들은 원장 재량에 맡기고 있을 뿐이다. 원장이 원 내부에서 이를 제도화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동두청 시청 여성청소년과. 사진. 구혜정 기자

 

이렇듯 어린이집 관리감독이 소홀한 현실에서 결국 피해는 아이와 그 가족들이다. 한편, 동두천 어린이집 차량사고로 인해 온 국민이 공분을 산 가운데에서도 해당 어린이집은 버젓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교사가 계속 근무를 하고 있어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동두천 시청 관계자는 말한다. 동두천 시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만으로 시청에서 행정 처분을 내릴 수는 없다. 수사 결과가 나오면 시청에서도 처분을 할 수 있다"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어린이집을 둘러싼 교사, 운전기사를 비롯해 행정 당국 마저도 '책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지금, 부랴부랴 생기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법이 만들어져도 이를 관리하는 곳이 사실상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며, 또 그 법을 지켜야 하는 이들이 법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현실 전반을 되돌아 봐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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