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어린이집 사건사고. 가장 큰 문제는 관련 당국과 관계자들 사이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무책임한 정책과 관계자들의 인식 및 태도에 아까운 어린 목숨들이 희생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영유아들이 가정보다는 관련 기관에서 머물게 될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양적 팽창만큼이나 질적 개선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미디어SR은 최근 사고가 발생한 동두천 어린이집을 직접 다녀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집 인허가의 과정을 살펴보고, 어린이집을 둘러싼 사고를 대하는 법의 허점을 뜯어보았습니다. 또 외국의 사례를 통해 개선되어야 할 지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사고가 일어난 동두천의 A 어린이집. 현재 어린이집은 운영 중에 있다. 구혜정 기자

지난 17일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4세 아이가 폭염 속 차량 안에 방치돼 숨진 사건이 있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 인솔교사는 하차 과정에서 아이를 챙기지 못했고, 운전기사는 차량을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 당시 보육교사는 아이가 등원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원장에게 알리지 않았다. 경찰은 어린이집 원장, 보육교사, 인솔교사, 운전기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5일, 사고가 있었던 동두천시의 A 어린이집을 찾았다. A 어린이집은 지리상 외진 곳에 있었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울어도 누군가 발견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주거단지∙시내와도 거리가 있어 보행자도 거의 없었다.

게다가 A 어린이집의 등하원 차량은 선팅이 매우 짙었다. 내부가 거의 보이지 않아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사고가 난 A 어린이집의 등하원 차량. 선팅이 짙게 돼 있어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차량의 창문에는 빛이 반사돼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구혜정 기자

A 어린이집은 현재에도 여전히 운영 중이었다. 어린이집 불이 켜져 있고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어린이집 앞에서 우연히 관계자를 만났다. 그에게 "현재 운영 중인가"라고 질문했지만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은 사유지니 들어오면 경찰을 부르겠다"라며 날을 세웠다.

현재 동두천시청은 경기북부아동전문보호기관에 폐쇄 심사를 의뢰한 상태다. 기관 심사 결과와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폐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동두천시청 관계자는 "약 두 달 후쯤 폐쇄 여부 결정이 내려질 것"고 말했다. 두 달 동안은 어린이집이 정상 운영이 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 안전 너무 걱정된다"... 속타는 부모들 

동두천 부모들의 속은 불안으로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인 오후 4시경, 동두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5세 아들을 둔 엄마 B씨를 만났다. B씨는 어린이집 사건으로 불안에 떨고 있었다. B씨는 "너무 걱정이다. 우리 아이 안전할까 불안하고... 요즘 부모들 만나면 어린이집 사고 얘기밖에 안 한다"라고 말했다. 

B씨는 불안을 호소했다. B씨는 "어린이집에 대한 소문도 많이 돌고......어린이집에서 더 안전에 유의하고 있다는 알림은 받았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크게 없다. 아이들이 다 내린 것을 자동으로 체크해줄 수 있는 차량으로 바뀐 것도 아니고. 안전이 너무 신경 쓰여서 선생님에게 언질을 드렸다"라고 말했다. 

동두천시 부모들은 만나기만 하면 안전사고 얘기를 한다. 아이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보니 다들 예민해져 있었다. 누구든 어린이집에 전화 한 통 정도는 넣었다. 동두천시에 민원을 넣은 부모들도 많았다. 동두천 어린이집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도 진행 중이다. 

5세 딸을 어린이집에 보낸지 5개월째 되는 엄마 C씨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동두천 어린이집 사고에 대해 말을 꺼내자 C씨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C씨는 "우리 아이도 어린이집 차량을 이용하는데 남 일 같지 않다. 무척 걱정되고 불안하다. 그런데 우리 어린이집은 안전에 대한 별도 안내사항을 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안전에 대해 더 신경 써달라 요청했는데 '차량 선생님에게 주의를 줬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저 불안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어린이집을 불신하는 C씨에게 정부가 도입하려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 의무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은 잠든 아이가 차량에 남아있는지 확인한 후 NFC 단말기에 휴대폰을 접촉하는 시스템으로, 이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린다. C씨는 "부모들 마음을 잘 이해한 정책인 것 같다.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에 매우 동의하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C씨는 화곡동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말하며, 어린이집의 전반적인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한 명당 17명 정도를 맡는다는데, 아이 두 명을 키워본 나로서는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말도 안 듣고 선생님 서류 업무도 있을텐데. 또, 보육교사 자격도 보다 확실했으면 좋겠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일부 보육교사가 선량한 다른 보육교사까지 신뢰를 잃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동두천 어린이집 사고와는 관계없음. 권민수 기자

안전에 심혈 기울이는 어린이집

이런 부모들의 근심에 동두천의 어린이집들도 안전에 더 신경을 쓰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동두천의 D 어린이집에 찾아가 최근 부모들이 어린이집에 안전에 대한 문의를 많이 넣고 있는데, 어떻게 안전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물었다. D 어린이집 교사는 "최근 부모들의 불안이 심해 안전 문의가 많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안전에 대한 안내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이 심해 외부활동을 할 때 아이들 전체 인원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더 자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동두천시도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에서 안전 관련 장비와 시스템에 대한 교육도 했고 지원도 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어린이집을 찾아가 봤다. 스무 명 가량의 아이들이 어린이집 정원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어린이집의 코앞에 있는 정원이었는데도, 교사가 아이들의 머릿수를 세고 있었다. 이전보다 안전에 더 유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동두천시청에서 심혜선 여성청소년과 주무관을 만나 동두천시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혜정 기자

동두천시 "어린이집 안전 관리감독 강화"

어린이집 안전사고가 일어난 지 약 열흘이 지났다. 동두천시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동두천시청에 찾아가 심혜선 여성청소년과 주무관을 만나 관리감독을 어떻게 하냐 물었다. 

심 주무관에 따르면, 동두천시는 보육교사/원장(희망자), 운전사를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진행했다. 심 주무관은 "원래도 어린이집 운전자, 동승교사 매뉴얼이 있었는데, 이를 다시 강조하는 과정"이라 설명했다.

더불어 동두천시는 어린이집에 방문해 차량 안전을 체크하는 통학 안전 점검을 진행 중이다. 또, 보건복지부는 24일 '슬리핑 차일드 체크' 의무화를 발표했는데 동두천시는 이보다 먼저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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