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명 피자 브랜드 파파존스 창업자 존 슈나터(John Schnatter)가 파파존스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 5월 파파존스의 마케팅 대행사와 언론 응대 훈련을 하던 중 미국에선 금기시되어있는 흑인 비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포브스(Forbes)가 7월 11일 보도하면서 존 슈나터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존 슈나터는 이미 작년 말 비슷한 이유로 구설에 오르면서 작년 12월 CEO직에서 물러나고 이사회 의장직만 유지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파파존스의 승승장구에 찬물을 끼얹은 주인공은 바로 CEO

파파존스는 존 슈나터가 1984년 인디애나 주 1호점을 오픈한 이후, “더 나은 재료, 더 건강하고 맛이 좋은 피자(Better Ingredients, Better Pizza)”라는 슬로건과 자체 개발 디핑소스로 인기를 끌면서 급성장했다. 미국에선 피자헛, 도미노 피자에 이어 미국 3대 피자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의 3천 3백여 개 매장을 비롯한 캐나다, 중국, 한국 등 45개 국가에 총 5천 백여 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고, 2만7백 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2017년 매출만 약 2조 원에 이른다. 2017년 6월 발표된 미국 소비자 만족 지수(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 조사 결과에 따르면 QSR(Quick Service Restaurants)-Pizza브랜드 중에서 파파존스가 소비자 만족과 상품 퀄리티에서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8년간 16번이나 연속 1위를 차지한, 파파존스로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존 슈나터(John Schnatter) 파파존스 창업자 : 승승장구하는 파파존스를 구설에 오르게 만들었다. : 출처

그런데 승승장구해온 파파존스는 다른 누구도 아닌 창업자 겸 회장이었던 존 슈나터의 언행으로 인해 종종 구설에 올랐다. 존 슈나터는 오바마 정부 당시, 오바마 케어(국민 건강보험법안)가 50인 이상을 고용한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기 때문에 파파존스 브랜드의 피자값을 인상하고 종업원 근무 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작년 말에는 미국 프로풋볼(NFL: National Football League)선수들이 미국 내 흑인들에 대한 경찰의 편파적인 대응과 이를 옹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발언 등에 대항하는 의미로 경기 시작 전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시작했는데, 존 슈나터가 그들의 퍼포먼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NFL 때문에 파파존스 매출이 떨어졌다고 비난했다. 이 불평이 논란이 되면서 NFL은 파파존스와의 독점 계약을 해지했다. 젊은 흑인 계 미국인들도 파파존스를 멀리하면서 파파존스 모바일 앱을 지우는 등, 파파존스와 멀어졌다. 이런 여러 이유로 작년 12월 존 슈나터는 CEO직에서 물러났고 이사회 의장직 (President)만 유지해 왔다. 

그런데 올해 들어 또 구설에 오른 것이다. 지난 5월에 있었던 파파존스의 마케팅 대행사인 Laundry Services와 언론 응대 훈련을 하던 중 흑인들을 경멸하는 의미가 담긴 단어(Nigro: 일명 N-word)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지난 7월 11일 포브스(Forbes)가 보도하면서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이다. N-word는 미국에서 금기시되어있는 단어다. 이런 단어를 대기업의 회장이 입에 올린 것 자체가 미국에서 큰 이슈가 되면서 후폭풍이 거세졌다. 작년 4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대비 3.9%나 떨어졌고 브랜드 이미지도 손상되면서 주가도 하락했다. 존 슈나터는 결국 그나마 유지하고 있었던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가 나자마자 주가는 12%나 반등했다.

#사퇴 이후 입장 번복 

그런데 사퇴 발표 일주일만인 지난 7월 17일, “이사회 의장직 사임은 이사회의 강요로 인한 실수였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는 보도 내용도 부정했다. 회사 지분의 30%를 소유한 만큼, 그리고 그간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만큼 본인이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 CEO를 맡고 있는 스티브 리치(Steve Ritchie)와의 갈등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회사 내 긴장도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파파존스 회사 내부에서는 매출이 떨어지고 주가도 하락한 시점이 존 슈나터의 NFL 발언 때였고, 그로 인한 이미지와 매출 하락이 지금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2018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5.3%나 떨어졌다. 파파존스 웹사이트에 존 슈나터의 발언은 모두 삭제되었다. 향후 광고에서도 존 슈나터의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럼에도 존 슈나터는 내년 5월에 있을 이사회 미팅에서 다시 이사회 회장 선거에 나갈 것이며 앞으로 파파존스 영광의 부활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기업 CEO의 윤리적 리더십의 역할은 무엇일까

사실 파파존스 이외에도 기업 CEO의 부적절한 발언이나 행동으로 인해 기업의 이미지가 손상되고 CEO가 사임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작년 6월에는 차량 공유경제 서비스 우버의 CEO 트레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이 우버 회사 내 성희롱과 성차별이 만연한 기업 문화로 논란이 커지면서 사임했다. 올해 2월에는 요가와 트레이닝 복으로 유명한 룰루레몬(Lululemon)의 CEO 로렌트 팟데빈(Laurent Potdevin)이 사내 성희롱 등의 논란으로 인해 사임했다. 팟데빈 이전 룰루레몬 CEO인 데이비드 윌슨(David Wilson)은, 룰루레몬이 2013년 한 특정 라인의 블랙 요가 팬츠 천이 너무 비친다는 이유로 17%의 블랙 요가 팬츠를 리콜한 것에 대해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어떤 여성들 체형이 우리 요가 팬츠에 맞지 않는다(some women’s bodes don’t work for the pants)”라는 부적절한 발언을 하며 구설에 오르자 CEO를 사임했다. 올해 6월에는 인텔 CEO인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도 사내 연애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CEO직을 사임했다.

CEO의 부적절한 윤리적 발언과 행동은 실제로 브랜드 이미지의 추락과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많은데 한 예로 2015년 Journal of Business Ethics에 실린 연구 “Doing Well by Doing Good? Analyzing the Relationship Between CEO Ethical Leadership and Firm Performance”를 보면, CEO의 윤리적 리더십은 조직 내의 윤리적 문화 형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이는 또다시 브랜드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또한, 조직의 윤리적 문화가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기업 내의 윤리적 프로그램이 더 강할수록 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기업 내의 윤리적 문화 형성과 그로 인한 브랜드 실적에 CEO의 윤리적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면에서 기업 CEO의 윤리적 리더십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의 문화, 그리고 결국 기업의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개인적인 발언과 행동에서 생각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기업 전체의 문화와 큰 그림 속에서 보는 관점이 특히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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