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이상적인 교육 시장이 생기면 우리 플랫폼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그 날까지 열심히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소셜 문제를 전부 해결하고나면 궁극적으로 본인의 플랫폼이 사라지는게 맞지 않겠냐는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 학생독립만세는 '후불제' 플랫폼으로서 배움을 갈구하는 자들이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생독립만세의 비전은 무엇인지, 이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교육 시장은 어떠한지 장윤석 대표에게 들어봤다.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학생독립만세는 어떤 비즈니스 구조인가?

우리 회사의 목적은 학생이 학생만의 힘으로 원하는 배움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원하는 배움을 누리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로 교육비에 관한 문제가 가장 크다. 학생독립만세는 교육을 제공하는 공급자와 제휴를 맺어서 학생들이 교육을 먼저 받고, 후불로 교육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한다. 과외면 과외, 제빵이면 제빵, 학생이 원하는 배움이면 어떤 학원이든 우리가 협상해 그들이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학생이 우리 플랫폼을 통해 교육을 받기로 결정하면 전체 교육비의 10% 정도를 학생독립만세 측에 선납하고, 나머지 90%는 교육을 이수한 후 교육공급자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플랫폼에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학생들은 통상적인 금액보다 10%정도 더 낸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후불제이니 상환 계획에 따라 여력이 생겼을 때 내면 된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주 타깃인 것인가?

우리도 그럴 거라고 처음에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달랐다. 정말 어려운 학생들은 배움보다는 생계가 먼저더라. 이런 친구들에 대한 교육 문제는 정말 복지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학생독립만세를 찾는 사람들은 그 위의 단계의 추가적인 교육에 있어서 비용적 부담을 다소 느끼거나, 주체적 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교육비를 해결하려는 친구들의 수요가 많다. 지금까지 1500명 정도가 지원서를 제출했고, 최종적으로 교육을 받은 학생은 400명 정도다.

 

'가난'의 코드 없이도 소셜 벤처로서 포지션이 가능하던가?

학생이 학생만의 힘으로 배움을 누린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초수급대상 학생들은 배움은 신경도 쓰지 못하더라. 이들에게 필요한 건 실질적인 복지인 것 같다. 학생독립만세가 조금 더 탄탄해지면 이들에게는 프로보노(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 형식으로 배움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분야별 전문가는 어떤 사람들인가?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다. 현행 교육 시장과 산업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과외 선생님들의 다수를 차지한다. 물론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에서도 CSR의 차원으로 교육지원 등의 사업을 다수 진행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고, 최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하다 보니 무상교육 시장에서도 소외받게 되는 어중간한 계층이 상당히 많다. 학생독립만세에 모이는 선생님들은 사회가 가진 문제를 단순히 정부나 기업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발 벗고 나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신다. 이분들의 입장에서도 돈을 받으면서 상부상조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 플랫폼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창업 초기에는 과외선생님들이 많이 모이는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학원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우리 플랫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학원의 경우 학생 수가 늘어나도 지출비용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편이다. 학원에 돈을 지불하기 힘들어하던 학생에게 학원에 다닐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새 시장을 열어주는 꼴이기 때문에 학원의 입장에서는 우리 플랫폼을 반길 수밖에 없다. 인터넷 강의 등도 비슷한 논리에서 우리 플랫폼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많다. 이런 의미에서 수요와 공급이 모두 탄탄하다고 볼 수 있다.

 

수익모델은 지속가능한가?

분명 지속가능하다. 수요가 진짜 수요냐, 부도가 얼마나 나느냐가 스타트업의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다. 앞에서도 설명했다시피 우리의 수요는 아주 확실하고 큰 편이다. 두 번째는 부도 가능성인데, 작년 한 해 동안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학생들의 상환율이 97%다. 학생들 자체가 돈을 갚으려는 의지도 높은 편이고, 우리의 전문 분야가 머신러닝이다 보니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상환율을 더 높이려 한다.

 

그렇다면 업의 본질이 무엇인가?

예상치 못하겠지만, '금융'이다. 교육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지만 결국 '후불제'라는 모델이 우리 플랫폼의 구심점이자 동력이다. 학생들이 저숙련, 저임금 노동을 하며 배움을 위한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닌, 배우고 싶을 때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고 이 목적을 이끄는 것이 금융으로의 접근 방식이다.

특히, 앞서 말했다시피 상환율이 매우 중요하다. 머신러닝과 데이터분석을 통해 실현 가능한 상환 계획을 짜고, 상환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돕는 측면에서 '금융'이 학생독립만세의 숨겨진 주인공이다.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연세대 출신에 카이스트 석사다. 엘리트코스를 밟아오다 소셜벤처를 택한 계기는?

원래는 꿈이 방송PD였다. 연세대학교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진로는 계속 문화예술과 방송PD로 정해 결국 방송사에서도 2년간 일했다. 그런데 막상 일하다 보니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많이 느꼈다. 방송의 꿈을 접고 바로 대기업에 합격해 1년 정도 일을 했다. 복지도 너무 좋고, 처우도 정말 좋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퇴사한 후 카이스트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술 관련 창업으로 여러 정부 지원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다 당시 담당 멘토셨던 컴투스 창업자 이영일 대표께서 "큰 시장, 그리고 네가 정말 잘 아는 시장을 타깃으로 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큰 시장, 그리고 우리가 정말 잘 아는 시장이 사교육 시장이었다. 워낙 과외를 많이 경험했다 보니... 긴 과외 경험에서 느껴왔던 문제들이 비단 나만 느꼈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은, 시장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내가 피부로 느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소셜벤처를 시작하게 됐다.

 

IT 창업가에서 소셜벤처 창업가로 변모한 것인데, 소셜벤처가 NGO로 오해받거나 돈이 안 된다는 편견에 쌓여있는 것에 대한 회의감은?

사실 그런 생각을 자주한다. 사회적경제나 소셜벤처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지 아주 오래된 것도 아니어서 사람들의 선입관은 아직 큰 편인 것 같다. 확실히 영리투자자들은 소셜벤처들을 바라볼 때 수요가 확실하고 지속가능성이 있어도 '소셜'이라는 특성 때문에 투자에 있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그런데 이해가 간다. 투자자들은 투자 대비 수익률만을 고려하는 것이 그들의 '업'이지 않나.

이런 '혼돈의 카오스'에서 나름대로 찾은 해결책은 '내가 이 문제가 진짜 문제라고 믿고, 해결을 해줄 수 있다면 이건 충분히 의미가 있고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는 남의 시선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 마음이 편해지고 오히려 더 본질에 집중할 수 있더라. 소셜벤처들이 보여주면 된다. '소셜'하면서도 '벤처'처럼 돈이 된다는 성공사례를 꾸준히 보이면 사회의 인식도 함께 변하지 않겠나.

 

장 대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육 시장에서 학생독립만세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학생독립만세가 절대적으로 지양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후원'이다. 후원 모델로 굴러가는 단체나 기업은 지금도 너무 많고, 이미 잘하고 계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우리는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했던 이들과 배움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이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다.

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문제의식과 이를 개혁하려는 노력이 우리 플랫폼 안에 녹아들어 있다. 이런 생각들은 플랫폼 이용자들에도 자연스레 스며들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한 명 두 명씩 바뀌다 보면 이상적인 교육 시장도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나?

 

장기적인 비전,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과 배움의 정의를 계속 넓혀나가 모든 배움의 분야에서 작동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현재는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주 타깃이지만, 점점 범위를 키워 취업준비생, 퇴직자 등 누구든 배움을 원하는 사람이 학생독립만세를 통해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또, 학업 공부부터 미술, 스포츠,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배움도 있지 않겠냐. 학생부터 교육공급자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

궁극적인 목표? 궁극적으로 우리가 사라져야하지 않겠냐. 모든 학생들이 우리 플랫폼의 도움 없이도 배울 수 있는 시장과 산업이 형성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라질거다. 그런 사회가 와야한다.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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