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24일 ‘세계경제 대전환과 한국경제 – 복지국가와 산업정책, 경제민주화’ 포럼에 참여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구혜정 기자

“신자유주의는 실패했다. 신자유주의로 발생된 고용 불안, 저성장은 산업정책과 복지를 통해 풀 수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장 교수는 24일 ‘세계경제 대전환과 한국경제 – 복지국가와 산업정책, 경제민주화’ 포럼에 참여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은 새경제규칙포럼, 전국 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공동주최로 열렸다.

장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재 세계경제는 회복된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일자리 질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많이 내려가긴 했지만, 함정이 있다. 구직 포기자가 늘어 노동시장 참여 인구가 줄었다. 또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생계형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들도 많다. 실제 영국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십년 간 11~12%이전 자영업자 비율이 15%로 늘어났다. 영국 정부가 벤처창업을 지원하는 등 정책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 증가한 3~4%는 생계형 자영업자라는 것이 장 교수의 설명이다.

경제 성장이 둔화됐고 산업도 자라지 못했다.

신자유주의는 성장을 위해 평등을 희생해도 된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평등도 성장도 담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장 교수의 설명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선출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성장률이 6%에서 2%로 뚝 떨어졌기 때문인데, 이는 기업의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전 국민소득 대비 투자율이 35%였는데 외환위기 이후 30% 정도로 떨어졌다. 특히, 기계, 건물, 도로 공사 등 설비 투자가 반 토막 났다.

장 교수는 “기업 투자가 줄어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금융시장의 자유화와 산업정책 폐지”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이 자유화가 되면서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이 세 졌다. 이들은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했다. 한국에서 돈을 빼 가는 것이다. 기업의 돈을 빼 가니, 대기업의 장기투자가 어려워졌다.

또, 은행들은 위험이 커지니 기업금융보다 앉아서 돈 버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소비자 금융 등을 주로 하기 시작했다. 은행대출 중 기업대출 비율은 1990년대 초 90%선에서 30-4-%선으로 떨어졌다. 결국 중소기업들의 투자가 점점 어려워졌다. 이렇게 경제 성장이 둔화된 것이다.

장 교수는 투자가 줄어들어 새로운 산업들을 만들어 내기 어려워 한국의 주력 사업은 중국에 맹렬한 추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꼬집었다.

고용도 불안해졌다.  비정규직 비율이 OECD 최고로 올라갔고, 정규직도 과거에 비해 고용이 극도로 불안해졌다. 복지제도도 취약해 일자리를 잃으면 생계 유지가 어렵고 재기가 어렵다. 이렇게 고용도 불안한데 육아 교육 등의 지원도 미비해 출산율도 세계 최저 1위가 됐다. 은퇴하고서도 실업보험과 연금이 형편없어 막막하다.

장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 정책 부활’과 ‘복지국가의 획기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 정부가 산업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 노동자, 연구기관, 교육훈련 기관, 지역사회 모두가 힘을 합치고 정부가 그 협력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산업 내 문제가 생겼을 때 재빨리 개입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정부의 산업 정책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 “한국도 하루 빨리 정부, 기업, 노동자가 머리를 맞대고 과연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 나아갈 수 있는 산업들이 무엇이며, 그를 위해서는 어떤 정부 정책, 기업 전략, 어떤 노동자들의 기술습득이 필요한가에 대해 합의를 형성하고 그를 기초로 해 적극적인 산업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산업정책이 필요한지는 산업에 따라 다르며, 대기업고 중소기업의 협동이 필요하고 금융규제를 통해 소비자, 주택 금융을 어렵게 만들어 중소기업 금융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 교수는 복지제도가 모드 국민들에게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고, 경제 미눚화도 이루며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최대한 적극적으로 복지국가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진보세력은 ‘무상복지’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 비판했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도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내니 엄밀히 말하면 공짜가 아닌 셈이다. 장 교수는 공짜가 아닌 ‘공동구매’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짜라고 말하면 상대적으로 복지혜택을 많이 받는 가난한 사람들은 기대가 높아지고, 세금을 더 내는 부자들은 반발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선별적 복지보다 보편적 복지가 진정한 사회복지라고 주장했다. 선별적 복지는 받는 이는 2등 시민이 되고, 받지 못하는 이는 돈을 냈는데도 혜택이 없어 불만을 가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가 진정한 사회복지이고 보편적 복지를 해야 진정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복지국가를 잘 만들면 성장에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많은 복지 지출이 투자의 요소를 가지고 있기 떄문이다. 장 교수는 탁아, 방과후 교육, 학교 급식 등을 잘하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이 더 지식을 잘 흡수할 수 있게 돼 장기적으로 노동력의 질이 올라간다는 것으로 그 예를 들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참석해 축사를 남겼다.

24일 ‘세계경제 대전환과 한국경제 – 복지국가와 산업정책, 경제민주화’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건네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혜정 기자
24일 ‘세계경제 대전환과 한국경제 – 복지국가와 산업정책, 경제민주화’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건네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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