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적용돼 직장인(300인 이상 규모 사업장)의 노동시간이 주52시간으로 단축됐습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노동 환경의 변화는 개인의 삶과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시행된 지 보름 남짓이지만, 변화의 조짐들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당초 정부의 취지대로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입장도 있었고,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소득이 줄어 불만이 가중된 곳도 있습니다. 산업의 측면에서는 52시간 적용으로 인해 기대 심리를 갖는 곳이 있는 반면,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낙담하는 곳도 있습니다.

미디어SR이 들여다본 개인과 사회의 변화의 조짐. 과연 줄어든 노동시간은 삶과 산업을 개선시킬 수 있을까요? [편집자 주]

제공: 픽사베이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3주째, 직장인의 목소리는 밝았다. 이들은 회사에서 더 능률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아 나갔고, 가족과 건강, 그리고 나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김 모 과장(38)은 지난 반년간 요리 고수가 되면서 아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부터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야근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업무 중 담배를 피우며 휴식한다거나, 업무 외 인터넷 사용 시간 등을 대폭 줄이자 불필요한 야근 대신 김 과장은 마트에 가 장보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첫째와 유치원생 둘째는 "엄마 밥보다 아빠 밥이 더 맛있다"며 칭찬한다고 한다.

현대글로비스에 근무하는 정 씨(가명)도 아이와 보내는 작은 일상이 변했다.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10시 출근, 7시 퇴근을 선택해 이제는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킨다. 이전에는 8시 출근이라 등원 도우미를 써야 했지만, 선택 근로제로 도우미 비용을 아끼는 것은 물론, 아이와의 시간도 늘었다.

악사다이렉트보험코리아에서 근무하는 서 씨(가명)는 최근 저녁 시간을 활용해 헬스장에서 퍼스널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야근이 잦았지만, 52시간 근무제 이후 PC오프제가 도입돼 제도 도입 후 한 번도 야근하지 않았다. 서 씨는 "야근이 사라진 대가로 업무량이 말도 안 되게 많아질 때가 종종 있지만, 그만큼 일의 능률도 올랐다"며 "야근이 습관화되어있을 때에는 오히려 근무 시간에 의미 없이 앉아있거나 웹서핑을 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본사에 근무하는 김 모 사원(27)은 6시가 되면 가장 바빠진다. 10분 안에 작업하던 모든 문서를 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52시간제 도입 이후 정확히 6시 10분에 모든 컴퓨터를 종료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장려하자는 의미로 팀 내에서 '월수금 회식 금지'라는 규칙도 새로 만들었다. 김 씨는 "가족 생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하게 하고, 2주 장기 휴가도 장려하는 등 회사 측에서도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본사에 근무하는 정 모 대리(32)는 최근 본격적으로 유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에쓰오일은 3월경부터 수, 금요일 PC오프제를 시행한 후 7월부터는 전일 PC오프제를 도입했다. 3월부터 수요일마다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정 대리는 7월부터는 주 3회 수업을 듣기로 했다. 정 대리는 "고등학교 시절 잠시 입시 미술을 했을 때 이후 처음으로 다시 붓을 잡았다"며 "나를 위한 시간이 생기니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적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상반기 입사한 박 모 사원(26)도 과로와 야근으로 악명 높던 회사에 입사한 후 달라진 업무 분위기에 오히려 당황했다고 한다. 박 사원은 "52시간 근무를 초과하면 고과에 불이익이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물론, 업무량 자체가 준 것은 아니어서 집에 노트북을 가져가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여전히 삶의 질은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박 씨는 "사우들도 영화 관람부터 놀이공원까지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쏟아지는 직장인을 대상 여가생활 프로모션

주당 근로시간이 기존 68시간에서 16시간이나 주는 파격적인 조처로 생산성 저하에 관한 우려도 많이 자아냈지만, 사측은 유연근무제를 통해 각 사에 적합한 시스템을 찾고, 직원들은 업무시간 내에 최대한 능률을 끌어올려 생산성은 유지하되 정시에 퇴근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홍보실 홍경선 부장은 미디어SR에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작은 잡음들은 있었지만, 1월부터 시범운영을 했던지라 7월 이후의 큰 변화는 발견하기 힘들었다"며 "반년 정도면 주 52시간 근무, 저녁이 있는 삶 등의 문화가 전사적으로 정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부장은 "개발팀 등 크런치 모드가 불가피한 부서의 경우 주 단위 ‘자율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직원에게 근무에 대한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 등을 통해 해결해나가고 있다"묘 "물론 특정 부서의 경우 신제품 출고 막바지에는 현재 방법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아 '6개월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큰 문제 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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