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적용돼 직장인(300인 이상 규모 사업장)의 노동시간이 주52시간으로 단축됐습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노동 환경의 변화는 개인의 삶과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시행된 지 보름 남짓이지만, 변화의 조짐들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당초 정부의 취지대로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입장도 있었고,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소득이 줄어 불만이 가중된 곳도 있습니다. 산업의 측면에서는 52시간 적용으로 인해 기대 심리를 갖는 곳이 있는 반면,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낙담하는 곳도 있습니다.

미디어SR이 들여다본 개인과 사회의 변화의 조짐. 과연 줄어든 노동시간은 삶과 산업을 개선시킬 수 있을까요? [편집자 주]

제공: 픽사베이

누군가에겐 저녁이 있는 삶을 안겨준 주 52시간 근로가 누군가에게는 깊은 시름이 되고 있다. 

300인 이상 제조업과 중소, 중견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들이 그렇다. 정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 수당(1.5배)으로 소득보전을 해왔는데 연장근로 자체가 줄어 소득이 줄어들게 됐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7월 1일부터 법정 최대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줄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잔업∙특근 등 연장근로 시간이 줄면서 근로자들의 월수입이 평균 11.5%, 액수로는 37만7,000원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소, 중견기업과 제조업 종사자에 타격이 컸다. 국내 제조업에 종사하는 남성 A(54)씨는 미디어SR에 "일은 그대로인데 월급만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A씨는 주 52시간 시행 이후 하루에 12시간씩 4일 일한다. 시행 이전에는 3교대로 8시간씩 6일 일해 총 48시간이 기본 근무 시간이었다. 그때는 주말 포함 총 68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이라 48시간 외에 20시간을 추가로 근무할 수 있었다. 나머지 20시간은 잔업과 주말 특근으로 채워 기본급 이상의 돈을 벌었다. 잔업과 특근은 1.5배 더 받을 수 있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됐다. 

하지만 주 52시간 이후 잔업 시간 자체가 줄었다. 3조 2교대로 바뀌어 A씨는  12시간씩 4일 일하고 이틀 쉬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총 48시간을 기본으로 일하니 잔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총 4시간밖에 없다. 주당 20시간이었던 잔업/특근시간이 4시간으로 줄어든 것이다. 

자연스럽게 월급도 줄었다. A씨는 월급의 7~8%가 줄었다. A씨는 "직원의 80~90%가 대부분 특근과 잔업을 했다. 추가 수당으로 돈을 더 벌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 52시간이 법제화되었으니 회사에 근로 시간을 늘려달라고 할 수도 없다. 회사가 기본급을 올려주는 방법이 최선"이라 말했다. A씨는 "결혼, 육아 등으로 돈이 필요해 연장근로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월급이 주니 사내 분위기는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도 주 52시간 근로로 타격을 입은 근로자들의 원성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주 52시간으로 월급이 줄어 생계 유지가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자동차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을 둔 B씨는 청원에 "주 52시간 때문에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4일 일하고 이틀 쉬는 방식으로 3교대로 돌아가고 있다. 주말에 일하고 평일에 쉬는 날이 대부분이다. 경제적으로도 (52시간 전후) 월급 차이가 심각하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을 둔 C씨는 "주 52시간 문제로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2교대를 하고 있는 신랑이 우리 집 가장이다. 주 52시간을 해버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나도 두 아이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지만 경기도 어렵고 일을 구하는 곳은 하늘의 별 따기다. 주 52시간, 물론 좋지만 돈이 없다면 어느 가정이 행복할까"라고 밝혔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감소분에 대해 절충안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자신을 중소기업 근로자라 밝힌 D씨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정착에 대하여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대기업이나 공기업만이 누리는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생활비를 줄이고 자식의 학원비용과 용돈을 줄이며 무슨 생활의 여유가 생기겠는가"고 호소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투잡(Two Job)'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을 대기업 근무 18년차 45세 남성이라 밝힌 청원자 E씨는 "연봉이 줄고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퇴직금도 줄고 휴가도 못낸다. 세금 제하고 양육비, 공과금, 월세를 내고 나면 한 달 생활비도 안 나온다. 대기업 다니는 나도 투잡을 고민하는데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은 오죽할까"라며 주 52시간 시행을 비판했다. 

실제 알바몬 7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투잡을 하는 직장인들은 중 절반이 생계를 위해서였다. 투잡을 하는 직장인 10명 중 4명(42.7%)이 생활비 마련을 위한 것이었고, 10명 중 1명(9.9%)은 가계 빚을 갚기 위해서 투잡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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