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이매진아시아

7월 1일부터 특례업종에서 폐지된 방송업계 노동자 역시 주68시간 근로 적용(특례업종에서 폐지된 방송·광고·통신·우편업 등 21개 업종은 300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더라도 주당 52시간 근로규정은 내년 7월부터 적용받는다. 다만, 올해 7월부터는 주68시간으로 근로 시간이 제한된다)이 된 가운데, 여전히 대다수 현장은 강도 높은 노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종영하는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스태프는 최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 측에 제보를 해 "하루 1시간도 자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촬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분하고 안타깝다. 이렇게 현장 사람들이 밤새 일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이런 걸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거라 착각하는 사람들에 최소한의 긴장이라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빛센터는 MBC 측에 해당 스태프의 노동 조건을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MBC는 아무런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한빛센터의 탁종렬 소장은 19일 미디어SR에 "'이리와 안아줘' 스태프가 쓴 편지를 제가 받았고, 이 내용은 MBC 사장을 포함한 임원이 봐야 할 것 같다 판단해 전달을 했다. 그러나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라며 "다만, 비공식적 루트로 드라마가 종영이 임박해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는 내용은 전달받았다"라고 전했다.

탁 소장은 20일 '이리와 안아줘'의 후속 드라마인 MBC '시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인권이 있는 드라마' 캠페인의 일환인 1인 시위를 열 예정이다.

MBC 사측이 드라마 노동조건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는 '시간' 등 아직 방송이 되지 않은 드라마를 통해서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SR 역시 MBC 측에 촬영 노동조건 개선의 지침 등을 따로 마련했냐는 질문을 했지만, 답을 받을 수 없었다. 다만, MBC 노조를 통해 확인한 결과 노조 측에 전달되거나 혹은 노조와 협의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반면, SBS는 나름대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 작업에 착수했다. SBS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의 경우, 스태프의 불만이 접수되자 예정된 밤 촬영을 취소하고 B팀을 투입하는 등의 개선 조치를 했다.

또 SBS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의 제작총괄 PD가 스태프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SBS가 근로기준법 취지에 맞춰 드라마 제작 현장의 주당 68시간 노동시간을 준수할 방침이라는 내용을 미리 알렸다.

이를 위해 대본의 조기 확보 및 방송일 3개월 전 촬영 시작, B팀 조기 투입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으며, 주5일 1일 15시간 촬영(1인 근로시간 13시간, 휴식시간 2시간 포함) 및 1주 3시간은 촬영 준비와 정리 시간을 노동시간에 포함시키고 15시간 이상 촬영 시 다음 날 촬영 시간을 조정 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전달했다.

탁종렬 소장은 "SBS의 이번 가이드라인이 갖는 큰 의미는 이 가이드라인이 SBS 소속 노동자 외에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포괄적용된다는 점에 있다"라며 "물론 세부적인 것을 이행하면서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은 있겠지만, 기본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탁 소장은 "그러나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이 같은 작업에 더 소극적이라는 점은 안타깝다. 공영방송이 더 큰 사회적 책임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런 점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한편, SBS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회사 차원에서의 지침이냐는 질문에 "제작현장에서 나름대로 하는 자체적 노력으로 파악된다. 아직 노사가 합의한 가이드라인은 없고 여전히 협의 중인 단계"라며 "회사 차원에서는 주68시간 근무를 적용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다만,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부분이라 시간이 걸린다. 계속해서 노력 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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