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모여 사회적 책임에 관해 공부하고 토론하는 학습조직이 있다. 모두가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7년을 꾸준히 성장해온 조직, 클리피디아(Clipidea)를 소개한다.

클리피디아는 2011년 12월 설립된 스터디 모임으로 학생, 비영리 활동가, 교수, 일반기업의 인사 및 컨설팅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회적 책임을 행동하는 사람들의 플랫폼을 지향한다. 지금까지 사회적 책임에 관련된 발제만 200건 이상, 학습 시간은 약 800시간을 넘겼다. 매주 주말에 모여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론 및 지식 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여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해 나가려는 소양을 기르며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끊임없이 소통한다.

다양한 스터디 모임이 존재하는 이 시대에, 7년 간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고 있는 이 조직의 특징은 무엇일까? 클리피디아는 2017년 지속가능보고서를 제작하여 조직의 문화와 스토리를 공개했다. 코스리는 클리피디아의 김유빈 공동의장을 만나 보고서 제작의 취지와 담고있는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클리피디아 김유빈, 조용범 공동의장과 액팅멤버들 (출처=클리피디아)

-클리피디아 설립자이자 현 의장으로서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사회적 책임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같이 성장하는 곳이라고 소개할 수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책임이란 어떤 주체가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이해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강화하고 부정적 영향은 감소시키려는 모든 행동과 생각을 이야기 합니다. 제가 볼 때 사회적 책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들을 인지하고 다시금 사회에 긍정적으로 돌려주고 싶어해요. 반대로 사회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일들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죠.

매주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내부적으로 발제나 스터디를 통해 아젠다를 형성하고 오픈데이(스터디원 외 일반 사람들을 초청해 지식과 의견을 공유하는 장), 대학강의, 지속가능보고서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대화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2017 클리피디아 지속가능보고서 (출처=클리피디아)

-지속가능보고서까지 제작하다니 그 노력과 의미가 크게 느껴지는데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됐나요?

보고서를 만들게 된 계기는 바로 우리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기 위해서였죠. 사회적 책임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조직으로 지속가능해야 했거든요. 우리 조직의 발전 방향을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클리피디아 같은 조직이 보고서를 발간하면 그 자체로 의미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어요. 디자인이 예쁜 보고서가 아닌, 우리 조직의 장점과 단점을 낱낱이 공개하고자 했습니다. 대부분 지속가능보고서는 제작에 품이 많이 들지만 그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는게 현실이죠. 영리기업도 실제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내는 기업은 100여 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알고 있어요. 비영리 조직 중에는 거의 없고요. 클리피디아 정도 규모의 조직도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할 수 있고 보고서를 통해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었어요.

 

-보고서 작성이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나요?

물론입니다. 보고서를 만들면서 얻은 성과 중 하나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 조직이고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예요. 클리피디아의 좋은 문화는 늘 잘 설명해 왔는데, 과연 어떤 서비스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를 설명하기는 모호했거든요. 영리기업의 경우 그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기업이 지속 가능한데, 과연 우리가 만들어내는 재화 또는 서비스는 무엇인지 정확히 표현할 수 없었어요. 논의 끝에 얻은 결론은 바로 ‘사람’이더라고요. 사람을 배출하는 것이 클리피디아가 세상에 제공하는 주요한 서비스이자 가치라는 것을 발견하게 됐지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클리피디아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식과 소양을 쌓을 기회,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 분야 내에서 진로 및 자아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주는 곳입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 사람이 사회에서 긍정적 영향을 확산하도록 돕고있어요. 이런 선순환적 서비스를 명시화 할 수 있게 된거죠. 나아가 정리된 내용으로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할 수 있게 됐고, 특히나 신입 멤버가 들어올 시즌에는 이들에게 조직의 문화와 방향성을 분명히 설명할 수 있게 됐어요. 이런 것들이 조직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획부터 발간까지 총 2년이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 드린대로 기획 단계에서 우리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클리피디아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었다는 거였어요. 저희가 참고한 NPO 지속가능보고서 가이드라인에서 질문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무엇입니까?”에 대답하지 못했어요.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논의하는데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됐어요.

또 처음 써보고자 하니 정말 잘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 특히 저희는 주말에 모여 스터디를 하는 조직이다 보니, 시간의 제약이 가장 컸어요.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이탈자도 생겼고, “우리가 이 작업을 왜 해야하지?”라는 스스로에게 보내는 질문에 계속 답해야 했습니다.

보고서를 제작하는 첫 시도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꽤 있었고 그것들에 하나하나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2년이라는 시간의 비용이 소요됐지만, 클리피디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답할 필요가 있는 질문들이었기에 단순한 비용 그 이상이었습니다.

 

-보고서를 활용해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요?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보고서 발간 후 일명 ‘ㅅㅅㅅ’ 라는 이름으로 지속가능보고서 발간회를 개최했어요. 클리피디아 활동 스터디원 뿐 아니라 지금은 활동하지 않지만 함께 클리피디아의 역사를 만들어준 알럼나이(alumni),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한 조직에 관심있는 분들을 초대하여 클리피디아를 소개하고 보고서의 의미와 가치를 소개했어요.

또 클리피디아에서 운영하는 SNS 채널을 통해 보고서 발간 소식과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이 채널에서는 클리피디아가 축적해온 각종 발제 자료 및 기타 콘텐츠들을 확인 할 수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NPO지원센터 홈페이지 아카이브에서도 클리피디아 지속가능보고서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조직의 규모와 상관 없이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면, 보고서 제작에 관심이 있다면 클리피디아의 지속가능보고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7 클리피디아 지속가능보고서 발간회 ㅅㅅㅅ에 참여한 내외부 이해관계자들 (출처=클리피디아)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조직 또는 지속가능보고서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남기실 말씀은?

제작 과정에서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작업이 마무리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기관동안 배운게 참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공부하면서 기업의 보고서를 수도 없이 봤지만 사실 읽어보는 것보다 한번 써보는 것이 나와 조직의 성장을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저는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고 (공동)의장이기도 해서 클리피디아의 역사를 잘 알고 있어 기획과 작성이 수월한 점도 있었지만, 사실 꼭 창립자만이 보고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좋은 조직이라면 누가 쓰더라도 같은 수준의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보고서를 처음 작성하면서 겪은 시행착오 경험을 기반으로 몇 가지 팁을 보고서에 담아뒀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을 꼭 참고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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