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프랑스 외교부

20년만에 우승컵을 거며쥔 프랑스는 '레인보우'를 내세웠다. 대표팀 엔트리 23명 중 21명이 이민자 가정 출신일 정도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선수들을 기용했다.

디디에 데샹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는 16일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를 4-2로 이겼다. 1998년 프랑스 자국에서 열린 대회 이후 20년만의 우승이다. 

비(非) 백인계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대표팀의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이 부각된 가운데, 본토는 테러와 고질적인 이민자·난민 범죄 문제는 잠시 뒤로 하고 인종을 넘어 하나 된 분위기로 화합하고 있다. 특히 결승전에서 자책골을 제외한 골을 터뜨린 프랑스 세명의 선수는 모두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음바페는 카메룬인 아버지와 알제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포그바는 기니 이민자 2세 출신이다. 유일하게 백인인 그리즈만도 포르투갈(母)-독일(父) 혼혈의 프랑스인으로 정통 프랑스계가 아니다.

한편, 프랑스는 지난 1998년 첫 월드컵 우승을 거뒀을 때에도 비슷한 팀 구성으로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대표팀은 지네딘 지단(46), 파트리크 비에이라(42), 티에리 앙리(41) 등 여러 인종과 다양한 이민자 출신의 선수으로 구성돼 모여 월드컵 우승의 영광과 함께 국민 통합에도 기여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란스 내 테러가 다수 발생하고, 반(反) 이슬람, 반이민자 정서가 확산되면서 프랑스 축구대표팀 또한 위기를 맞았다. 특히, 월드컵을 준비하는 지난 4년 간 이슬람 극단주의의 테러나 이민자 중심의 할렘가 형성 등이 극심해지며, 유럽 내에서 비교적 친난민적이었던 프랑스 국민의 난민 수용 반대 지지율을 높이기도 했다.

제공: 프랑스 외교부

그런데 이번 프랑스의 승리가 이런 여론을 조금은 바꾼 추세다. 이민자 중심으로 이뤄진 팀이 일궈낸 영광에 온 국민이 찬사를 보내며 각 선수들의 학창시절과 과거, 바다를 건던 이들 부모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파 정치 성향을 자처하던 프랑스 대학생 메데릭 류북스(23) 씨는 16일 페이스북에 '우리가 누구든 프랑스는 하나다'라는 글을 썼다.

그는 미디어SR에 "음바페의 힘찬 슈팅을 보며 난민이나 이민자는 더 이상 나라의 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들도 분명 프랑스에 도움이 되는 존재이며, 이들이 프랑스의 일부가 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프랑스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프랑스 국민들의 난민이나 이민자에 대한 인식이 이전보다 긍정적"이라며 "현재의 열기와 분위기는 분명히 정치 권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만한 크기"라고 전했다.

제공: 프랑스 외교부

프랑스의 국가대표 멤버들은 바다건너 온 이민자와 난민의 딸, 아들들이 국위선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히 보였다. 이와 같은 난민과 이민자에 관한 긍적적 인식의 변화는 현재 제주 예멘 난민 수용 찬반 갈등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소연 공익법무법인 어필 변호사는 미디어SR에 "난민과 이민자를 무기력한 존재로 바라보고, 이들이 자국민에 짐이 된다고 생각하는 등 우리나라의 난민 및 이민자 관련 인식 수준이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난민의 일탈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제대로된 교육을 받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갖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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