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스타벅스에 갈 때마다 마신 컵을 버리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컵 한번 쓰고 버리기 참 아까운데’ 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재질도 좋고 튼튼해서 단 한 번 사용되고 휴지통으로 버려지긴 아까운 퀄리티다. 가능한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가려 하지만, 특히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컵 버리기 아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특히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다. 아메리카노는 다른 음료보다 더 뜨거운 관계로 컵 두 개를 겹쳐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는 일회용 컵, 각각의 나라에서 쓰이는 분량, 전 세계적으로 생각하면 엄청나다. Ecoffee Cup이라는 단체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일회용 컵의 수는 연간 무려 5천억 개에 다다른다. 문제는 플라스틱 재질이 섞여서 제조되기 때문에 재활용되는 비율이 극히 적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까? ‘일회용 컵 사용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클까? 환경에 대한 외침이 강요처럼 느껴지지 않게, 보다 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10년간 큰 인기를 누리는 마케팅 관련 책이 있다. 미국에서는 2008년에 출판되었고, 한국에는 2009년에 번역 출판된 ‘넛지(Nudge)’라는 책이다. 미국 시카고대 교수인 행동경제학자 리차드 탈러(Richard H. Thaler)와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제시한 넛지 효과 이론이 담긴 책이다. 넛지는 옆구리를 슬쩍 찌르다는 뜻인데, 이를 인간이 부딪히는 수많은 상황에서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도록 하는 자연스러운 유도, 부드러운 개입 효과를 넛지 효과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면 화장실에서 손을 닦는 화장지 사용을 줄이고자, 전 세계의 숲이 줄어드는 디자인을 화장지 용기에 접목해 사람들의 화장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탈러 교수는 이 넛지 이론으로 2017년 경제학 분야 노벨상을 받아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넛지 효과의 예: 줄어드는 녹지와 숲을 반영하는 디자인을 화장지 용기에 도입해 화장지 사용량을 줄이는데 기여 : 출처

#할인 vs. 벌금: 살짝 바꾼 관점의 효과 

얼마 전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 이야기를 읽게 되었는데, 조그만 변화로 일회용 컵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영국의 한 대학교에서 자체 조사를 해보니 대학 캠퍼스 내에서 사용되고 버려지는 일회용 컵이 일 년에 무려 19만1천 개에 달했다. 종이와 플라스틱이 섞여 만들어진 컵이라 재활용도 되지 않는 컵이었다. 이 대학에서는 매달 사용되는 일회용 컵의 양과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무엇보다도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 개인 머그/텀블러 사용을 장려해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고자 하였다.

그래서 우선 할인제도를 도입했다. 학교 내 카페에서 개인 머그컵이나 텀블러 등 재활용이 가능한 컵을 가지고 오면 음료 가격에서 25페니(약 3백 7십원)를 할인해 주었다. 다시 말해 3달러 음료를 일회용 컵을 이용하는 경우는 3달러에, 텀블러를 가지고 오는 고객은 2.75달러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이번에는 반대의 접근을 시도했다. 일회용 컵을 이용하면 커피 가격에서 25페니를 추가로 내게 하는 ‘벌금제’를 시행한 것. 예를 들어 3달러 커피를 주문하는 경우 일회용 컵을 이용하는 경우 3.25달러에 마시게 되는 것이고,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오면 3달러에 마시는 것이다. 

그랬더니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텀블러를 가지고 오는 경우의 수가 엄청 늘어 연간 3만4천 개의 일회용 컵 사용량이 줄었다. 음료 판매량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왜 결국은 같은 가격에 커피를 마시는데 한 경우는 일회용 컵 사용이 그다지 줄지 않았고 다른 한 경우는 크게 줄었을까? 

이 재미있는 결과는 개인 컵 사용에 대한 할인을 해주는 것을 일회용 컵 사용 시 벌금의 관점으로 살짝 변화시켜서(넛지), 일회용 컵 사용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존의 영업 패턴에 살짝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환경친화적 행동을 크게 늘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물론 이 결과를 이익과 손실 사이에서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 행태의 측면에서 설명할 수도 있다. 행동경제학의 또다른 거장인 대니얼 카너만(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의 ‘손실회피성향(loss aversion)’의 이론으로 말이다. 같은 금액을 내 주머니에서 내는 것과 원래 내는 가격에서 할인받는 것에 대해, 내 주머니에서 내야 하는 25페니가 더 크게 느껴지므로 추가 비용을 손실로 본다면, 그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 개인 컵을 사용하게 된다고 볼 수도 있다.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한 문제와 위기의식이 높아지며 환경을 생각하는 마케팅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넛지 이론이든 손실회피 성향을 적용하든, 보다 더 현실적인 관점을 적용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해본다면 기존 정책들보다 훨씬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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