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의 선봉자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부부장 검사로 승진했다. 또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했던 임은정(44·30기) 서울북부지검 부부장은 청주지검 부장검사로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 차장에도 첫 여성검사가 발탁됐다.

13일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안에 따르면, 서 검사는 19일부터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로 자리를 옮긴다. 사표를 낼 각오로 폭로했지만, 조사가 진행되며 또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 끝까지 버티겠다 마음 먹은지 반년만의 인사다. 서 검사는 안태근(52·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지난 2010년 성추행을 당했고, 이후 인사상 불이익도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안 전 국장은 인사상 불이익처분을 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후 미투 운동에 합류한 임은정 검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로 임명됐다. 임은정 검사는 같은 기수 동기들에 비해 3년째 진급에서 누락돼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13일 미디어SR에 "이번 서지현 검사 등의 인사는 과거 인사상 불이익 혐의와는 관계 없는 진급"이라며 "같은 기수의 동기들과 똑같이 승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수의 미투 폭로자들이 직장으로 돌아가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검찰의 인사는 개혁을 향한 일보로 볼만하다.

남정숙 전국미투피해자연대 대표는 "미투의 상징적이신 분들이 상징적인 복귀를 이뤄낸 것에 대해 축하하고 싶다"며 "가장 보수적이라는 검찰 조직 내에서 미투 피해자의 정상적 복귀 및 승진은 분명 수많은 미투 피해자들에게 용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 여검사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이노공(49·사법연수원 26기) 부천지청 차장이 서울중앙지검 4차장으로 임명됐다. 여성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옛 서울지검) 차장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서인선(44·31기) 법무부 인권조사과장은 공안기획과장에 보임됐다. 200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치된 서 과장은 ‘첫 여성 공안검사’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대검 수사지원과장에는 김남순(45·30기) 부장검사, 형사2과장에는 한윤경(46·30기) 부장검사가 배치됐다. 김윤선(42·33기)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법무부 검찰과 부부장에 임명됐다. 법무부 검찰과 부부장은 인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 내 가장 힘있는 자리 중 하나다.

이번 '여'검사들의 고위급 인사에 사법부의 젠더감수성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다. 성폭력, 가정폭력, 스토킹, 몰래카메라 범죄 등의 여성을 대상으로 자주 일어나는 범죄를 읽는 시각에 균형이 잡힐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미디어SR에 "굉장히 남성중심적인 검사 조직에서 고위직 여성 검사들이 다수 보임되고 있다는 것은 의미있는 변화다. (사법고시·로스쿨 등에서) 여성의 성적이 높은 편이어서 임용 비율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내부 의사결정직에 있는 여성 검사는 아주 소수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성 검사들이 늘어나야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여성 검사라고 젠더 감수성을 무조건적으로 갖춘 것은 아니다"라며 "판례와 검찰의 조치에 대해 젠더의 관점에서 꾸준히 성찰하고 여성인권과 성평등 실현을 위한 자체적인 공부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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