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청년들의 취업난이 어려워지는 모양이다. 지표가 눈에 띄게 안 좋아졌고 뒤늦게 대통령도 심각성을 알고 잠시 북한 일은 접어두고 경제를 챙기는 일이 잦아졌다.

‘뭐 그래도 우리 때보다 더 힘들겠어…? 그땐 전두환이 하고 목숨 걸고 싸웠는데…. 요즘은 먹고 사는 걱정만 하는 거…. 너무 쪼잔하지 않아?’ 

어디 가서 제발 이런 소릴 하지 마시라. 꼰대 아재에 늙은이 하품하는 소리로 들려 대접도 못 받는다. 어느 시대건 동일한 무게의 고민과 어려움이 청춘의 어깨에 놓여있는 법이다. 괜한 위로랍시고 뻔한 말 하지 말고 정히 도와줄 게 없으면 지갑을 열어 현금으로 찔러 주는 게 그나마 대접받는 상책이다. 영화 ‘변산’도 이준익 감독이 그렇게 슬쩍 티 나지 않게 청춘을 위무하면서 젊은이들과 한바탕 신나게 놀아주는 영화다.

출세하고 싶어서 애저녁에 고향과 등진 학수(박정민)는 서울에서 밑바닥을 박박 기며 살고 있다. 발렛 파킹에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입에 풀칠하기도 바쁘지만 상경하는 대부분의 청년들처럼 그에게도 꿈이 있다. 바로 멋진 가수 래퍼가 되는 거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에 6년 동안 도전했지만, 아직도 그는 간택 당하지 못한 무명 래퍼일 뿐이다. 이제는 정말 때려쳐야 하나 하는 순간에 절대로 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고향과, 고향의 아버지가 그를 느닷없이 소환한다.

한순간도 위로가 되지 않았던 고향 변산. 너무나 가난한 폐항이라 보여줄 것이라곤 노을밖에 없다며 자조했던 그 지긋지긋한 고향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정작 가 보니 자신을 짝사랑했던 선미(김고은)의 꼼수였고 학수는 끔찍했던 옛 친구들과 조우하면서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아버지는 꾀병인 듯하고 선미는 자신을 계속 붙잡고 자신이 학창시절에 괴롭혔던 친구 용대(고준)는 건달이 되어 학수를 괴롭힌다. 기억 속에서 완전히 지우고 싶었던 학수의 과거 흑역사가 다시 떠오르면서 그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변산에 체류하게 된 학수는 자신이 서울에서 지리멸렬한 삶을 살아 가는 동안 고향 친구들은 어느덧 한 명씩 자리를 잡고 있는 걸 발견한다. 시골 촌년이라 무시했던 선미는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고, 자신의 밥이었던 고준은 잘나가는 건달이 되었으며 자신의 시를 베낀 친구 원준은 지역 신문기자가 되어 나타난다. 

이곳 변산에서 서울에서 지칠 대로 지친 학수는 조금씩 힐링을 하며 잊었던 자신의 모습을 찾기 시작한다. 까맣게 사라졌다고 생각한 시심(詩心)을 되찾고, 도저히 화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에게도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었으며 선미와의 애심(愛心)도 살아난다. 이런 모두가 가능한 건 ‘가난해서 보여줄게 노을’밖에 없다던 고향 변산의 힘이었다.

‘변산’은 청춘의 성장영화다. 고향과 고향 친구를 통해 다시금 초심을 회복하면서 새롭게 살아갈 힘을 충전시켜주는 에너지 같은 영화다. 사극영화 ‘박열’,‘동주’에 이어 청춘 3부작을 ‘변산’으로 마무리한 천상 이야기꾼 이준익의 섬세하지만 힘 있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번 휴가에 우리도 고향에 들러 잠시 잊었던 그때 그 청춘의 빛나던 스웩을 되찾아 오자.
“인생..그 까짓거 기꺼이 살아주마” 
오랫동안 노가다로 삶을 버티면서 두 번째 장편 상업영화 ‘변산’ 시나리오를 쓴 절친의 카톡에 새겨진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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