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토끼가 잡혔습니다. 네이버, 다음, 레진코믹스 등 웹툰 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웹툰을 복제해 무단 게시하는 불법 사이트가 바로 밤토끼인데요. 웹툰 사이트에서 유료로 서비스하는 작품을 무료화해 사용자를 확보한 뒤, 도박 사이트 등에서 광고료를 받는 형태로 수익을 취한 이들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웹툰 업계는 환호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이 미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바람에 정부 역시 손을 놓고 있었는데 거짓말 같이 그 꼬리가 잡혔습니다.

작가들도, 플랫폼들도 간만에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음악도, 영화도, 드라마 다시보기도 이제는 돈을 내야 하는 시대입니다. 웹툰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 입니다.

밤토끼의 검거를 계기로, 웹툰 업계는 '웹툰 콘텐츠도 돈을 주고 합법적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고히 하려하고 있습니다. 웹툰의 유료화 없이는 더 이상의 산업의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작가들은 지속적인 콘텐츠 창작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익 보장이 필요합니다. 작가들에게 수익을 보장하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적자 운영이 더 이상은 부담스러운 입장입니다. 소비자들이 더는 불법사이트를 기웃거리지 말고,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웹툰을 소비해야 하는 산업의 구조입니다.

미디어SR이 작가들과 플랫폼의 이야기, 그 산업의 구조를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매체 환경이 온라인화되며 만화는 종이에서 액정으로, 만화 대여점은 포털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다음과 네이버라는 거대 포털이 웹툰 서비스를 론칭하고, 중소 웹툰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웹툰은 단순히 온라인 상에서 보는 만화가 아닌 미래 미디어 산업으로 여겨지게 됐다. 최근 몇 년 동안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대거 제작돼 해외로도 수출되는 등 'B급 문화'를 넘어 한류 콘텐츠 자체로서의 가치가 있음도 증명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포털 플랫폼 사업자로, 레진코믹스와 코미코의 웹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전략 또한 다분화하고 있다.

□적자 웹툰 플랫폼, 1조원 웹툰 시장 열다

1조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추산한 지난해 국내 만화시장 규모다. 작년에 개봉한 웹툰 원작의 영화 '신과 함께'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하고, 해외에서도 K-웹툰이 인기다. 

전통적으로 웹툰은 포털에의 트래픽 유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고, 광고료로 발생하는 간접 수익에 대한 의존 정도가 매우 높았다. 포털 플랫폼형 사업자는 당초에 트래픽을 올리기 위한 도구적 관점에서 웹툰이나 웹소설을 시작했으나, 현재는 독립적 사업체로 운영하며 IP(Intelllectual Property·지적 재산) 사업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창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형 웹툰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 대개가 UV나 PV를 확대해서 포털 사이트에 사람들을 많이 오게끔 해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이었다. 레진이나 여타의 유료 플랫폼의 경우에는 유료 서비스는 사람들이 웹툰을 구매하게끔 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플랫폼에 큰 수익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한 교수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작가들을 많이 늘리기 위해서 미니멈 개런티를 주고 초과 수익에 대해 돈을 나누는 걸로 사업 모형을 만든다. 그런데 대부분의 플랫폼을 분석해보면 미니멈 개런티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작가가 10%도 되지 않는다. 결국 대부분 웹툰 플랫폼 자체가 적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이 적자를 이겨내는 방법이 투자였다. 다수의 웹툰 플랫폼 사업자들이 IT의 포텐셜과 저작권이 많다는 점을 내세우며 투자를 받아오며 연명했다. 하지만, 투자만으로는 회사 운영이 어려울뿐더러, 중장기적으로는 회사를 키울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그래서 모든 플랫폼들이 각자가 제일 잘하는 방식으로 독특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개발과 이의 파생 상품 개발에 집중 투자했다. 플랫폼 각각의 확고한 성격과 전략이 웹툰 시장 1조 시대를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영역 확장...동력은 'OSMU'

영화화된 웹툰 '신과 함께'. 이전에 뮤지컬화 되었던 바 있다. 제공: 네이버

콘텐츠 사업자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 목적은 결국 콘텐츠 IP를 자유롭게 활용하고자 하는 바에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파생 상품을 개발하는 OSMU(one source multi use)는 하나의 소스를 가지고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품 개발의 비용과 시간을 절약, 기업의 효율을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만화계 OSMU의 전통적인 사례로는 마블의 '어벤져스'가 있다. 1963년 9월 처음 만화로 연재가 시작된 '어벤져스' 시리즈가 수십년 동안 캐릭터 모습이 다듬어지면서 경쟁력을 얻게되고, 이제는 영화, 게임, 캐릭터상품, 테마파크 등등 다양한 컨텐츠로 생산되고 있다.

이에 국내 웹툰 플랫폼들도 웹툰 배포를 통해 인지도와 원천 콘텐츠에의 주목도를 높이고, 이에 기반한 파생 상품을 개발하여 부가 수익을 얻으려 하고 있다.

2006년 강풀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 한 ‘아파트’를 시작으로 많은 웹툰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으로 진출했다. 윤태호 작가의 ‘이끼’와 ‘내부자들’도 영화화됐고, '미생'은 성공적으로 드라마화됐다. 순끼 작가의 ‘치즈 인더 트랩’은 드라마와 영화화가 됐고, 기안84의 ‘패션왕’, ‘희생부활자’, ‘강철비’ 등 다양한 웹툰이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네이버 홍보실 송의영 과장은 "OSMU로는 하나의 인기 웹툰을 가지고 드라마, 영화, 굿즈 등 영역에서 신사업을 열 수 있다"며 "네이버 웹툰에서도 OSMU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많은 웹툰 콘텐츠와 작가를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는 '베스트도전'과 '도전만화가' 등 작가와 콘텐츠 발굴에 힘쓰고 있다.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180여개의 웹툰이 연재되고 있다. 이 외에 정식 연재의 전 단계의 '베스트도전', '도전만화가'에 게시되고 있는 콘텐츠는 상시 5,000여 개가 넘는다. 인기 작들은 정식 연재의 기회를 얻는다.

송 과장은 "네이버웹툰이 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원천은 누구나 쉽게 웹툰 작가에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에 있다"며 콘텐츠 확보 방법을 설명했다.

한편, 카카오의 경우 웹소설을 웹툰화하는 작업으로 콘텐츠 IP를 확장하고 있다. 보다 원천적인 형태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웹소설을 웹툰화 하는 경우 성공 확률이 높으며, 웹툰화의 성공이 웹소설 구독률을 재상승하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홍보팀 류현정 매니저는 미디어SR에 "검증된 소설 IP를 기반으로 웹툰을 제작하는 ‘노블코믹스’와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드라마코믹스’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웹툰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영역의 확장으로 종합 모바일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웹소설 원작의 '김비서가 왜그럴까'는 웹툰화된 후, 최근 드라마화 돼 큰 인기를 끄는 등 하나의 세계관으로 플랫폼 자체의 확장을 돕고 있다.

 

□장르, 코드, 연령대...플랫폼별 차별성

국내 웹툰 시장은 포털 네이버와 다음이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는 10~20대 취향의 개그, 판타지 웹툰이 주력 콘텐츠, 다음은 20~30대의 대학생, 직장인 취향의 서사형, 생활형 웹툰이 인기를 끄는 등 주력 콘텐츠에도 차이가 있다.

네이버웹툰에서는 SF판타지, 에피소드 코믹물 등 어린 연령대가 선호하는 장르가 많은 편이다. 반면, 다음웹툰은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웹툰 콘텐츠에 주력하는 등 비교적 무거운 스토리물이나 드라마와 같은 장르가 인기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영향력은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네이버가 더 크지만, 질과 우수성의 측면에서 영화화될만한 소재들은 다음에 더 많은 편이다.

한편,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에서는 하이틴 로맨스물을 다수 보급하는 등 플랫폼 별로 제공하는 콘텐츠를 분화했다. 

중소 플랫폼의 경우 대형 포털이 하지 않는 장르에 집중하고 있다. 19금 콘텐츠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레진코믹스나, 정통 서사만화나 교양만화를 연재하는 저스툰이 그 예다.

레진엔터테인먼트 고선미 홍보실장은 "레진코믹스는 그간 포털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드라마나 액션 장르뿐 아니라 판타지·브로맨스·SF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 론칭한 '저스툰'은 '클라스가 다른 재미'를 모토로 내걸며, 기존 웹툰 시장에서 사라졌던 정통 만화 콘텐츠를 주력 콘텐츠로 삼았다.

예를들어 저스툰을 통해 단독 연재되는 윤태호 작가의 ‘오리진’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대가 볼 수 있는 도서 분량 100권짜리 교양만화 시리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하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다루는 교육적 목적을 가진 웹툰이다. 기존의 플랫폼에서는 '팔리기 힘든' 콘텐츠다.

위즈덤하우스 미디어전략실 허형식 실장은 "저스툰은 유료 플랫폼에서 범람하고 있는 성인용 웹툰물을 탈피해, 과거 정통 서사만화가 가졌던 깊은 재미를 온라인에 다시 가져오려 한다"고 설명했다. 저스툰은 교양만화부터 블랙 코미디, 실용 영어회화 포토툰 등 다양한 웹툰이 기획 및 유통되고 있다.

한창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중소, 신생 플랫폼의 경우 접근성이 떨어지다보니 네이버나 다음에 없는 장르와 스토리를 독특하게 끌어내, 사용자를 유치하고 투자를 받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이 만화가 가장 강성했을 시기 6000여개의 저작권이 돌아다녔는데, 현재 국내 연재가 종료됐거나 연재중인 IP를 다 합치면 6000개가 넘는다"며 "다양한 플랫폼들의 성장과 다변화된 환경이 수많은 콘텐츠와 새로운 스토리를 끌어냈다"고 말했다.

 

□한류에 날개 단 K-웹툰

일본의 '망가'와는 다른 한국적 정서가 담긴 웹툰 콘텐츠 시장이 커지며 웹툰에도 한류가 일고 있다. 특히 IT 성장 속도가 빠른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고 성장한 고유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차세대 한류를 이끌만한 창의적 콘텐츠로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웹툰 사업자는 플랫폼 서비스 제공과 콘텐츠 제공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할 수 있다. 플랫폼 서비스를 직접 해외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대표적인 사업자로는 네이버가 있고, 콘텐츠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사업자로는 다음과 레진엔터테인먼트 가 있다.

네이버는 2014년 자사 모바일 서비스 ‘라인 웹툰’을 론칭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영국, 호주, 중국에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된 웹툰을 제공하고 있다.

2006년에 연재를 시작한 네이버의 최장수 웹툰인 '마음의 소리'는 웹드라마, 지상파 시트콤(최고 시청률 5.7%), 모바일용 캐주얼 게임 등 폭넓게 웹툰 IP로서 활용되고 있다. 한류에 힘입어 중국에서는 2014년부터는 중국 라인웹툰에 정식으로 연재 시작했고, 웹드라마는 최종 5화 방영일 기 준으로 중국에서 1억 뷰를 넘어서기도 했다.

다음 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을 제공 중인 카카오는 현지 콘텐츠 업체와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텐센트의 ‘텐센트동만’, 중국 최초 만화 사이트 ‘요유치’, 웹툰 어플 ‘미람만화’ 등 중국 대표 플랫폼을 통해 약 60개 작품을 서비스하고 있다.

다음에서 연재한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는 중국 텐센트·유요치 등 주요 플랫폼에 런칭 1개월 만에 1억 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 런칭 첫달 유료 매출 중국 내 전체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텐센트 큐큐닷컴(QQ.com) 유료 차트 1위에 오른 카카오 웹툰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네이버와 다음이 독점적으로 경쟁하고 있던 웹툰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갖추며 진입한 레진엔터테인먼트의 경우 해외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레진엔터테인먼트 고선미 실장은  “2017년 한해 웹툰 수출로 연내 해외결제액 100억원을 돌파했다”며 "이는 레진코믹스가 직접진출한 미국·일본시장과 간접진출한 중국시장의 실적을 합한 것으로, 전년도 해외결제액 27억원에서 약 4배 이상 성장한 수치"라고 밝혔다.

레진코믹스는 2016년 1월 진출한 미국시장에서 지난해 66억원의 결제액을 기록, 전년(8억원) 대비 755% 성장하며 전체 해외실적을 견인했다. 또 2015년 하반기 진출한 일본시장에서도 지난해 29억원의 결제액을 기록해 전년(19억) 대비 47% 성장했다. 지난해 봄 웹툰플랫폼 콰이칸 등을 통해 개별작품으로 진출한 중국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성미경 팀장은 "많은 콘텐츠량으로 내수시장에 한계가 오는 시점에 한류를 통해 새 시장을 열게 된 셈"이라며 "한류가 동남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등지로 진출하고 있는 만큼, 해외 웹툰 시장에 대한 전망 또한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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