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토끼가 잡혔습니다. 네이버, 다음, 레진코믹스 등 웹툰 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웹툰을 복제해 무단 게시하는 불법 사이트가 바로 밤토끼인데요. 웹툰 사이트에서 유료로 서비스하는 작품을 무료화해 사용자를 확보한 뒤, 도박 사이트 등에서 광고료를 받는 형태로 수익을 취한 이들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웹툰 업계는 환호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이 미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바람에 정부 역시 손을 놓고 있었는데 거짓말 같이 그 꼬리가 잡혔습니다.

작가들도, 플랫폼들도 간만에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음악도, 영화도, 드라마 다시보기도 이제는 돈을 내야 하는 시대입니다. 웹툰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 입니다.

밤토끼의 검거를 계기로, 웹툰 업계는 '웹툰 콘텐츠도 돈을 주고 합법적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고히 하려하고 있습니다. 웹툰의 유료화 없이는 더 이상의 산업의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작가들은 지속적인 콘텐츠 창작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익 보장이 필요합니다. 작가들에게 수익을 보장하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적자 운영이 더 이상은 부담스러운 입장입니다. 소비자들이 더는 불법사이트를 기웃거리지 말고,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웹툰을 소비해야 하는 산업의 구조입니다.

미디어SR이 작가들과 플랫폼의 이야기, 그 산업의 구조를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어느 순간 작가들이 플랫폼을 적으로 간주하기도 해요. 그런데 좀 더 큰 틀에서 작가들과 플랫폼은 공생 관계가 되어야 산업이 성장한다고 봅니다. 동료의식을 가질 필요는 있죠. 다만, 작가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플랫폼들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그런 부분들이 쉽지가 않아 양측이 대립각을 세우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지난 1월 레진코믹스의 블랙리스트, 지각비, 늦장 정산 등의 의혹으로 작가들이 시위에 나섰다. 제공: 한국웹툰작가협회

 

만화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웹툰 작가는 플랫폼을 통해 성장하고, 플랫폼은 해당 웹툰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며 영향력을 키운다. 공생 관계일 수밖에 없는 양측은 언제부터 틀어졌을까.

작가들은 플랫폼의 불공정 계약이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해 레진코믹스의 '갑질' 논란이 만화계를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다. 레진코믹스는 작가들에 '지각비' 명목으로 작품을 늦게 보내면 매출의 일부를 떼어갔으며, 작가들과 협의 없이 웹소설 서비스 종료 등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하기도 했다. 또 '월한강천록'이라는 작품을 연재한 회색 작가는 2년 동안 해외 서비스에 대한 고료를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국내에 웹툰 유료화 비지니스 모델을 도입해 안착시킨 레진코믹스는 유료 결제로 작가들에 안정적 수익을 제공한다는 '작가주의' 플랫폼을 표방해왔던터라 배신감은 더했다.

해당 사태는 일파만파 커져 작가들의 시위 및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확대됐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레진코믹스를 비롯, 네이버웹툰 등 타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까지도 모두 적발해 시정 조치를 내렸다.

작가들과 플랫폼 사이 계약은 사안마다 차이가 존재하지만, 통상적으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연재키로 계약한 플랫폼으로부터 MG(미니멈 개런티) 개념의 연재료를 매달 지급받는다. 여기에 독자들의 결제 등으로 이뤄지는 유료 수익이 발생하면 작가와 플랫폼이 이를 배분하는 형태다. 그러나 플랫폼이 원하는 만큼의 수익, 즉 MG를 초과하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유료 수익은 배분하지 않기도 한다.

MG의 해석 차이 때문에 작가와 플랫폼 사이 갈등이 발생한다. 작가들이 받아들이는 MG의 개념은 플랫폼이 작가들에 제시하는 '작품을 통해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화'다. 반면, 플랫폼에서 해석하는 MG는 작가들에 보장하는 최소 소득이다. 작가들이 최소 소득 이상의 수익화를 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플랫폼 입장에서 유리하다. 따라서 일부 플랫폼에서는 MG 보다 수익화가 떨어지는 작가들에 일종의 '실적'과 관련한 지적을 제기하기도 한다. 여기서 양측이 부딪힌다.

작가들은 자신의 몫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고 판매에 대한 책임은 플랫폼에 있다는 입장이며, 플랫폼으로서는 작가 역시 팔리는 작품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은 웹툰 작가들 역시 옳고 그름의 문제로 바라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작가의 입장만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업계 역시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나. 작가의 작품이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려면 플랫폼도 수익이 나야 하니 무조건 어떤 방식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작가 입장에서는 MG와 함께 유료 수익 배분 및 2차 저작물에 대한 수익 배분 등이 별도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플랫폼 입장에서는 MG를 넘어서는 초과 수익을 발생하는 작가가 10% 안팎이라는 점에서 적자가 나는 비지니스 모델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만화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작가들의 작품 정보를 다 파악하고 계약을 하는데, 작가들 입장에서는 해당 플랫폼의 기업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맺게 되다보니 이 계약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다. 회사에 대한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된 상태에서 계약을 맺게 되면 양측이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이윤 추구를 위한 플랫폼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플랫폼이 작가들과 계약할 때 일종의 꼼수를 쓰는 관행만큼은 청산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레진코믹스 사태로 인해 촉발된 공정위의 웹툰 플랫폼 조사 결과에서도 기존 계약들에서 작가들이 불리한 대목들이 여럿 밝혀져 시정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 결과, 웹툰에서 파생되는 2차 저작물, 즉 영화나 드라마 등에 대한 사용권에 대한 계약이 별도 계약을 통해 체결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되게 됐으며, 계약 종료 이후의 웹툰 출판 권리가 사업자에게 귀속된다는 항목 역시 삭제됐다. 

플랫폼들 역시 최근에는 작가 권익 보호 측면에서 잡음이 나오지 않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다음 웹툰은 신인 작가 기준으로 회당 50만원의 MG를 보장한다. 한달에 4회차를 연재하게 되면 200만원의 소득이 보장되는 형태다. 미리보기나 판권판매,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추가 수익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산을 한다. 또 2차 저작물 사용권 계약은 별도 계약을 통해 체결하고 있다. 카카오 페이지의 경우에는 작가들과 직접적으로 계약하지 않는 것으로 마찰을 최소화 했다. 카카오 류현정 매니저는 "카카오 페이지는 출판사 등 작가가 소속된 CP사들과 계약을 맺는 형태다. 작가들에 대한 수익 배분은 해당 CP사들이 하고, 카카오 측은 이에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레진코믹스 측은 "전년도 사상 최대 125억 적자에도 불구, 만화가들의 소득격차를 해소하고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연재 중인 작품의 최저소득보장금액을 올 2월부터 연간 3120만원으로 30%(전년도는 2400만원) 인상했다. 이는 예술인 연간 평균수입 1255만원, 만화가 평균수입 2002만원 대비 각각 248%, 155%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또 레진은 "처음 연재하는 신인작가들에게도 연간기준 최소 3120만원을 보장하는 레진의 최저소득보장제도(월MG)는 선인세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달이나 완결 이후 작품이 잘 팔린다고 해서 앞서 지급한 MG를 차감하지 않는다. 이같은 방식의 최저소득보장제도는 업계에서 레진코믹스가 처음 시작했고 현재도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하는 플랫폼은 흔치 않다"고 전했다. 

레진코믹스는 또한 12일 한희성 대표 명의의 공식입장문을 통해 일련의 논란을 모두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레진으로부터 부당한 처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론화한 작가들에 소송까지 제기하며 강경대응했던 레진 측은 여론은 물론, 정부기관까지 나서 불공정 행위를 걸고 넘어지자 결국 꼬리를 내렸다. 이에 레진은 지각비 명목으로 작가들의 수익 정산에서 제외한 금액을 모두 돌려줄 예정이다.  

그러나 플랫폼에서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가들은 여전히 불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에 작가와 플랫폼이 원하는 부분을 공정하게 조율해주는 에이전시나 협회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카카오 페이지처럼 CP사와 계약을 진행하는 형태가 이에 해당한다. 보이보다 다소 소극적 형태로는 작가들의 계약 문제를 상담해주는 한국만화가협회도 있다. 한국만화가협회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표준계약서를 만든 적이 있고, 이후 시장이 많이 변해 올해 2차 표준계약서를 만들 예정이다. 실제 작가분들이 해당 표준계약서를 공부를 많이 해 본인의 계약서와 비교 분석하기도 한다. 일종의 가이드를 제시한 것이다. 다만, 우리는 작가들 개별적으로 입장 차가 존재하는 만큼 계약에 깊이 개입을 하지는 않는다. 계약서 항목이 어떤 의미를 띄는지를 알려주는 선에서 해석을 해준다"라고 전했다.

밤토끼 검거 후 밤토끼 홈페이지에 올라온 저작권 캠페인. 웹툰작가 마인드C가 부산경찰의 밤토끼 검거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했다. 밤토끼 캡처

 

그런 한편, 최근 밤토끼 등 불법복제 사이트 문제에 대해서는 작가들과 플랫폼이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국만화가협회 등 작가들을 대표하는 단체는 물론, 플랫폼에서도 밤토끼나 장시시 등의 불법사이트 폐쇄를 위한 정부 차원의 단속에 적극 협조했다.

플랫폼과 창작자 모두가 상생하는 것의 전제는 웹툰이 더 이상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며 제값을 치뤄 봐야하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공공연히 자리잡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플랫폼과 작가의 공생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소비자의 인식이기도 하다.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①] 웹툰 20년의 역사, 1998년부터 2018년까지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②] 작가와 플랫폼이 말하는 웹툰 업계의 생태계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③] 웹툰 1조 시대, 다양해진 플랫폼별 전략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④]불법 웹툰사이트와의 전쟁 2라운드 돌입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⑤] 이지은 PD, "웹툰 불공정계약은 산업 구조에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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