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토끼가 잡혔습니다. 네이버, 다음, 레진코믹스 등 웹툰 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웹툰을 복제해 무단 게시하는 불법 사이트가 바로 밤토끼인데요. 웹툰 사이트에서 유료로 서비스하는 작품을 무료화해 사용자를 확보한 뒤, 도박 사이트 등에서 광고료를 받는 형태로 수익을 취한 이들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웹툰 업계는 환호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이 미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바람에 정부 역시 손을 놓고 있었는데 거짓말 같이 그 꼬리가 잡혔습니다.

작가들도, 플랫폼들도 간만에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음악도, 영화도, 드라마 다시보기도 이제는 돈을 내야 하는 시대입니다. 웹툰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 입니다.

밤토끼의 검거를 계기로, 웹툰 업계는 '웹툰 콘텐츠도 돈을 주고 합법적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고히 하려하고 있습니다. 웹툰의 유료화 없이는 더 이상의 산업의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작가들은 지속적인 콘텐츠 창작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익 보장이 필요합니다. 작가들에게 수익을 보장하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적자 운영이 더 이상은 부담스러운 입장입니다. 소비자들이 더는 불법사이트를 기웃거리지 말고,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웹툰을 소비해야 하는 산업의 구조입니다.

미디어SR이 작가들과 플랫폼의 이야기, 그 산업의 구조를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국내 웹툰 산업은 20여 년 만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했다. 이제 누구나 즐기는 콘텐츠가 된 웹툰. 그러나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다사다난했다. 웹툰을 독자들에 제공하는 플랫폼인 포털의 경쟁도 치열했다. 사라져간 서비스도 많다. 그 가운데, 웹툰의 유료화의 기점을 마련한 것은 레진코믹스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웹툰 유료화의 서막을 열어준 레진코믹스가 작가 갑질 논란으로 매를 맞기도 했다. 

2018년 밤토끼 등 불법 웹툰 사이트의 검거 및 대대적인 제재 조치로 인해 웹툰의 유료화 시장은 또 다른 시대를 앞두고 있다. 많은 일이 있었던 웹툰사의 20여년. 웹툰 산업에서 기록될만한 사건은 무엇인지, 지금 웹툰 산업은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 미디어SR이 짚어보았다. 

1998년 웹툰의 시작: '스노우캣'

1998년부터 연재된 생활툰 '스노우캣'은 웹툰의 시초로 여겨진다. 웹에서 연재된 것도 있지만, 만화 칸을 없애는 등 당시 전형적인 만화의 구조를 벗어난 새로운 형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만화의 인터넷 연재가 시작되면서, 칸 위주였던 만화 형식이 스크롤 형식으로 차츰 진화했다. 스크롤을 밑으로 내리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새로운 연출법이 도입된 것이다. 

이 때는 웹툰 플랫폼이라는 것이 없었기에 작가가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연재했다. 이후 2001년, 성게를 캐릭터화한 생활툰 '마린블루스'가 초대박을 치게 된다.

웹툰은 스포츠 신문에서도 둥지를 틀었다. 스포츠 신문은 90년대 후반까지 크게 성했지만,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매출이 줄어들게 됐다.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들여온 것이 웹툰서비스였다. 인터넷 트래픽을 끌어모으고 젊은 독자층을 유입하기 위해 젊은 층을 겨냥한 웹툰을 연재했다.

대표적으로 스포츠투데이에서 1999년부터 약 5년 동안 연재된 김진태 작가의 '시민쾌걸'과 2001년부터 일간스포츠에서 연재된 양영순 작가의 '아색기가'가 있다. '아색기가'는 성인형 만화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때부터 웹툰의 정기적 연재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2003년 다음, 만화 속 세상을 시작하다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 다음웹툰 캡처

다음이 2003년 웹툰 서비스를 열면서 본격적으로 웹툰 시대가 열리기 시작헀다. 2000년대 초반은 포털사이트들이 성장하던 시기였다. 당시 야후코리아와 다음이 엎치락 뒤치락 하던 시기였는데, 다음이 한메일 서비스로 야후코리아를 제압해 포털 1순위로 올라섰다. 이후 다음은 '만화 속 세상' 서비스를 론칭헀다. 

2003년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가 어마어마한 히트를 치면서 다음은 웹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순정만화'는 한 에피소드만 담고 끝내는 옴니버스 형식이 아닌, 한 이야기를 끊어 한 화 한 화를 이어가는 내러티브 형식을 취했다. 이전까지는 옴니버스 형식이 히트했었다. 하지만 '순정만화'로 장편 웹툰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순정만화'를 비롯한 강풀 작가의 대부분 작품이 영화화되면서, 웹툰의 OSMU 활용 가능성도 주목받게 된다. 

2004년 포털사이트의 피터지는 경쟁, 그리고 웹툰 

2004년 포털의 트래픽 싸움은 치열했다. 크게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코리아, 엠파스, 파란이 경쟁했는데, 네이버를 제외한 포털사이트들이 트래픽을 차지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 중 하나가 웹툰이었다.

파란은 웹툰 사이트 '엔타민'을 오픈해 양영순 작가를 영입했다. 같은 해 8월 엠파스는 '만화엔진'을 열어 강도하 작가의 '위대한 캣츠비'를 연재했다. 이때 웹툰계는 다음, 파란, 엠파스 3자 구도로 자리잡혔다. 당시 각 사의 대표적인 작가들(강풀, 양영순, 강도하)의 작품이 호평을 받아 저변 문화라고 여겨진 웹툰의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기도 했다. 

2005년, 네이버 웹툰 서비스 출시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 네이버웹툰 캡처

현재 독점적인 위치에 올라 있는 네이버 웹툰이지만, 네이버 웹툰은 타 포털사이트보다 한발 늦게 시작했다. 하지만 2005년 네이버는 이미 포털사이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2003년까지 1위였던 다음이 이메일 우표제 등을 시행해 사용자 이탈을 겪은 반면, 네이버는 지식인 서비스를 출시해 사용자들을 끌어모았다. 이후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 도서 서비스를 강화해 1위 굳히기에 성공했다. 이런 상황은 웹툰 트래픽과도 연결됐다. 

당시 다음은 기성작가 연재, 여성독자, 긴 스토리 작품이 많은 상황이었다. 이에 네이버는 신예작가, 옴니버스 작품, 독특한 장르를 찾아 다음과 다른 포지션을 만들었다. 그 결과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 김규삼 작가의 '입시명문사립 정글고', 워니, 침묵 작가의 '골방환상곡'이 히트를 쳤다. 결국 네이버는 다음을 완전히 꺾게 되는데, 2009년 1월 네이버 웹툰 월평균방문자수는 800만 명이었고, 다음은 400만 명 이었다. 이후 2010년 '치즈인더트랩', '신과 함께', '가우스 전자' 등 킬러 콘텐츠들이 연이어 연재되면서 네이버 독주 체제가 굳어지게 된다. 

2013년, 웹툰 유료화 바람을 불러온 레진코믹스 탄생

제공: 레진코믹스

2013년, 웹툰 역사상 길이 남을 레진코믹스가 탄생하게 된다. 레진코믹스는 매우 파격적인 전략을 취했다. 네이버, 다음 등이 웹툰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레진코믹스에서는 웹툰을 유료로 서비스했다. 웹툰을 돈을 주고 본다는 것은 당시 독자들에게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당시 레진코믹스는 일주일 동안 기다리면 무료로 볼 수 있는 미리보기 서비스와 돈을 주고 봐야 하는 유료 웹툰 서비스를 출시했다. 레진코믹스는 2014년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하고 2016년 4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내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레진코믹스는 유료 웹툰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웹툰 플랫폼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포털은 다양한 연령대가 이용한다는 한계로 19금 웹툰을 연재하기 까다로운 환경이다. 반면, 웹툰 전문 플랫폼인 레진코믹스는 그런 한계에서 자유로워, 보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이에 포털에서 연재하기 어려운 성인물이 레진코믹스에 모이기 시작했다. 수익을 내는 작품들이 대개 성인 웹툰이라 성인 웹툰이 많다. 플랫폼 자체가 포르노화 됐다는 비판도 받는다. 

2018년 현재, 레진코믹스는 성장의 역풍을 맞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 이면에는 부당 지각비 징수, 블랙리스트 등 불공정 관행이 있었다. 레진코믹스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작가들은 부정에 대해 폭로했고 레진코믹스의 위상은 추락한 상태다. 오늘 12일, 레진엔터테인먼트 한희성 대표는 부당 지각비 징수, 블랙리스트 모두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실험과 파격을 주도했던 레진코믹스가 앞으로 어떤 자세를 보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2018년, 웹툰 플랫폼 전쟁 시대

웹툰인사이트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웹툰시장에는 40여 개의 웹툰 플랫폼이 있다. 네이버웹툰이 1위, 그 다음으로 다음웹툰, 레진코믹스가 잇고 있다. 10여 년 전 5~6개에 불과했던 웹툰 플랫폼이 40여 개로 늘어났다. 

웹툰 유료화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했다고는 하나, 시장의 크기에 비해 웹툰 플래새폼이 과도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지은 누룩미디어PD는 미디어SR과의 인터뷰에서 "사이트가 많이 생겨나고 돈이 유입되면 문제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이전부터 예상할 수 있었다. 웹툰 시장에 거품이 생긴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PD는 "웹툰 플랫폼이 많아져 한 플랫폼이 일정 독자 수를 확보하기 것이 어려우니 애초에 유료로 구독하는 독자도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수익성 악화는 결국 불공정 계약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웹툰 산업은 빠르게 성장한 만큼 내부적으로 많은 리스크를 갖고 있다. 현재도 불공정 계약, 수익성 악화, 불법 웹툰 사이트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인 생태계 보호 기조, OSMU를 통한 수익 창출, 최대 불법사이트 밤토끼 폐쇄 등 긍정적인 소식들도 전해지고 있다. 웹툰 플랫폼, 작가, 에이전시, 정부, 독자 등 웹툰생태계 내의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합을 맞춰 웹툰 산업을 보다 발전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①] 웹툰 20년의 역사, 1998년부터 2018년까지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②] 작가와 플랫폼이 말하는 웹툰 업계의 생태계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③] 웹툰 1조 시대, 다양해진 플랫폼별 전략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④]불법 웹툰사이트와의 전쟁 2라운드 돌입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⑤] 이지은 PD, "웹툰 불공정계약은 산업 구조에 원인"

키워드

#웹툰 #플랫폼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