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규 드림스폰 대표. 구혜정 기자

일반적으로 장학금은 생활이 어려운 학생,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일정 금액의 돈을 주는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치킨 장학금, 매운 족발 장학금, 중간고사 끝 여행가자 장학금 등 듣도 보도 못한 장학금을 주는 곳이 있다. 바로 청년의 스폰서(sponsor, 후원자)가 되는 장학 포털, '드림스폰'이다. 

드림스폰은 3,000여 개의 장학금 정보를 소개하는 장학 포털이다.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장학금 정보를 모아 한눈에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일일이 기업이나 학교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장학 모집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

드림스폰이 생기기 이전, 학생들은 일일이 정부부처, 기업 웹사이트 등을 뒤져 장학정보를 찾아야 했다. 복잡했다. 드림스폰의 안성규 대표는 이런 점을 아주 불편하게 생각했다. 또, 대학생들이 장학 기회를 놓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에 안 대표는 주변 지인들과 함께 2013년 '드림스폰'을 세우게 된다. 그는 지자체, 대학교, 정부부처 등에서 장학 정보를 모았다. 장학 정보를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어 이용자들이 편하게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대학생들에게 혁신적인 정보 포털이었다. 현재 드림스폰은 페이스북 팔로워 8만 명이 넘을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드림스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현재 모집 중인 일반장학, 조건대로 검색할 수 있는 맞춤장학, 대학생 공모전, 그리고 드림스폰의 자체 장학인 '드림 장학'을 확인할 수 있다.

드림스폰에서는 특이한 장학 제도인 '드림 장학'도 만나볼 수 있다. '드림 장학'에는 '혜영/준영 여행장학', '나의 첫 배낭여행 장학', '2018 매운족발 장학' 등이 있다. 무려 치킨을 주는 장학도 있다. 이는 드림스폰이 자체적으로 만든 장학금이다. 

드림스폰 홈페이지. 다양한 장학금을 열람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놨다. 드림스폰 캡처

드림스폰은 어떻게 재미있고 기발한 장학을 만들어냈을까? 이 해답은 안성규 드림스폰 대표가 생각하는 '가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디어SR은 날이 쨍쨍하던 지난 15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안 대표를 만났다. 안 대표는 정장을 입고 환히 웃으며 기자를 반겼다. 그는 인터뷰 내내 밝은 목소리로 질문에 답했다. 때로는 진중한 모습도 보였다. 다음은 안 대표와의 1문1답. 

-드림스폰을 소개해주세요. 

드림스폰은 '드림스폰서'라는 뜻입니다. 꿈을 응원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뜻이에요. 꿈을 응원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장학금과 교육을 통해 돕습니다. 

장학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에게 필요한 제도입니다. 근데 장학금 제도가 3~4천 개이면, 하나하나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2012년부터 장학 제도를 일일이 모아, 분석하고 가공해 청년들에게 제공한 서비스가 드림스폰입니다. 당시 학생들도 폭발적으로 반응했어요. 이용했던 저도 편했고, 제 친구들도 편하게 이용했습니다.

-드림스폰에서 장학금을 비롯한 청년들을 위한 국가 제도들도 소개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청년들과 대학생에게 꼭 필요한 좋은 제도나 정책은 소개하고 있어요. 청년내일채움공제, 전세임대주택, 청년통장 등 좋은 제도를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에게 좋은 제도가 많은데, 익숙해지지 않으면 참 어렵습니다. 많기도 하고. 확 와 닿지도 않아요. 청년들이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소개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드림스폰 자체에서도 장학금을 주는 것으로 아는데, 드림스폰의 장학 목표는 무엇인가요?

드림스폰 취지는, '굶어 죽지만 않는다면, 돈이 생기면 어떻게든 장학금을 만들자'입니다. 저도 한 달에 3만 원씩 모으고 있어요. 그러면 연말에 36만 원짜리 장학금이 생기니까요. 틈만 나면 사회에서 자리 잡은 사람에게 돈을 달라고 해요. 한, 50만 원 정도? 장학금 만들게. 

제 장학 목표는 1인 1장학금입니다. 권민수(기자 이름) 장학금. 안성규(본인) 장학금. 그 사람의 가치관과 스토리를 담은 장학금을 만드는 거죠. 

대표적인 예로, 혜영/준영 장학금, 김지혜 장학금이 있어요. 이분들은 제가 꿈꾸고 있는 것을 이미 하고 있어요. 김지혜 장학금은, 김지혜라는 학생이 학생회장을 하면서 받은 장학금을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주라고 드림스폰에 기부한 거예요. 드림스폰은 고스란히 전달했고요.

혜영, 준영 학생은 사진전을 열어 크라우드펀딩으로 얻은 35만 원 수익을 다른 학생이 국내여행을 다녀오게 하는 장학금으로 기부했습니다. 어른들이 보면 적은 돈이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도록 일부를 쓴다는 게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죠.

- 보통 장학제도라고 하면,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이나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드림스폰에는 솔로 장학금, 매운 족발 장학금 등 재치있고 다양한 장학제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솔로 장학은 연애를 한 번도 못 해본 사람에게 주는 장학금이에요. 잉여장학금도 있습니다. 잉여스러운 사람에게만 주는 장학금. 하하. 향수를 줄 테니 향수 뿌리고 나가라는 장학금입니다. 학점이 B이하, C이상인 학생에게 치킨을 주는 장학금도 있어요.

매운 족발 장학금은 학생들에게 매운 족발을 지원하는 장학이에요. 사무실 근처 단골집이 있는데, 그 집 사장님이 "나도 좋은 일 하고 싶은데, 뭐 없을까?"라고 물어보셨어요. 사실 소상공인은 현금으로 장학을 만들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 드림스폰의 슬로건 중 하나가 '꿈을 응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장학이 될 수 있다'이니 포기할 수 없었죠. 그래서 족발로 사업을 하고 계시니 족발로 마음을 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게 매운 족발 장학이에요. 시험 기간에 스트레스를 풀자는 의미입니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첫 번째는 20세트로, 두 번째는 30세트를 학생들에게 보냈어요.

드림스폰의 자체 장학금, '드림 장학'이다. '혜영/준영 여행장학', '공학용 계산기 장학' 등 독특한 장학들을 소개하고 있다. 드림스폰 홈페이지 캡처

-드림스폰의 장학에 대해 듣다 보면, 장학금 주는 분들이 더 장학을 쉽게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장학금이면 다 몇백만 원씩 돈으로 줘야 할 것 같은데, 사실 그게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스폰서와 청년들 사이에서 관계가 생기죠.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는 기회도 생기고요. 청년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멘토가 있게 됩니다. 

- 재미있는 장학 아이디어가 또 있나요?

윗세대가 아랫세대에게 주는 게 아니라, 아랫세대가 윗세대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도 꿈꾸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년층이 어른들에게 "좋은 일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이런 장학금. 아마 20~30만 원의 소액 장학일 것입니다. 무척 귀여울 것 같지 않나요? 액수에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재밌고 웃기고 어이없기도 하고. 내가 하고 있는 활동을 딸 아들 같은 이들이 격려해준다는 게 신날 것 같지 않나요? 부모 세대들도 응원이 필요해요.

-드림스폰에는 어떤 사회적 가치가 있을까요?

첫 번째, 서로 돕는 것. 내가 이 장학금을 못받으면 친구에게 추천해주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좋은 게 있으면 나만 알고 각자도생하는 게 아니라, 좋은 건 나누고 나보다 적합한 사람이 받을 수 있게끔 도와주면 삶이 풍성해질 겁니다. 꼭 필요한 제도가 가장 적합한 사람에게 흘러가게끔 오픈하고, 공유하고. 이런 가치를 꿈꾸고 있어요. 

두 번째로, 장학금을 주는 사람이 느끼는 보람이 어마어마해요. 아주 소액이어도요. 드림스폰에 30~50만 원씩 기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기 이름으로 장학금을 만들어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줬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돈 벌고 장학재단 세워야지, 돈 벌고 학교 세워야지 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서로 주고받는 것에 대한 고마움. 이런 게 드림스폰이 꿈꾸는 사회적 가치입니다.  

세 번째, 정책적∙제도적으로 접근하면 청년 자립 문제에 도움이 돼요. 청년이 자립하려면 경제, 물질, 교육, 네트워크, 정보 등이 필요한데,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데 장학금이 큰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 장학금을 받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 청년들이 무엇을 하면 좋을 것 같나요?

알바 400시간을 하려면 평일 8시간을 3개월 동안 일해야 해요. 그런데, 장학금을 받으면 이 '시간'을 벌 수 있어요. 번 시간들로 알바 대신 여행, 공부, 자기계발 등에 시간을 쏟을 수 있습니다. 결국, 청년 자립은 시간에 자유를 주는 게 중요합니다. 내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죠.

내 자식이라면, 어떻게서든지 시간의 자유를 확보해줄 것 같습니다. 꿈을 한 번 경험해 봐라 계속. 그런 쪽으로요.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주지 않겠어요? 조금만 더 관심 가지면 그게 자연스럽다고 봐요. 그런 방향으로 정부도, 드림스폰도 움직여야 합니다.

드림스폰이 가진 사회적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안성규 드림스폰 대표. 구혜정 기자

- 드림스폰을 운영해오면서 힘든 일이 있으셨다고 하는데. 

지난해 드림스폰이 교육부 산하 재단인 한국장학재단과 미팅 후, 한국장학재단이 드림스폰과 비슷한 장학금 정보서비스를 시작했어요. 한국장학재단은 드림스폰에게서 진행 중인 장학금 등의 서비스를 베껴갔습니다. (이 사건 이후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공공기관 스타트업 베끼기 금지법이 발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문제가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민간을 밀어줄 때는 과감하게 밀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자율성, 창의성,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국장학재단은 이 부분을 실수한 것 같습니다.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기숙사 등 까지는 좋았습니다만, 청년들(드림스폰 팀원들)이 뭔가 가치를 만들어내고 정보 포털을 만들어내느라 고생하고 있는데, 자기네 실적, 예산, 사업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커진 것 같네요. 

다행히 한국장학재단이 지금은 상생 모드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생 정책으로 사건을 대충 덮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도와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를 포함한 도전들을 하는 청년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더 인정받고 활성화되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로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드림스폰이 가진 비전은 무엇일까요?

가치. 가치가 더 많이 퍼졌으면 좋겠어요. 수치적으로 표현하자면, 앞서 말씀드렸듯 1인 1장학을 만들고 싶습니다. 누구나 장학금을 주고 누구나 장학금을 받는 사회. 누구나 영원히 잘 살지 않고 누구나 영원히 못 살지 않습니다. 세상은 돌고 도니까요. 

원래 장학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드림스폰은 이 장학이라는 개념을 더 확장시키고 싶은 거예요. 더 쉽고, 재밌게. 더 즐겁고 보람되게 확대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