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네트워크
빌 게이츠의 네트워크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8.07.0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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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삶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새로운 시스템을 창조적 자본주의라 부르고 싶습니다. 창조적 자본주의는 정부, 기업, 비영리단체가 협력하여 시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세상의 불평등을 완화하면서 이익을 창출하거나 사회적 인정을 얻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부호, 빌 게이츠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8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연설에서 주창한 창조적 자본주의는 당시 세계 자본가들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주장에 모두가 찬사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빌 게이츠의 다보스에서의 발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즉 CSR의 개념을 수면 위로 부상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다보스 발언으로부터 10년 후인 2018년 한국에서도 CSR은 가장 신경 쓰이는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 오너, 즉 재벌의 부패와 관련된 문제가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오너 개인의 이미지 타격뿐 아니라 기업에도 막대한 손실을 주는 '오너 리스크'로 다가온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일종의 해결책으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보다 신경을 쓰고 있는 가운데, 빌 게이츠의 행보는 눈여겨 볼 만 하다. 

그러나 빌 게이츠 역시 한 때는 인정사정 없는 악덕 기업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빌 게이츠의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자선 사업가이자 동시에 때로는 악(惡)으로 묘사될 만큼 냉혈한 사업가로서의 면모도 짚어보고자 한다. 

멜린다 게이츠
빌 게이츠의 아내. 빌과 멜린다는 1994년 결혼해 세 아이를 낳아 길렀다. 둘은 빌이 하버드를 중퇴하고 차린 마이크로 소프트의 사장과 직원 사이로 처음 만나게 된다. 멜린다는 입사 2년 만에 빌과의 연애를 시작했고, 결혼 및 출산 이후에는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2000년 자선사업가로서의 인생을 걷기 시작한다. 바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설립이 그 시작이었다. 이 재단의 설립과 함께 빌 게이츠 역시 자선사업을 본격화한다.

어린 시절 부모의 교육의 영향으로 기부 등 자선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빌 게이츠이지만 재단까지 설립하고 또 2008년 마이크로 소프트를 떠난 뒤 자선 사업을 본격적인 자신의 커리어로 삼게 된 데에는 아내인 멜린다의 영향이 컸다. 멜린다는 그녀 스스로 삶의 전환기라 칭한 아프리카 여행에서 세계의 가난함을 목격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선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재단에는 우선적인 과제들이 있는데, 빈곤의 해결 및 질병과의 전쟁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말라리아나 결핵의 백신 개발 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빈곤층에게 필요한 사업 서비스를 투자하고 연구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또 멜린다는 빈곤국가 여성들의 자연피임, 인공피임 등의 가족계획도 적극 돕는다. 최근에는 할리우드의 위계적 성폭력에 대항하는 미투 캠페인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흔히 두 부부가 사업 파트너로서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갈등이 없냐고 물어보곤 한다. 그럴 때 멜린다는 결혼식 때 빌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두 마리의 새 동상을 언급하며 "우리는 (새 동상처럼) 같은 방향을 항상 바라보고 있다. 기본적인 가치에 대해 서로 동의한다"라고 대답한다. 빌 역시 멜린다에 대한 무한한 지지를 보낸다. 빌은 "우리는 가정과 일 모두에서 파트너다. 사람들은 흔히 멜린다가 재단의 정서적인 코어이자 심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내가 좀 더 감정적이고 멜린다는 굉장히 분석적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메리 게이츠
빌 게이츠의 인생에 멜린다 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친 여자는 바로 그의 어머니, 메리 게이츠다. 시애틀 은행가의 딸로 태어나 교육학을 전공해 교사가 된 그녀는 윌리엄 게이츠와 결혼을 한다. 교사로서의 업무 뿐 아니라 지역 활동을 중심으로 자선 활동에도 관심이 많았던 여성이다. 그녀는 1983년 자선단체 연합기관인 유나이티드웨이의 최초 여성의장이기도 했으니, 지금의 빌 게이츠가 어머니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는 것은 쉽사리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 빌 게이츠는 어린 시절 공교육 예산확충 등의 집회에 어머니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빌 외에도 그의 누나인 크리스티 역시 지역 사회 공익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빌의 여동생인 리비는 어머니 메리 게이츠가 관여한 자선단체를 통해 이제는 고인이 된 어머니의 뜻을 받아 자선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어머니에 대해 빌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롤 모델은 부모님"이라며 존경을 표현하는 것에 아낌이 없다.

메리가 암 투병 중 아들에게 쓴 편지에는 "많은 것을 받은 사람에게는 더 많은 의무가 요구된다"라는 조언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빌은 이후 2007년 하버드에서 한 연설에서 "어머니의 이 충고를 성경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로 이 연설에서 빌은 다보스에 앞서 최초로 창조적 자본주의를 언급하기도 했으니, 그의 어머니로 부터 받은 일종의 신념이 창조적 자본주의의 뼈대가 된 것은 분명하다.

메리 게이츠는 아들인 빌 게이츠에게 '책임 의식' 외에도 상당히 많은 것들을 물려줬다. 1968년 중학생이던 아들이 컴퓨터에 빠지자 학부모들을 설득해 컴퓨터를 학교에 설치한 에피소드는 컴퓨터로 전 세계의 역사를 바꾼 아들의 뒤에는 그 아들을 무한 지지해주는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또 빌 게이츠 인생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 워렌 버핏을 소개해준 것 역시도 어머니 메리 게이츠였다. 

워렌 버핏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 24세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빌 게이츠와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다.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의 공통점은 기부 등 자선 활동에 그들의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는다는 점이다. 한 때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로 순위를 다투던 둘은 세계에서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인물로도 경쟁을 벌였다. 버핏은 또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출연 신탁자이자 이사이기도 하다. 재단은 빌 게이츠, 멜란다 게이츠, 버핏 세 사람 가운데 마지막 사람이 죽는 시점부터 50년 이내에 재단 활동을 종료한다.

버핏은 2006년 재산의 85%인 370억 달러 가량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며 세상을 놀래켰다. 그 중 300억 달러의 주식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전달하기로 했다고도 전했다. 버핏은 자신의 자식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전달하는 금액 보다 더 많은 금액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 그만큼 두 거물 사이의 끈끈한 신뢰감이 있다는 증거다. 또 워렌 버핏의 거액 기부로 인해 빌 앤 멜린다 게이츠의 자선 사업이 세계적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게되기도 했다.

둘은 또한 막대한 부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탈하다는 면에서도 통하는 점이 많다. 워렌 버핏은 1958년 3만1500달러에 구입한 주택에 아직도 살고 있으며 중고차를 몬다. 빌 게이츠는 거대한 규모의 저택과 포르셰, 전용기 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 그가 가진 막대한 부를 사치스럽게 쓰는 편은 아니다. 스스로도 한 토크쇼에서 "내 가장 큰 고민은 가족이 딸린 직원들의 월급을 대주는 것이며, 본래 사치스런 성격이 아니어서 이 외에 돈을 헤프게 쓴 일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
1975년 19세 나이의 빌 게이츠가 설립한 회사다. 2008년 대학 친구인 스티브 발머에 경영 일선을 맡기고 공식 은퇴하기까지 30년의 인생이 마이크로 소프트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빌 게이츠의 공식 블로그, 게이츠 노트에는 그의 커리어 하이라이트가 단 두 개 적혀 있다. 하나는 마이크로 소프트, 하나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설립이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빌 게이츠에게 세계 최고의 부를 선사했고, 세계 컴퓨터 산업 자체를 성장시키며 빌 게이츠의 존재감을 세운 회사다. PC라는 개념이 생기기도 전인 70년대 설립된 이 회사는 MS-DOS, 윈도우, 웹 브라우저 등으로 컴퓨터 산업을 이끌어갔다. 그러나 위기도 있었다. 넷스케이프 등 경쟁 업체와의 치열한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빌 게이츠의 전략은 반독점 소송으로 번지기도 한다. '악의 제국'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기도 했다. 소송의 영향으로 2000년에는 회사 분할, 2004년에는 유럽연합으로부터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2001년에는 빌 게이츠를 악덕한 기업가로 묘사한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안티트러스트', 영화 제목 자체가 반독점법이었다.

인정사정 없는 기업가와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자선사업가. 빌 게이츠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다. 꾸준한 기부와 자선활동으로 지금은 성공만을 위해 달려나가는 포악한 기업인의 이미지는 많이 지워졌지만, 재단 설립 초반만 하더라도 '이미지 세탁'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어쩌면 빌 게이츠 개인에게는 소송과 악명 등이 자선 사업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 계기일런지도 모르겠다.

빌은 자신의 두 중대한 커리어인 마이크로 소프트와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똑똑한 사람들을 모아 더 크고 험난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힘을 합치게끔 만드는 것이 바로 마이크로 소프트와 재단의 공통점이다." 타고난 사업가이기도 한 빌은 재단의 운영 자체도 사업가의 마인드로 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노
아일랜드가 배출한 록밴드 U2의 보컬. 2005년 빌 게이츠 부부와 함께 나란히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유는 빈곤 퇴치를 위한 업적 때문. 평소 인종 차별, 환경, 전쟁 등 사회적 사안들에 대해 소신있는 발언을 하기로 유명한 보노는 빌 게이츠와도 돈독한 사이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친구인 폴 앨런을 통해 보노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폴 앨런이 "보노는 빈곤 문제에 굉장히 열성적이다. 반드시 만나봐야 한다"고 말했고, 이후 다보스에서 빌 클린턴 등과 함께 보노를 만나게 됐다. 

사실 여기에는 보노의 인위적 노력이 있었다. 보노는 폴에게 빌 게이츠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그의 자선 활동을 보다 전문적으로 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보노의 바람은 결국 이루어졌다. 빌 게이츠가 창조적 자본주의에서 언급한 레드 캠페인이 게이츠 재단의 도움 속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빌의 영향력으로 마이크로 소프트나 델과 같은 거대 기업들도 이 캠페인이 동참했다. 캠페인은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기금 조성을 위한 것이었다.

빌 게이츠는 여러차례 보노의 열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대부분이 잠든 시각 보노는 사회 활동에 열심인 기업의 제품 판매분의 1%를 뗴어 세상을 바꾸는데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열정이 다소 앞서는 구상이었지만 그의 원리는 옳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 갖는 사안과 연결될 수만 있다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다"라며 레드 캠페인의 시작을 창조적 자본주의 연설에도 포함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 빌 게이츠는 한 토크쇼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두 차례 면담을 가졌으며, 백악관 과학기술 고문 자리를 제의하며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트럼프의 제안이 농담이었는지 진심이었는지는 모르겠다고도 덧붙였다.

트럼프의 제안이 진지했던 아니던 두 사람의 사이가 물리적으로 제법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만큼은 두 사람의 거리는 상당히 멀어보인다. 빌 게이츠는 최근 "세금을 더 많이 내겠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기업세를 내리고 고소득자 과세 기준을 낮추는 트럼프 정부의 세제개혁법을 비판한 바 있다. 또 게이츠 부부는 트럼프 정부 특유의 미국 우선 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트럼프 정부는 2019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세계 빈곤국의 질병과 가난을 퇴치하기 위한 예산을 2/3 수준으로 삭감했다. 게이츠 부부는 "미국은 자국민만 보살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세계에 관여하는 게 미국인을 포함한 모두에게 혜택을 줬다는 점은 이미 입증됐다"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거대 기업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기업가 이후 제2의 인생의 결은 상당히 배치된다.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미국인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와 주변국가의 빈곤과 질병 퇴치, 그리고 미국 내의 교육 문제에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이는 자선 사업가로서의 빌 게이츠. 과연 역사는 두 기업가를 어떻게 평가할까.

Who's Next?

빌 게이츠와 함께 2016년 청정 에너지 펀드를 조성한 중국 알리바바 회장 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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