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김 씨는 최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큰 마음을 먹고 구매했다. 김 씨는 수년째 불법으로 음원을 내려받아 들었지만, 처음으로 유료 음악 플랫폼을 선택했다. 조금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만족스럽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김 씨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포털의 블로그에서, 중고등학교 때에는 해외 불법 사이트나 토렌트를 통해 불법 음원을 내려받았고, 대학생 시절에는 유튜브에서 음악을 들어왔다. 이렇게 불·편법적으로 음악을 들어오던 김 씨가 유료 음악 플랫폼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매하려 하기까지는 개인의 변화는 물론이고 산업의 역동적인 변화도 한 몫했다.

테이프에서 CD로, CD에서 MP3플레이어로, MP3플레이어에서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에서 AI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기기가 바뀌면서 음원을 유통하는 경로 역시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잊혀진 지 오래지만, 사람들이 테이프와 CD플레이어를 이용하던 때에는 음반제작사가 음원 제작 및 발매부터 유통까지 도맡기도 했다. 이후 MP3플레이어라는 기기가 나오며 소리바다 등의 음원 P2P 사이트가 음원의 유통을 주도했고,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에는 스마트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한 멜론 등이 패권을 쥐었다. 당시 멜론은 선제적으로 국내 스마트폰 음원 시장을 잠식하며 오늘날에도 절반에 육박하는 음원 시장 점유율을 뽐내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대가 저물고 AI시대가 도래하며 기존의 지각이 흔들리고 있다. 유료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함과 동시에 4차산업혁명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한때, 불법복제한 MP3 음원 파일이 수천개의 경로로 유통되며 음원은 배제성이 없는 재화가 됐었다. 배제성이 없는 재화란 주변 모든 사람이 함께 나누어 소비해도 그 혜택은 줄어들지 않는 재화를 뜻한다. 예를 들어, 한 소비자가 아무리 많이 한 음원을 들어도, 다른 사람이 그 음악을 못 듣는 것은 아니다. 음원은 대표적인 비배제적 재화이었고, 이 특성 때문에 재산권에 관한 인식이 저조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존의 인식과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바뀌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음악 플랫폼에 기꺼이 돈을 내면서 유료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관해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최철 교수는 "기술의 발전, 사회적 캠페인, 소비 능력의 향상이 만든 합작"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음원과 같이 미디어를 통해서 소비자에 전달되는 다양한 콘텐츠들은 배제성이 없는 재화다. 비배제적 재화의 불법 복제 및 유통마저 쉬웠으니 소비자의 구매 의사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술과 사회적인 캠페인이 이러한 양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범정부적으로 음원의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법적·기술적인 조치를 취해왔고, '굿다운로드' 등의 사회적인 캠페인을 지속해서 진행했다"며 "이에, 불법 유통을 자행해오던 공급책의 수가 줄었고, 지식재산권 등에 대한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소비자 인식 자체가 제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산층의 소비 수준이 높아진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며 "사람들의 소득 수준과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문화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구매 욕구가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소비자 인식이 바뀐 상태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면, 이는 새로운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AI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지 않았느냐"며 "앞으로 각 사의 치열한 전투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음원시장의 춘추전국시대는 본격화 됐다. 카카오는 멜론을 인수합병해 공동 음악 사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도 AI 스피커 클로바에 이어, AI 뮤직 서비스 바이브를 출시하며 다변화된 음악 감상 환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K텔레콤 또한 음원 서비스사 '그루버스'를 인수하고 SMㆍJYPㆍ빅히트와 손잡는 등 음원 서비스사로서 공격적 행보를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 기업들의 적극적인 음원 서비스 진출에 관해 "컨텐츠와 플랫폼의 접목이라는 측면에서 기업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플랫폼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적용이 되고 접목되던 것이 음원 콘텐츠였다"며 "이 현상은 아날로그 시대에서부터 디지털 시대까지 동일하게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4차산업혁명의 여파로 AI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며 음원 콘텐츠가 또다시 가장 먼저 접목이 되는 것"이라며 "비단 AI스피커뿐만이 아니라 홈IoT나 커넥티드 카같은 IT 플랫폼에에도 음원 콘텐츠가 주요하게 쓰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 콘텐츠의 판로를 최전방에서 연다는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이재원 한양대 겸임교수는 "음악과 음원이 가지는 매체적 특성 덕분에 음악은 문화 콘텐츠 중 가장 전파되기 쉬운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미국의 음악을 시작으로 할리우드 영화들이 전 세계로 전파된 것도 그러하고, 한류 음악의 전파를 시작으로 '겨울연가'나 '엽기적인 그녀' 등 드라마 영화와 같은 영상 콘텐츠들이 수출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인수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이병헌, 김태리, 공유 등이 소속해있는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지분을 인수하고 있는 카카오M은 음원시장을 발판으로 한류콘텐츠 사업에 나서려 하고있다. 카카오M 윤서한 홍보매니저는 "K-컬쳐를 대표하는 종합적인 콘텐츠 회사로 나아갈 계획"이라며 "음악뿐만이 아닌, 영상 등의 종합적인 콘텐츠 영역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역시 YG 엔터테인먼트에 1천억 원을 투자해 음악 사업을 함께 하고 있고, SKT는 SM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해 ICT 기반 콘텐츠 시너지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재원 평론가는 "역사적으로 인류와 문화는 음악과 함께 살아오고 성장했다"며 "기업들은 앞으로도 다변화된 음원 시장에서 패권을 잡으려 할 것이고, 새로운 플랫폼과 함께 음원 시장은 커지면 커졌지 작아질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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