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네이버 영화

제목 그대로 하면 세 개의 광고판. 거기에 쓰여진 글귀는 “내 딸이 강간당하며 죽었다” “아직도 범인을 못 잡은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경찰서장?”
딸을 잃은 엄마의 절규가 그대로 고속도로에 세워진 광고판에 새겨졌다. 영화의 시작은 강간당하여 죽은 딸의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경찰서장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단순한 엄마의 복수극 일 거라는 관객들의 생각을 여지없이 배신한다.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다층적 관계와 복합적인 캐릭터의 출현은 시종일관 영화 ‘쓰리 빌보드’의 섣부른 예측을 불가하게 만든다.

뉴욕타임즈가 다소 오버하여 “셰익스피어 보다 천 배 더 훌륭한 작가가 나왔다.”며 흥분했고 영화계는 골든글러브와 아카데미 7개 부문 노미네이터로 화답하였다. 감독은 이미 전작으로 천재임을 증명했던 마틴 맥도넌.
차갑고 냉정하게 자신의 감정을 틀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던 엄마 밀드레드 역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이미 영화 마니아에게 전설이 된 영화 ‘파고’에서 임신한 경찰서장 역으로 오스카를 수상한 전력이 있다. 이번 오스카는 그래서 두 번째 수상이다.

도발적인 광고판을 설치하여 경찰의 무능과 사회적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려는 엄마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먼드). 광고를 본 경찰서장 윌러비(우디 해럴슨)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밀드레드의 사정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췌장암 말기 환자였던 그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깔끔한 죽음을 택한다. 성숙한 인간의 책임 있는 죽음이랄까? 자살을 하면서 그는 세 통의 편지를 가족, 밀드레드, 그리고 인종차별과 폭력을 일삼는 후배 경찰 딕슨(샘 록웰)에게 보낸다. 그의 이른 죽음은 밀드레드와 경찰서장 간의 대립과 갈등을 예상하고 있던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해법과 새로운 관계와 결합하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제시한다. 영화 전반에 주인공인듯한 경찰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래서 이 영화의 다음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경찰 딕슨과 마을 사람들은 보기 흉하다며 광고판을 철거할 것을 밀드레드에게 요구하지만 밀드레드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세월호 때의 그 누구처럼 “가만히 있으라”는 온당치 않은 사회의 압박에 오히려 퍽큐를 날린다. 
영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특이한 캐릭터가 바로 서장의 후배 경찰인 딕슨이다. 그는 여성과 유색인종에 공공연하게 차별과 폭력을 쏟아낸다. 그러나 딕슨도 점차 변해간다. 인간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올바르게 변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감독은 딕슨을 통해 증명해 보이려고 한다. 딕슨은 믿고 따르던 경찰서장의 유언이 적힌 진심 어린 편지를 읽으며 자신을 처음으로 성찰한다. 그리고 처참한 화상을 입고 병실에 누워있을 때 자신이 린치를 가해 먼저 입원해 있던 유색인종의 청년이 오히려 오렌지 쥬스에 빨대를 꽂아 위로하며 건네줄 때 그는 처음으로 배려라는 사회가치를 알게 된다. (이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 관객이 많았다.) 

밀드레드는 자신의 분노를 참지 않는다. 어떤 때는 화염병을 경찰서에 던지는 등 실천적인 모습의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모든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면에서 이 영화는 개인과 사회의 행동과 판단이 블랙코미디로 엮였던 영화 파고를 연상시키지만, 그보다 한층 진일보된 인간과 사회의 신뢰와 화해를 바탕에 깔고 있다. 

한여름을 치닫고 있는 요즘, 가슴 서늘한 감동과 함께 분노를 인간애로 승화시키는 가슴 뜨거운 이야기에 한번 빠져보자.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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