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지난 달 30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난민의 수용을 찬성하는 집회와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최근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 신청자들로 인해 촉발된 집회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해 말까지 예멘인 난민신청 누적 수는 430명이지만, 올해 5개월 간 552명이 난민 신청을 해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예멘인 난민 신청자는 총 978명이다. 올해 들어온 500여명의 난민 신청자들은 제주 무사증제도를 통해 입국하게 됐다.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이 한꺼번에 난민 신청을 하게 된 유례없는 일을 둘러싸고 진통이 생기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슬람 문화의 거부감을 강하게 피력하며 국민 치안이 위협받으니 난민신청허가 폐지를 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해 3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법무부는 예멘인 난민신청이 급증함에 따라 6월1일자로 예멘을 제주도 무사증불허국가로 지정했다.

국민들의 반(反)난민정서와 정부의 대응에 인권 단체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실제 한국에서 난민신청자들의 인정률은 0.5%에 불과하고, 난민으로 인정받고 나서도 이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제도가 미비하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국내 난민법은 2013년부터 제정, 시행되고 있다. 이에 앞서 1992년 난민 협약에 가입한 후 1994년부터 난민업무를 시작해왔다. 그렇지만 난민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는 이번 예멘인 난민들로 인해 비로소 시작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난민 문제는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국민들이 나서 집회를 열어 난민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동시에 난민 인권에 대한 목소리 역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도 움직이고 있다. 법무부는 "우리나라도 국제사회 일원으로 난민보호에 대한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라며 "다만,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라고 전한 것에 이어 난민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법무부 난민과는 5일 미디어SR에 "현행 난민법은 난민법상 난민요건과는 거리가 먼 불법체류자나 체류기간 만료가 임박한 외국인 등이 난민신청을 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더라도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근거가 미흡하다. 이에 난민법 개정을 통해 법원 확정판결 후 사정변경 없는 재신청, 명백히 이유 없는 신청 등 국내 장기 체류방편의 난민신청을 제한하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달 29일 국회에 난민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치안이나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거나 신원을 확인할 수 없거나 경제적 이유만으로 난민 인정을 받는 등의 사유에 한해 난민 인정 심사 자체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추가됐다. 현행법상 난민 신청을 하면 심사 단계를 거치게 되고 심사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다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에 난민 신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년 넘는 시간 동안 한국에 머물 수 있는데 이런 점들을 막자는 취지도 포함됐다.

다만, 법을 엄격하게 개정하는 대신 그 엄격한 법 속에서 검증받은 난민들이 우리 사회에 흡수되도록 하는 정책 역시 마련돼야 할 것이다. 법무부 난민과는 "난민인정자만을 위한 교육은 실시하고 있지 않으나, 국내 거주 외국인의 국내 정착 지원을 위하여 한국어와 한국사회이해 교육과정으로 구성된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밝혔지만, 해당 시설은 미흡하다는 것이 인권센터들의 이야기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관계자는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제도권 안에 들어가려고 하더라도 아랍어 지원이 없어 접근이 힘들다. 실효성 있는 혜택이 어려운 구조에 있다"라며 "정부가 운영하는 시설 자체도 턱없이 적어 비영리기구들이 한국어 교육 등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일주일 1회 정도라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6월 기준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기관은 전국 309개이며,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난민인정자 중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한 이들은 총 211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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