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제공: 대한항공

수백억 원 대의 탈세와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를 받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회장직을 유지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문제다. 현행법 상 이를 막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횡령ㆍ배임 등을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관련 기업에 일정 기간 취업하지 못한다. 하지만 취업을 하지 못하는 기업의 조건은 본인이 아닌 '공범'이 출자하거나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기업, 또는 '이득'을 본 기업 등으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조 회장이 대한항공을 통해 '공범' 이명희 씨가 운영하는 미호인터내셔널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도, 조 회장이 취업할 수 없는 기업은 대한항공이 아닌 미호인터내셔널이다. 따라서,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경영권 유지는 합법적이게 된다.

밀수 혐의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데, 밀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도 밀수를 도운 공범의 회사에 취직하지 못하는 것이지 대한항공의 경영권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

한편 조양호 일가는 이전에도 대형 항공사고나 뇌물수수 등으로 여러 차례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요구받았으나 경영권을 놓지 않아왔다.

이에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법의 개정 없이는 몇 년 전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었던 조현아 씨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후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복귀한 것처럼 '겉치레 자숙'만 되풀이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항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채이배 의원실 관계자는 2일 미디어SR에 "(대한항공과 같은) 항공사는 국가적 자원 집중으로 육성됐고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금융회사 못지않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며 "금융회사의 경우, 업무에 관련된 혐의가 있을 시에는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는데, 항공사도 이와 마찬가지로 업무와 직결된 불법행위자의 경우에는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항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아직 소관위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조양호 회장의 혐의가 확정되기 전, 법률이 통과되지 않으면 현행법 상으로는 조 회장의 경영 복귀를 합법적으로 막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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