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효정 플레이31 대표.

"장난감도, 놀이터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사회적기업 '플레이31'의 엄효정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모순적이게도, 장난감을 만드는 사람이다. 장난감을 만드는 사람이 장난감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11일, 엄효정 플레이31 대표와 조연우 플레이31 어린이디자이너를 성수동에서 만났다.

플레이31은 '놀이'를 디자인하는 디자인 기업이다. 이들이 만든 놀이도구는 풀과 나무로 만드는 자연 친화 마을 모자, 스웨덴 마을 모자 등 비장애인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이 있다. 병원 생활을 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키트 등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도 만든다. 

엄 대표가 장난감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유는, 장난감과 놀이터가 오히려 아이들의 놀이 공간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엄 대표는 "장난감과 놀이터를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여기에서만 놀아'라는 신호일 뿐이에요. 아이들의 상상에 의해서 혹은 약간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의해서, 일상의 모든 도구가 장난감이 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플레이31의 장난감은 아이들이 흔히 들고 다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엄 대표는 산업 디자이너로 10년을 살았다. 엄 대표는 현재 장난감 시장은 어른들의 편견이 그대로 들어간 장난감이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 대표는 "여아, 남아로 나뉘어 여아는 여아를 위한 장난감만 소비하고, 남아는 남아를 위한 장난감만 소비해 어릴 때부터 고정관념이 들어간 채로 사회화가 돼요. 하지만 장난감 회사들은 아무런 반성이나 개혁 없이 캐릭터만 교체된 채로 똑같은 장난감만 팔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든 장난감들은 아이들 삶의 한정적인 부분만을 주목해요. 이런 문제를 바꾸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스웨덴 마을 모자를 들고 있는 엄효정 플레이31 대표. 구혜정 기자

플레이 31은 이런 편견이 들어갈 수 있는 요소는 완전히 배제한다. 대신, 아이들의 '일상'과 '독립성'에 집중한다. 일상의 모든 것이 놀이감이 될 수 있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플레이31의 역할이다.

플레이31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창조하고, 자신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기보다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네가 선택해"보다 "뛰지마", "하지마" 등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이에 플레이 31은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자처한다. 플레이 31은 아이들을 이미 선택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로 본다. 

이런 플레이31의 시각이 담긴 대표적인 놀이도구는 플레이 에이드(Play Aid Kit) 키트 2다. 는 히어로보다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남을 돕는 품성을 기르고, 남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놀이도구다. 

플레이31의 플레이 에이드(Play Aid Kit) 키트 2. 구혜정 기자

한 아이가 살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에 갑자기 재난이 닥친다. "자연재해가 일어나 살던 마을이 사라졌어요! 집이 무너지고, 마트도 없어졌어요, 버스도 다니지 않고, 수돗물도 TV도 나오지 않아요. 점점 추워지고 어두워져요. 지금 이곳에 있는 어린 친구에게는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요?" 

플레이 에이드 키트2에서는 아이들이 긴급 구호활동가가 된다. 피해를 입은 아이를 위해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키트에는 생존권, 발달권, 참여권 등을 생각할 수 있는 요소들이 담긴 스티커가 담겨 있다. 스티커는 안전모, 음식, 베개, 휴지, 등 생존에 필요한 것들로 이뤄져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해 어떤 물품이 필요할지 결정하고, 재난 피해를 입은 아이를 돕는다. 

플레이 에이드 키트2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사회적 가치가 담겨 있어 더욱 빛난다. SDGs는 사회 양극화, 지구환경파괴 등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추진해야 할 목표를 말한다. '가난 없이 함께 잘 사는 세상', '배고픈 사람이 없는 세상' 등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었다. 어린이들도 사회적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놀이도구다. 

플레이31은 자신을 '매체'(미디어)라고 부른다. 엄 대표는 "아이들을 위한 활동가들이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활동가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 대표는 플레이31의 놀이도구가 활동가들과 어린이들을 이어주는 가교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플레이31을 단순히 '장난감 회사'가 아닌, '매체'(미디어)라고 부르는 이유다. 

엄 대표는 "마치 레고처럼, 매체(미디어)가 생기면 파급력이 커져요. 잘 만든 매체는 활동가들의 메시지를 아이에게 매끄럽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조연우 플레이31 어린이디자이너와 엄효정 플레이31 대표. 구혜정 기자

플레이31의 비전은 모든 어린이의 행복한 어린 시절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조 디자이너는 "세상에 행복한 아이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해주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엄 대표는 모든 아이들이 공평하게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이 플레이31의 꿈이라고 말했다. 엄 대표는 "행복한 어린 시절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해요.부모가 누구든, 피부색이 어떻든, 어떤 장애를 가졌든, 어떤 아이든지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이 기본적으로 충족돼야 합니다. 아이들이 똑같은 선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게 플레이 31이 꿈꾸는 미래예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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