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자주 겪게 되는 일이 있다. 앞 차들이 막히는 것 같아 다른 차선으로 바꾸면 원래 가던 차선이 더 잘 빠지곤 한다. 투자 시장에서도 이런 하소연을 하는 투자자가 많다. 주가가 빠지길래 팔았더니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은 일종의 과일 바구니 같은 구조이다. 안에 어떤 과일을 넣을지 가입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또 진열된 과일 중에 골라서 언제든지 바꿀 수도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로 운용하고 잘 바꾸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퇴직연금 인식 실태 조사(2014년)에 따르면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73.3%)하고 한 해 동안 상품을 전혀 변경하지 않는 경우가 85.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가입한 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얘기다.

포트폴리오 점검 및 변경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주식펀드와 채권펀드 등의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 60%, 채권 40%의 비중으로 투자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이후 주가 상승 등으로 주식의 비중이 높아졌다면 주식을 팔아 채권으로 옮겨 원래 비중대로 맞추는 것이다. 이를 리밸런싱(Rebalancing)이라고 한다. 정기적인 리밸런싱은 투자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뱅가드(Vanguard)는 1926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83년 동안 주식 60% 채권 40%의 포트폴리오를 매월 리밸런싱한 경우와 리밸런싱을 하지 않은 경우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리밸런싱하지 않은 경우는 주가 상승으로 주식의 비중이 최대 99%까지 증가했다. 분석 결과 매월 리밸런싱한 경우 평균 수익률은 연 8.5%로 전혀 리밸런싱을 하지 않은 경우 연 9.1% 보다 낮았다. 하지만 수익률의 변동 정도를 나타내는 표준편차는 리밸런싱을 한 경우 연 12.4%로 리밸런싱을 하지 않은 경우 14.4%보다 안정적인으로 나타났다. 매월 리밸런싱하면 리밸런싱을 하지 않은 경우보다 위험 대비 우수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둘째, 포트폴리오 안에 있는 펀드상품을 교체한다. 펀드 투자가 어려운 점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투자한 펀드가 소규모 펀드로 줄어들거나 펀드매니저의 변경 등으로 투자 전략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소규모 펀드로 줄어들면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져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과거 시중의 돈을 어마 어마하게 끌어 당기면서 눈길을 끌었던 여러 펀드들이 지금은 이름 조차 찾기 어려워진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유명한 펀드에 투자해 놓고 장기간 방치 했다가는 자신의 투자금이 ‘더 이상 수익을 낳지 못하는 자금’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펀드매니저가 바뀌지 않는지, 설정액이 급격히 변동되지 않는지 꾸준히 감시해야 한다.

효율적으로 연금자산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자신의 투자 비중과 투자 상품을 점검하고 이를 조정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만일 이를 실천할 자신이 없다면 펀드 내에서 시장 상황이나 생애 주기에 따라 자동으로 자산배분을 조정해주는 자산배분 펀드를 선택하는 것도 또 다른 대안이다. 이러한 자산배분 펀드로는 최근 관심을 모으는 타겟데이트펀드(TDF)가 대표적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