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 슈즈(TOMS Shoes: 이하 탐스)는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빈곤국의 어린이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원 포 원(One for One)”이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유명한 착한 기업이다. 2006년 창업 이후 10년 동안 60여 개 국가의 어린이들에게 6천만 켤레의 신발을 기부할 정도로 승승장구해왔다. 또한, 마케팅 컨설팅 회사 Good Must Grow의 창립자 히스 쉐클포드(Heath Shackleford)는 탐스의 등장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구체화가 이뤄졌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탐스는 여러 가지 한계에 맞닥뜨린 상태다. 2020년까지 갚아야 할 채무가 3억5천만 달러에 달하고, 얼마 전에는 무디스(Moody’s)로부터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하향 평가를 받기까지 하였다.

#탐스에 대한 긍정적 vs. 부정적 시각

탐스는 2006년에 창업된 이후 착한기업으로 패션 신드롬을 일으켰다. 2014년에는 기업가치 6억 2천 5백만 달러 평가를 받으며 베인 캐피탈(Bain Capital)로부터 3억 1천 3백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2011년에는 선글라스와 안경 제품으로 상품 확장을 하면서 안경 제품이 하나 팔릴 때마다 시각을 찾는 수술을 지원하는 One for One 모델을 론칭했다. 또한, 세계에서 소싱된 커피 원두를 미국 내에서 로스팅해 파는 커피 상품도 추가하며 커피 구입 때마다 식수 한 병을 기부하였다. 2015년 가방 컬렉션을 추가하며 가방 한 개가 판매될 때마다 빈곤국의 산모 출산을 지원해 왔다.

2015년 CSR 관련 소비자 조사에서 적십자, 그린피스 등을 제치고1위를 기록한 탐스. 출처

하지만 탐스의 성장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탐스의 신발 기부 미션이 기대만큼 빈곤국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느냐는 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브루스 와이딕(Bruce Wydick) 교수팀은 2016년 엘 살바도르에서 탐스의 영향력에 대한 조사를 하였는데 연구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탐스가 기부한 신발이 아이들의 발 건강이나 자존감, 신발 소유 의식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던 것. 다른 전문가들도 탐스의 신발 기부로 인해 지역 경제의 신발 소매업자들의 신발 판매가 줄어들게 되는 등 탐스의 신발 기부는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하였다. 사실 우간다 같은 빈곤국의 아이들은 영양 상태와 학교 교육의 부족이 문제다. 그런데 이들을 위해 신발을 기부하는 것이 그런 사회적 어려움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까? 혹자는 “People can’t eat shoes”라고 말하며 탐스를 대놓고 비판하기도 하였다.

이런 비판의 시각도 문제지만 더 큰 위기가 탐스에 닥쳤다. 바로 탐스의 재정적 위기인데, 이는 마케팅 관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상품 구성 라인과 상품의 문제다. 아르헨티나의 전통 신발 알파르가타를 모티브로 한 단순한 디자인이 대표적인 탐스 모델이다. 그런데 이 모델 이외에는 특별한 효자 상품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상품의 내구성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많았다. 일견에서는 몇번만 신어도 신발 뒤축이 닳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소비자 입장에서 신발이 몇 번 신고 나면 낡아서 다시 새 상품을 구입해야 한다면 아무리 착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착한 기업의 상품이라도 계속 구매하기 꺼려지기 마련이다.

탐스의 대표 모델 클래식 알타가타스, 꾸준한 효자 상품이지만 내구성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많다. 출처

둘째는 대형 유통업체와의 콜라보에서 탐스와 파트너 업체들 사이에서 가치관의 충돌 때문에 효과적인 프로모션이 진행 되지 못했던 이유도 있다. 이는 탐스 판매 실적 하락에 기여했다. 셋째는 탐스 CEO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의 리더쉽의 부재다. 마이코스키는 공공연하게 기업의 CEO가 되기 보다는 원하는 일을 찾아가는 성향을 보였다. 탐스는 사실 마이코스키의 스토리 텔링으로 성공적인 브랜딩을 해왔으나 여러면으로 리더쉽이 결여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2015년 마이코스키는 CEO직에서 물러났다. 마이코스키는 자신의 지분 중 50%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탐스의 재정은 더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여러 악재들이 탐스의 재정 상황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2012년 약 5억 100만 달러에 달했던 매출은 점차 줄어2017년에는 3억 5천만 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2020년까지 갚아야할 채무가 3억 5천만 달러일 뿐 아니라 무디스로 부터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평가받는 등 신용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친 것이다.
 

#착한 기업이 빠지기 쉬운 오류

탐스의 현재 상황은 착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 모델은 기업 이미지로 단기간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을 수 있지만, 상품과 마케팅적 요소에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간단히 말해 착한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인 마케팅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마케팅에 소홀해지는 오류다.

오류는 필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가하는 CSR이나 사회적 기업 관련 세미나나 워크숍에서도 종종 보인다. 특히 기업 사례 관련 프레젠테이션의 핵심이 “A라는 기업이 B라는 선한 의지를 담은 상품 또는 캠페인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에만 그치는 경우들이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소비자가 신발/안경/물 등을 구입할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관련 기부가 된다는 착한 아이디어는 이상적으로 들린다. 그렇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이 같은 착한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은 잠재적인 문제들이 있다.

  • One for One 같은 기부 모델은 경쟁 기업들이 모방하기 쉽다.(예: 탐스의 경우 와비 파커, 메이시스 등 다른 유통업체들이 One for One 모델을 모방했다.)
  • 그런 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쉽다. (예: 점점 더 많은 업체들이 탐스 모델을 표방하며 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탐스와 다른 업체들의 차별화가 약해졌다.)
  • 기부 외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차별점이 없으면 지속적인 재구매를 유도하기 어렵다. (예: 탐스 신발 내구성에 대해 소비자 불만이 생각보다 많았으며, 오히려 경쟁 브랜드의 비슷한 신발들이 더 내구성이 좋아 경쟁브랜드로 소비자들이 이동했다.)

다른 예로 팔찌와 반지 같은 악세사리 제조 과정에 장애인 고용을 활성화하고, 판매 중 일부를 장애인을 위한 기금으로 기부한다는 악세사리 기업이 있다고 치자. 그 기업이 “여러분이 구입하는 물건은 장애인 노동을 활성화 한 것이고, 판매 금액의 일부가 장애인들을 위한 기금으로 기부됩니다”라는 메시지로만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을까?상품의 내구성과 만족도, A/S의 여부 등보다 착한 기업의 메시지가 과연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몇 번은 소비자들이 선의에 기반한 구매를 할 수 있다고 해도 장기적인 구매에는 상품과 마케팅 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 고객들이 상품을 체험한 후 재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착한 기업이 놓치지 말아야 할 마케팅 적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 상품의 기능성(예: 내구성)
  • 상품 디자인의 업데이트/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상품 라인 확장
  • 경쟁사와 시장 상황 파악
  • 소비자 조사 등을 통한 고객 관리

소비자 조사 같은 경우도 리서치 기관을 통해 하지 않고 간단한 설문 몇 가지만 해도 소비자들을 위해 어떤 점에서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위기에 처한 탐스는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디즈니와의 콜라보를 진행하는 등 상품 구성을 변화시키고 있다. 착한 기업, 선의로만 지속될 수 없다는 교훈을 얻고 변화를 시도하는 탐스가 성공적으로 위기를 타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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