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시장경제는 지금의 복잡한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발전시켜왔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교의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는 저서 '넛지'에서 자유시장의 인센티브 기능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설명했다. “자유시장은 종종 사람들에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적절한 가격에 판매하도록 자극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모든 핵심 문제들을 해결한다. 예를 들어 운동화 시장이 적절하게 돌아가고 있다면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것이다. 질 나쁜 운동화는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질 좋은 운동화들은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값이 매겨진다. 운동화 생산자들과 운동화 구매자들은 적절한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 이것은 수요공급 법칙의 장점을 달리 표현한 것으로서 이 법칙 자체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극적인 의미의 인센티브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이 법칙에는 누군가에 대한 특별한 의도가 내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가격을 인하하는 경우 다른 기업들도 가격을 인하할 인센티브가 생긴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기업은 다른 기업들이 가격을 인하하도록 의도한 것이 아니다. 단지 시장 여건을 감안해 이 기업들은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그리한 것일 뿐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런 것이지 누군가 이들에게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표현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다.

오늘날 인센티브는 개별 주체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또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의미로 인센티브를 사용한다. 이런 의미에서 인센티브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 테일러주의(Taylorism)와 포드주의(Fordism)가 등장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들의 작업을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보수를 제공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최근 주류 경제학에서 강조하는 것은 이런 적극적인 의미의 인센티브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은 인센티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라고 말할 때는 이런 의미의 인센티브를 가리킨다.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명백한 증거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전에는 없었던 incentivise(인센티브 제공한다)라는 동사가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일상적인 용어가 되어버려 의미가 많이 퇴색한 듯 보이지만 인센티브는 개인의 선택, 사회발전 및 국민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중요한 요소임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incentive system)이 갖추어진 국가는 번영했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쇠락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가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강조했던 포용적 제도(inclusive institutions)는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에 해당되고, 착취적 제도(extractive institutions)는 부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구소련을 비롯해 동구권 국가에서 공산주의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전반에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북한 간의 경제력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도 북한의 경제 시스템에는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재 저개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는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간단한 원칙을 무시하다면 어떤 경제 시스템도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필자가 여기서 인센티브 시스템이라고 한 것은 시장경제를 구성하고 있는 개별 조직들이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들을 모두 망라한 것을 지칭한다. 그렇기에 시장경제에서 부적절한 인센티브 제도가 시행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단적인 예로 많은 전문가들이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들 중 하나로 지적했던 금융기관에 만연했던 단기실적 위주의 인센티브 제도를 들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중개하던 대리인부터 상업은행, 투자은행, 헤지펀드, 나아가 신용평가기관에 이르기까지 금융시장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임직원들에게 제공되었던 단기실적 위주의 금전적 인센티브 제도로 인해 주택가격에 거품이 발행했으며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해 금융시장은 더 불안정해졌고, 이 모든 요인들이 동시에 상호작용하면서 급기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던 것이다. 금융위기를 초래한 다른 원인들도 있지만 잘못된 인센티브 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인센티브 제도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에 언제라도 금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센티브와 관련해 적어도 두 가지 사항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하나는 금전적 인센티브의 한계와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간과 관련된 것이다. 먼저 기간 문제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대부분의 기업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인센티브 제도는 대체로 단기 실적과 연동되어 있는데, 그 배경으로는 금융자본의 부상을 들 수 있다. 금융자본이 기업의 주가를 좌우하는 풍토가 조성된 이후 기업의 전문경영자는 금융자본이 요구하는 대로 단기실적 위주로 기업을 경영하는 경우에는 스톡옵션을 비롯한 막대한 보너스를 챙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시장 여건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경영하려는 전문경영자는 퇴출될 위험을 감수해야 했으니 어쩔 수 없이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정책을 추진하게 되었던 것이다.

미국 기업 GE의 전문경영자로서 20세기 경영의 신(神)으로 불렸던 잭 웰치(Jack Welch)의 별명이 '수소폭탄 잭‘이었던 것은 그가 수시로 대량해고를 수반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정책은 당장 기업의 비용을 낮춤으로써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데는 효과적이었기에 한때 GE는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큰 기업으로 명성을 날렸었다. 그런데 전문경영자들이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개발투자에 소홀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인센티브 제도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 나아가 시장경제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이 단기실적 위주의 인센티브 제도를 지양하도록 유도하는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예컨대 스톡옵션 행사 기간을 대폭 늘려 전문경영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경영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다음으로 인센티브 시스템의 관점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금전적 인센티브 제도와 비금전적 인센티브 제도의 적절한 조화다. 이 점은 특히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외재적 동기부여(extrinsic motivation)와 내재적 동기부여(intrinsic motivation) 가운데 어디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 문제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성공을 들 수 있다. 2009년 10월 31일, 마이크로소프트는 16년을 공들였던 온라인 백과사전 사업인 엔카르타(Encarta)를 완전히 포기하고 손을 뗐다. 반면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위키피디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기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급성장했다. 엔카르타는 금전적 인센티브, 즉 외재적 동기부여에 근거한 사업이었던 반면, 위키피디아는 순전히 비금전적 인센티브, 즉 내재적 동기부여에 호소한 사업이었다. 이들 간의 경쟁에서 위키피디아가 일방적으로 승리한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의 시대에는 내재적 동기부여가 더 적합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외재적 동기부여를 강조해 온 반면,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내재적 동기부여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렇지만 이 둘 중 하나만 중요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외재적 인센티브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동기부여 방식과 관련된 문제의 핵심은 외재적 동기부여가 때로는 내재적 동기부여를 구축(驅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다양한 사례들이 확인되었다. 선의에 입각해 자발적으로 행동하려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이들이 자발적 참여를 철회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외재적 동기부여 방식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업무에는 금전적 인센티브와 같은 외재적 동기부여가 여전히 효과적이다. 그렇지만 창의적인 업무에는 외재적 동기부여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이 문제를 연구해 온 대니얼 핑크(Daniel Pink)는 저서 '드라이브'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사람들은 보상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의 동기와 행동을 증진시키는 혜택을 얻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 그 행동에 대한 내재 동기가 잠식되는 의도하지 않은 숨겨진 비용이 초래된다. 이것은 사회과학의 발견 중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많이 무시된 결과이다.” 그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내재적 동기부여 방식이 더 효과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경영의 현장에서 아직도 이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 유념해야 할 점인 것은 분명하다.

정부기관, 영리기업 및 비영리기업, 나아가 NGO 포함해 사회 전반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별 조직은 각자 나름대로 인센티브 제도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개별 인센티브 제도들이 모여서 사회 전반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성한다. 한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여부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인센티브 시스템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 바람직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 가운데 필자는 무엇보다도 장기적 관점에서, 그리고 외재적 동기부여와 내재적 동기부여를 적절히 조화시킨다는 관점에서 인센티브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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