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를 성공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넷플릭스는 DVD 대여 사업으로 시작해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시가총액 160조 원을 넘어섰고, 사용자는 1억 2500만 명을 돌파했다.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이 대단한 성과를 견인했다.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효율적인 경영과 성과주의로 넷플릭스를 이끌었다. 전직원 연봉 1억 원 이상의 파격적인 대우, 최고의 능력자들을 모은 조직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냈다. 성과가 좋지 못한 직원을 바로 내보내거나 철두철미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전략을 세우는 등, 효율을 중시하는 그의 성정이 회사 전략 곳곳에서 드러난다.

넷플릭스가 세상에 태어난지 약 20여 년이 지났다. 이 과정에서 리드 헤이스팅스는 수많은 굴곡을 지나왔다. 그가 넷플릭스를 이끌며 만났던 동료들과 고난을 만나보자. 

마크 랜돌프(Marc Randolph): 리드 헤이스팅스와 넷플릭스를 만든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CD를 우편으로 부쳐 집에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고 넷플릭스 사업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유명한 일화에 함께한 동료였다.

마크 랜돌프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기업가다. 창업을 꾸준히 해와 여섯 번째로 창업한 회사가 넷플릭스다. 마크 랜돌프와 리드 헤이스팅스의 인연은 헤이스팅스가 CEO로 있었던 퓨어 아트리아에서 시작된다. 랜돌프는 퓨어 아트리아가 인수한 인티그리티 QA에서 마케팅을 맡았었다. 

1997년, 랜돌프와 헤이스팅스는 출퇴근길에 사업 아이템 회의를 하곤 했다. 이들이 논의하던 아이디어 중 하나는 보고 싶은 영화 DVD를 우편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헤이스팅스는 집 근처 매장에서 CD를 하나 사 우체국에서 자기 집으로 부쳤다. CD가 손상 없이 우편으로도 잘 배송되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다음 날, 랜돌프와 헤이스팅스는 그의 집에 돌아와 조심스레 우편 봉투를 뜯어 보았다. 결과는? 아무런 이상 없었다. 랜돌프와 헤이스팅스는 여기서 사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넷플릭스 창업을 결심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CD는 자동 분류기가 아니라 수작업으로 분류돼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는 점이다. 만약 수작업이 아니라 자동 분류기를 통했다면 CD가 부서져서 왔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넷플릭스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랜돌프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넷플릭스 창업 초기,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누구나 회사의 전략에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기업문화를 주도했다. 그러나 랜돌프와 헤이스팅스의 운영 스타일은 잘 맞지 않았다. 1999년 헤이스팅스가 공동 CEO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두 사람은 삐걱대기 시작했다. 랜돌프는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누군가 모자란 사람이 있어도 안고 가려는 타입인 반면, 헤이스팅스는 냉정하고 효율적인 인사를 선호했다. 

넷플릭스가 성장하면서 운영, 마케팅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자 넷플릭스는 자금난에 시달렸다. 정말 위험에 빠지기 직전, 헤이스팅스가 투자자를 끌어와 회사를 기적적으로 되살렸다. 이후 헤이스팅스의 입지는 점점 커지고, 랜돌프는 좁아졌다.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 내 경영을 자기 스타일로 만들기 위해 인사, 재무 등 주요 책임자들을 갈아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랜돌프의 지위도 공동CEO에서 사장, 최고 제품 책임자로 점점 낮아졌다. 결국 2003년 랜돌프는 넷플릭스를 떠나게 된다.

패티 맥코드(patty McCord): 넷플릭스의 최고 인사 책임자. 맥코드는 2012년까지 넷플릭스에서 최고 인사 책임자로 지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CEO가 되고 나서 인사 책임자를 패티 맥코드로 교체했다. 

맥코드도 헤이스팅스만큼 냉정한 인사 전략을 펼쳤다.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에 그녀를 데려옴으로써 과거 랜들러가 만들었던 말랑말랑한 분위기를 깨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어나가겠다 선언한 셈이었다.  패티 맥코드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리드 헤이스팅스의 든든한 동료였다.

맥코드는 넷플릭스의 인사 원칙과 기업문화를 정립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맥코드가 만든 '넷플릭스 문화: 자유와 책임 Netflix Culture: Freedom & Responsibility'라는 슬라이드는 실리콘 밸리의 기업 문화에 대한 전설적인 자료로 꼽힌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가 실리콘 밸리 기업 문화에 대한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평한 바 있다. 

맥코드가 세운 '자유와 책임'에는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넷플릭스는 연말 성과평가, 근무시간, 휴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회사에 가장 득이 되는 방향이라는 지침 하에 직원이 알아서 판단한다.  자유를 원하는 만큼 누릴 수 있지만, 성과가 안 나오면 짐을 싸야 한다. 넷플릭스는 매년 전 직원의 성과를 평가해 하위성과자 20%를 해고한다. 

블록버스터(Blockbuster Video): 넷플릭스가 쓰러뜨린 미국 최대의 비디오·DVD대여 체인점. 1985년 비디오 대여 사업을 시작해 1990년대 초반 250여 개에 불과했던 대여점이 2004년 9000개가 넘어서 미국 비디오 대여 산업의 최대 강자였다. 비록 후발 주자였던 넷플릭스에 처참히 패배했지만. 

넷플릭스와 블록버스터는 가격 출혈 경쟁까지 하면서 피튀기는 전쟁을 했다. 최종승자는 넷플릭스였다. 사실 헤이스팅스는 블록버스터에 넷플릭스 인수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 넷플릭스 초창기, 헤이스팅스는 블록버스터 CEO인 존 안티오코를 찾아가 넷플릭스가 블록버스터의 온라인 대여 사업을 대행하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했다. 안티오코는 거절했다. 그러자 헤이스팅스는 그러면 넷플릭스를 5천만 달러에 인수하는 것은 어떻냐 다시 제안했다. 안티오코는 또 거절하고 만다. 만약 그때 넷플릭스를 인수했으면 어땠을까. 우리는 넷플릭스가 아닌 블록버스터를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넷플릭스가 2002년 5월 상장되고 2003년 가입자 100만 명 이상을 넘어서자 블록버스터는 온라인 DVD 대여 산업에 뛰어들어야겠다고 결정했다.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의 사업 모델을 철저하게 벤치마킹해  '블록버스터 온라인'을 만들었다. 넷플릭스가 100만 명을 기웃거릴 때 블록버스터는 이미 5천만 명의 대여점 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신이 이미 블록버스터를 이용하고 있었다면 굳이 넷플릭스로 갈아타겠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2004년 '블록버스터 온라인'이 론칭되자 넷플릭스의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블록버스터 온라인은 하루에 몇천 명씩 회원이 늘어났다.

결국 넷플릭스는 정액 요금제를 인하했다. 블록버스터 온라인이 넷플릭스보다 2달러 낮은 금액이었는데, 이에 맞춰서 가격을 내렸다. 치열한 가격 경쟁의 서막이 열렸다. 넷플릭스와 블록버스터는 엎치락 뒤치락 싸우다, 결국 먼저 자금난에 봉착한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와 동일한 17달러 99센트로 요금제 가격을 올렸다. 

그러나 온전한 넷플릭스의 승리는 아니었다. 이후 블록버스터 온라인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대여를 통합한 서비스를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다.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의 승리를 예상하고, 2007년 안티오코에 블록버스터 온라인의 회원을 넷플릭스가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안티오코는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블록버스터가 거의 승기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안티오코가 블록버스터 경영권 분쟁으로 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 후임자인 짐 키스 CEO는 오프라인 매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워, 상대적으로 블록버스터 온라인이 등한시돼 6개월 만에 자취를 감추게 됐다. 블록버스터는 하락세를 걷다 2010년 파산 신청을 했다. 이렇게 넷플릭스의 승리가 확정됐다.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드라마. 2013년 공개돼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 신의 한 수. 리드 헤이스팅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으로 자체 콘텐츠를 더 강화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올해 넷플릭스 콘텐츠 확보에 8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미국의 워싱턴 D.C.의 정계를 배경으로 한 정치 스릴러다. 쫀쫀한 스토리와 몰입감 있는 연출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버락 오마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유명 정치인사들도 팬이라 외칠 정도. 시즌 6 공개를 앞두고 있다. 데이빗 핀처 감독과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을 맡았다. 주연 케빈 스페이시가 성 추문에 휘말려 퇴출돼 다른 연기자로 교체됐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고,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취한 전략이 '하우스 오브 카드'다. 넷플릭스에서만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13편의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공개해버렸다. 드라마 시청을 위해 다음 주까지 덜덜 떨며 기다릴 필요가 없도록 말이다. 왜 그랬을까. 넷플릭스는 데이터 분석으로 사람들이 드라마를 한 편씩 보는 게 아니라 몇 편씩 몰아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이렇게 몰아서 본 드라마를 주변 사람에게 추천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런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 13편을 한꺼번에 공개한 것이다. 예상대로 하우스 오브 카드는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드라마, 영화와 단독 시청 콘텐츠를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페이스북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와의 인연은 페이스북으로 묶여 있다. 헤이스팅스는 2011년부터 페이스북 이사를 맡아왔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페이스북의 이사이기도 하다. 마크 저커버그는 헤이스팅스를 자신의 '멘토'로 칭했다. 

저커버그와 헤이스팅스는 둘 다 '교육 개혁'에 관심이 많다. 실제 저커버그에 이어 헤이스팅스는 2016년 교육을 위한 자선 기금 1억 달러(한화 약 1,100억 원)을 규모의 '헤이스팅스 펀드'를 만들었다. 펀드는 흑인과 라틴계 청소년의 대학 교육을 진원하는 재단 등에 기부됐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올려 "이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고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고 전했다. 저커버그는 사이 좋게 "교육 영역에서 리더십을 보여줘 감사합니다. 당신은 저와 실라(Cila, 저커버그 아내)의 중요한 멘토이자 선례입니다. 앞으로 함께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댓글도 달았다. 

헤이스팅스는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데이터 유출 논란에 대해 페이스북이 비난을 받는 것도 일리가 있다면서 "페이스북 지도부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은 같은 플랫폼들은 빠르게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든 새로운 기술에는 장단점이 있고, 사회는 그걸 알아내는 중이다"라고 말해 팔이 안으로 굽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동영상 부분에 투자하는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넷플릭스와 페이스북의 경쟁이 심화돼 헤이스팅스가 페이스북 이사에서 사임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경쟁자이자 동료인 마크 저커버그와 리드 헤이스팅스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보자. 

넷플릭스(Netflix):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가 공동 창업했다. 인터넷의 '넷(Net)'과 영화를 뜻하는 '플릭스(Flicks)'를 합쳐서 만든 말이다. DVD 대여 사업으로 시작해 온라인 영상 스트리밍 사업을 성공시켜 전 세계 이용자가 1억 명이 넘을 만큼 거대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넷플릭스는 아주 간단한 물음에서 시작됐다. '내가 돈까지 내면서 비디오를 빌리는데 왜 비싼 연체료까지 내야 하나?' 과거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를 빌렸는데 잊어버리고 반납하지 않아 눈물을 머금고 몇천 원의 연체료를 냈어야 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헤이스팅스도 마찬가지였다. 비디오 대여점에서 '아폴로 13'을 빌려본 리디 헤이스팅스는 비디오를 연체해 연체료만 40달러를 물게 됐다. 헤이스팅스는 불합리한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그는 여기서 사업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이후 헤이스팅스는 마크 랜돌프를 만나 넷플릭스를 창업하고, DVD 대여 사업을 거쳐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성공시켰다. 그의 손에서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 됐다. 

블록버스터를 넘어뜨린 넷플릭스의 최대 경쟁자는 이제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라는 동영상 스트리밍을 제공하고 있다. 가입자 수도 8천만 명에 육박해 넷플릭스를 위협하고 있다. 

헤이스팅스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헤이스팅스는 2017년 미국 CNBC에 출연해 "아마존은 어떻게 모든 분야에서 다 잘할 수 있는지 정말 무시무시하다"고 말했다. 헤이스팅스는 "아마존은 월마트가 되려 하지만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건 스타벅스"라며 "우리는 HBO(케이블TV 회사)처럼 소비자와 감성적으로 연결되는 브랜드다"라고 강조했다. 특색 있는 콘텐츠들로 승부하겠다는 의미다. 

넷플릭스는 2016년 초 한국에 상륙했다. '옥자'를 극장과 동시 상영해 화제가 됐다. 한국 소비자들은 네플릭스 서비스 도입을 환영했지만 미디어 업계는 그닥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미디어 업계는 일부 유료 방송 사업자가 넷플릭스와 제휴하기 위해 파격적인 수익배분율을 제공하려 한다며 시장 생태계에 혼란을 야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정부의 면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넷플릭스의 변호사가 방한을 취소한 상태다. 넷플릭스가 한국의 미디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모인다. 

Who is Next

리디 헤이스팅스가 창업한 넷플릭스의 버라이어티 예능 Real GOT7 주연인 GOT7 소속사 JYP 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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