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은 정부가 지난 3월 15일 청년 실업 문제가 재난 수준이라며 특단의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한 지 100일째 되는 날입니다.

당시 정부는 청년 실업은 산업과 교육,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심화되고 있고 20대 후반 인구 증가가 집중된 2018년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다양한 정책을 내놨습니다.

그렇다면,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 있는 2018년 5월 청년 실업률 10.5%가 아닌 현장의 청년들은 취업 한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미디어SR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20일, 역삼동 위워크에서 원티드 ‘굿컴퍼니 시리즈’로 카카오뱅크에 대해 소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200여 명의 취업준비생이 몰렸다. 제공: 카카오뱅크

정부가 청년 취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정부는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이 활발해지도록 하는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청년을 채용한 중소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고, 청년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청년이 2년간 300만 원을 적립하면 정부와 기업이 900만 원, 400만 원을 공동 적립해 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가 대표적이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적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것은 단지 낮은 급여 때문은 아니다. 

한국중소기업학회는 2017년 취업준비생 466명을 대상으로 한 ‘청년이 바라보는 중소벤처기업의 위상’ 조사 결과,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180명은 '낮은 급여', ‘근무환경이 열악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서’, ‘비전이 없을 것 같아서' 등을 꼽았다고 밝혔다.

급여 뿐만 아니라, 원하는 수준만큼 연봉과 복지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 사회적 인정도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가 된다. 결국, 이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 중소기업 기피해... 좋은 환경이라면 취업 의지 있어

미디어SR은 대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청년들은 '적은 복지', '낮은 연봉', '낮은 인지도', '업무 체계 미비' 등이라 답했다. 

청년들은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은 이유로 '직원 복지가 좋기 때문에', '연봉이 높아서', '더 큰 공동체, 사회에서 경험하기 위해' 등을 들었다. 

대기업 항공사 입사를 준비하는 대학생 전상욱(24) 씨는 "연봉 차이도 있지만, 시설, 복지 차이도 난다. 항공사 같은 겨우는 항공권이 할인되거나 제공되는데, 대형 항공사처럼 더 노선이 길고 많아야 선택지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또, 전 씨는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더 많은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했다. 전 씨는 "(대기업에는) 교육 기관이 있어 항공기 기종이나 항공기 공부를 할 여건이 좋다. 복지와 연봉 모두를 따졌을 때 대기업에 가고 싶다"고 고 말했다. 

익명의 한 학생은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해 "중소기업은 야근이 잦고, 연봉도 낮다. 사회적 인식과 복지도 안 좋다. 중소기업에서 다른 곳으로 이직도 어렵다. 또, 업무 체계도 미비하다"라며 "연봉, 복지, 사회적 인식 때문에 대기업 취업을 희망한다"고 전했다.

다만 중소기업이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면 중소기업에 다닐 의지는 충분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중견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유지원(24) 씨는 "중소기업이어도 오랫동안 다닐 수 있는 안정적인 기업이면 입사할 의지가 충분히 있다. 중소기업이라고 나쁜 곳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정공휴일에도 일하고 야근수당도 안 주는 나쁜 중소기업이 아니라면 충분히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나현(23) 씨는 "굳이 대기업, 중소기업으로 나눠서 중소기업이면 안 간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엄청 좋은 기업이어도 관심 없는 곳이면 안 갈 것 같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만큼 나쁜 얘기가 많다. '좋은' 중소기업이라면 충분히 가고 싶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표들, "청년 지원 바라고 있다"

미디어SR이 8명의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중소기업 복지가 열악하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을 피하는 청년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들 중 4명은 "실제로 열악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며 인정했고, 나머지 4명은 "실제로 그렇지 않은데, 중소기업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표들의 생각은 청년들과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복지가 열악하다고 인정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복지보다는 일을 배우고 경력을 쌓은 후에 더 좋은 곳으로 가는 단계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며 복지보다 경력을 강조했다. 또다른 대표는 "대기업에서 부속으로 갑갑하게 사느니 중소기업에서 많은 걸 경험하고 창업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복지, 워라밸 등을 중요시하는 청년과 상반되는 의견이다. 

중소기업의 복지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소기업 대표는 우선 청년들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생각보다 괜찮은 중소기업도 많다는 것이다.

의견은 갈렸지만 이들은 모두 앞으로 청년을 채용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만의 장점이 있으니, 우선 중소기업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청년은 연봉도 물론 중요하지만, 복지, 워라밸, 교육 기회 등 다양한 여건까지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중소기업이 훨씬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소기업의 대표들은 청년을 고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청년을 고용하고자 한다면, 중소기업은 청년들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고려해 조직 내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중소기업 지원 활성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 일자리 대책 D+100일 ①] 180도 달라진 文정부 청년실업정책... 나에게 맞는 정책은?
[청년 일자리 대책 D+100일 ②] 청년은 "연봉∙복지∙워라밸", 중기는 "경험∙경력"
[청년 일자리 대책 D+100일 ③]  지방 취업준비생들 "정보도 기회도 턱없이 부족하다"
[청년 일자리 대책 D+100일 ④] 정부 청년 일자리 정책, 청년과 기업 모두 '만족'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