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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데, 내가 가장 많이 봤던 다시보기 영상은 2002 월드컵에서 한국의 골 장면이다. 코미디언 이경규가 현지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다시 봐도 울컥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온 국민을 이렇게 하나로 뭉쳤던 사건이 있었던가? 여기엔 좌도 우도 없고 세대갈등도 찾기 어려웠으며 빈부의 격차도 보이지 않았다. 

바야흐로 월드컵 축구 열기로 지구촌이 다시 들썩이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 신태용호는 그리 순탄치 않을 것 같다. 대회 시작 전부터 최약체 국가대표로 평가받았고 벌써 첫 번째 경기는 졌다. 하지만 전 세계 국가 중 월드컵에 초대받은 나라는 32개국뿐이다. 중국조차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하고 경기장 밖에서 응원에 열중하고 있으며 축구 강호가 즐비한 유럽은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이 본선 무대에 밟지도 못하고 있으니 우리 대표팀을 그리 타박할 일은 아니다. 한동안 밖으로만 싸돌아다니던 가장이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애 성적만 나무라는 모습 같기 때문이다. 

이제는 스포츠도 나눔의 영역 안에서 살펴볼 때가 온 듯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축구 하나로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 준 영화 ‘맨발의 꿈’을 소개한다. 당연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때 잘 나가는 축구선수였지만 지금은 망한 사업 빚으로 쫄딱 망한 전직 스타 원광(박희순). 그는 오직 돈을 벌기 위해 내전의 상처가 아직 채 아물지 않은 동티모르로 향한다. 이곳에서 커피 장사로 대박을 꿈꾸던 그는 다시 사기를 당하고 대사관 직원으로부터 귀국을 종용당한다. 귀국 길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원광은 우연히 아이들이 거친 땅에서 맨발로 공을 차는 모습을 발견하고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팔자!”는 비즈니스 꼼수가 머리에 떠올랐다. 잘 될 리가 없다. 짝퉁 축구화 살 돈도 없는 아이들에게 비싼 축구화가 팔리겠는가. 다시 생각한 게 축구화 임대사업. 하루 1달러를 내면 축구화를 빌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진 않다. 아이들은 열심히 돈을 벌지만, 하루 1달러는 이들에게 너무 큰 돈이었던 것. ‘돈 대신 닭’ 한 마리가 오가기도 하지만 결국 아이들의 축구화는 반납되고 원광은 가게를 접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여기서 원광은 말도 안 되는 결심을 한다. 여기서 축구팀을 만들자는 거다.

내전의 아픔을 겪어 메마를 대로 메마른 소년들은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며 축구 연습을 시작한다. 그러나 점차 원광의 진심이 통하면서 그 어린 소년들에게도 꿈 이라는 게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생기는 걸 느낀다. 실재 인물인 김신환 감독은 아이들에게 외쳤다. “운동장에 서면 미국 애들이나 일본 애들이나 다 똑같단 말이다! 용기를 내! ” 그리고 이제 세상의 외진 곳에서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동티모르는 가난한 나라다. 450여 년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고, 1975년 포르투갈이 물러간 자리엔 인도네시아가 들어앉았다. 이듬해 인도네시아는 독립을 선언한 동티모르를 무력으로 합병했다.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게 된 때는 2002년. 동티모르는 21세기 첫 독립국이 됐지만, 독립파와 인도네시아 지지파 사이의 내전을 겪기도 하였다.

영화가 만들어진 지 십 년이 지났다. 김태균 영화감독은 인터뷰에서 “그 아이들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이번 영화 경험이 애들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아이들의 10년 뒤가 굉장히 궁금해집니다.”라고 밝혔다.
분명한 것은 우연히 한 동양인 감독의 발상으로 시작한 ‘맨발의 꿈’이 아이들에게 무한한 긍정과 희망을 심어 주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눔은 스포츠로도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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