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난민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지난 20일이 세계 난민의 날 이어서가 아니다.

한국에서 난민 신청이 처음 이뤄진 것은 1994년. 24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난민 문제가 화두가 된 것은 제주도에 500여명의 예멘 난민들이 무비자로 입국한 일에서 촉발됐다.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이 한꺼번에 난민 신청을 하는 일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 남쪽에 위치한 중동 국가다. 1994년 부터 시작된 종교 갈등으로 인한 내전이 500여명의 예멘인들을 말레이시아를 거쳐 제주까지 오게 만들었다. 제주가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한 지역인 것도 주요 이유다.

한 카페에 등장한 우리 국민의 반난민 정서. 사진. 카페 갈무리

현재 정부의 난민 정책에서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반(反)난민 정서다. 자국민의 치안을 위해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를 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3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제주 지역 카페에는 심심찮게 난민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감지된다. 대다수가 이슬람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피력하며, 국민의 치안을 위협한다는 말한다. 배우 정우성 까지 나서 SNS를 통해 난민에 대한 이해와 연대를 촉구하는 등 인도주의적 의견을 피력했지만, 여기에도 반발하는 의견이 많다. 정우성의 SNS를 접한 한 네티즌은 "정우성 본인이 데려가서 책임질 것 아니면 나서지 말았으면 좋겠다. 딸 둘 엄마로서 정말 걱정되고 요즘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20일 "대통령이 현황파악을 지시했고, 인도적 필요성에 따라 취업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식자재 및 무료 진료 등의 지원도 해주기로 했다. 순찰을 강화하고 범죄 예방에도 집중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제주 지역 도민들을 중심으로 우려가 나오는데 실제 위험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한다"는 기조를 밝혔다.

법무부, 국민 정서 고려해 추가적 예멘 난민 유입 막는다

국내에서 난민에 대한 대응을 담당하는 곳은 법무부의 난민과다. 난민과에서는 6월1일자로 비자면제 제외 국가에 예멘을 포함시켜 더 이상의 예멘 난민들의 입국을 막았다. 유례없이 제주에 밀려 들어온 500여 예멘인들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더 이상의 난민 입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법무부에서는 "제주 무사증 입국 허가 제도는 제주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2002년부터 시행해왔는데 이 취지와 달리 관광객이 아닌 외국인들이 대거 입국하는 상황이 발생해,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는 제도의 존폐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예멘 국민에 대한 제주 무사증 입국 허가를 중지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그동안 난민 정책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임기응변식 대처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무부는 현재 국민 정서를 고려해 "외국인 집단 거주지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취업 설명회 등으로 범죄 예방 교육을 실시할 것이다.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내외국인간 충돌을 막기 위한 활동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500여 예멘인들을 사회 안전망에 포섭하려는 시도 역시 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마련한 주거 및 생계 대책 지원이 그것이다. 기존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 인정을 받지 않은 난민 신청자의 지위에서는 신청 후 6개월간 취업허가 및 정부로부터의 생계지원도 받을 수 없지만 예민 난민들에 한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예외 조항을 둬, 농·축 · 수산업 및 요식업 등 도내 인력이 부족하고 국민 일자리 잠식 가능성이 적은 입종 위주로 취업을 허가하기로 했으며 별도로 생계비 신청을 한 이들을 대상으로 생계비를 지원한다. 생계비 지원금액은 1인 기구 기준 43만2900원이지만, 지원센터 입주자는 이 금액의 50%만 지원받는다.

이후 예멘 난민들은 난민 심사를 거쳐 한국 내 체류를 결정하게 된다.

사진. 픽사베이

인권단체, 실효성 없는 한국 난민 대책 우려 … 사회적 합의의 장 필요해

인권단체에서는 그러나 법무부의 이 같은 정책에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난민인권센터가 밝힌 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비율은 극히 적다. 2017년 기준, 9,557명이 난민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가운데, 난민인정률은 0.4~0.5%에 불과하다. 예멘 난민 500여명 역시 당장 6개월 이후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21일 미디어SR에 "난민 인정률이 너무 낮다보니 난민 신청자분들은 이 인정률이 높아지는 것을 가장 바라고 있다. 난민으로 인정되기 전까지는 일을 할 수도 없고 생계비를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의무조항이 아니다보니 전체 난민 신청자 중 5% 정도만 생계비 지원이 이뤄지고 그 역시도 40만원씩 3개월 지원에 불과하다보니 대다수가 난민신청을 한 상태에서 종교기관에 의탁하고 있다"고 전한다.

바늘 구멍을 통과해 난민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김 변호사는 "난민으로 인정을 받고 나서는 한국사회의 취약계층망에 포섭이 되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홍보가 잘 안돼 있어 이를 신청하시는 분들이 별로 없다. 또 신청을 하러가더라도 난민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다거나 하는 식의 지자체의 대처로 돌아오는 등, 난민을 위한 절차가 미비하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난민들이 역시도 당장 운전 면허 시험 같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제도권 안에 들어가려고 하더라도 아랍어 지원 등이 없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실효성 있는 혜택이 어려운 구조에 있다고 보시면 된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난민을 위해서는 당장 한국어 학습 지원이 시급한데, 정부가 운영하는 시설도 적고 비영리기구들이 운영하는 곳은 일주일 1회 정도에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난민의 경우에는 다문화 지원법 대상이 아닌 점도 문제다.   

이처럼 국내의 난민 포용력이 사실상 미비한 상황에서, 제주 예멘 난민 사례는 앞으로 한국의 난민 정책 기조의 방향을 결정할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국민 정서를 고려해 난민 유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진행한 한편, 이들을 사회안전망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입장이지만 실질적인 정책은 초기 설립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반난민 정서의 바탕에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김 변호사는 "국민이 (난민에 대해) 두려워하는 지점은 인권단체들 역시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난민을 만나본 인권단체들 입장에서는 국민의 반 난민정서 안에 큰 오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자국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이었고, 지금의 예멘은 그 일상을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수준이 되어 난민이 돼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있는데, 보다 정확한 정보가 정부 차원에서 제공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이 정말 위협적인 존재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할 것이고, 우리 국민과의 대화도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난민의 수용은 어쩔 수 없는 국제적인 기류인 만큼, 우리 국민과 난민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사회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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