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Withyou 집회에 모인 시민들. 권민수 기자

서지현 검사가 권력형 성범죄를 처음 폭로한 후로 4개월 정도가 지났다. 서 검사의 용기는 문화예술계, 일반기업계, 대학계 등으로 사회 곳곳으로 스며들어 많은 여성들의 폭로를 이끌어냈다. 힘들 것은 예상했다. 그러나 용기를 낸 이들에게는 가해자를 응징해 아픈 기억을 훌훌 털어내고, 다음 세대를 위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정부도 지원하는 것 같았고 SNS에서는 수만 개의 '#metoo', '#withyou' 해시태그가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차가웠다. 폭로 후 신고를 끝낸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법정 다툼과 생활고였다.

먼저 몇몇 법원에서 '위드유' 판결이 나오며 변화를 보이는 모습이다. 지난 4월 대법원 제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학생을 성희롱한 대학교수의 해임 결정 취소소송에서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의 평균적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는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사법부의 보수성으로 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소송과정에서 2차 피해에 시달려왔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남정숙 전국미투피해자연대 대표(전 성균관대 교수)는 미디어SR에 "주목할만한 판결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판사의 젠더감수성 혹은 미투 운동으로 인해 감수성이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에 따라 판결의 결과가 천차만별"이라며 "아직 법조계 전반이 변화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생활고도 문제다. 폭로 후 직장을 쉬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복직이 힘든 편이다. 남 교수는 "직장 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가 되어있지 않고, 문제를 일으킨다는 낙인이 찍혀 동종업계에서도 복직이 힘들다"며 "실제로 연대에 100명의 피해자가 있는데 직장으로 복직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당장 수입원이 사라지는 데다 소송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는 피해자들의 생계 문제로 직결된다.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미투의 경우 권력형 성범죄라는 특성 때문에 변호사 선임이 승소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생활고를 겪는 피해자들이 변호사 비용을 대지 못해 패소하거나 소를 취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세간에 '무고녀'로 알려진 A 씨. A 씨는 국내 방송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정규직 B 씨에게 수시로 성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용기를 내 폭로를 하고 소송을 시작했지만, 변호사를 선임할 비용이 없어 국민참여재판을 열 수밖에 없었고 패소했다. 패소 후 B 씨는 A 씨를 상대로 무고죄 역고소를 했고 A 씨는 결국 실형 8개월과 벌금 1억6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남 대표는 "산업재해처럼 미투도 조직 내에서 일어난 문제니 조직 또한 책임질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며 "피해자 개인에게 모든 무게가 전가되다 보니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가족부 등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문제"라며 "현재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생계 지원에 관한 법령이 전무한 상황인데 입법 논의도 전혀 없고, 여가부 내에서 연구 의지도 적어보인다. 정부 부처가 직접 움직여서 피해자들을 구제하는데 나설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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