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다양해 수사 범위도 넓어... 강제 추행부터 불법 유포까지
무고 맞고소 갑론을박... 개정된 무고 매뉴얼 "피의자 인권침해"라는 의견
새 수사 매뉴얼 오히려 '꽃뱀' 잡기 쉬워질지도
국제사회외 피해자중심주의, 한국도 이제 시작

비공개 촬영회에서 성폭력을 당했다는 폭로를 한 유튜버 양 씨. 유튜브 캡처

최근 유튜버 양 씨(24)의 "비공개 촬영회에서 성폭력을 당했다"는 폭로를 시작으로, 추가 폭로, 현직 사진작가의 내부 고발 등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청원부터 무고 고소에 수지 피소까지, 처리돼야할 안건의 수를 세기도 힘들다. 눈에 띄는 것은 피의자들의 반격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 다양한 혐의... 한끗차이로 처벌 수위 오락가락

먼저 12일 기준으로 비공개 촬영회 사건에 입건된 사람은 총 10명이다. 기존에 양 씨가 고소한 스튜디오 실장 정 씨(42)와 촬영자 모집책 최 씨(44), 사진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강 씨(28), 두 번 째 고소인인 이 씨(27)에 대해 강압 촬영 및 강제 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2인과 사진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5명이다. 이들은 각각 서울 마포경찰서와 동작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재 여성청소년수사과에서 일괄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파일공유사이트 등에 돈을 받고 사진을 판 정황을 포착해 사이버 수사까지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2일 미디어SR에 "그냥 사진을 유출한 것과, 돈을 받고 유출한 것은 처벌에 있어서 천지차이"라며 "돈을 받고 판 사실이 확정될 경우 가중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애초에 촬영회의 목적이 사진 판매였는지 가려내는 것 또한 처벌의 강도을 확연히 바꾼다. 경찰 관계자는 "촬영회의 목적에 결과물의 판매가 있었는지, 사진 판매가 참여자의 개인 일탈 행동이었는지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에 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의자는 피해자, 피해자는 피의자로...

지난달 말 양 씨가 고소한 스튜디오 실장 정 씨가 양 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 했다. 정 씨 측 법률대리인은 “서울 서부지검에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양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무고 혐의에 관해서는 상황이 뒤바뀌어 양 씨는 피의자가, 정 씨는 고소인이 됐다.

이에 인터넷 여론에서는 정 씨의 맞고소로 수사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경찰 측은 수사에 큰 지장은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무고 혐의에 대한 조사는 일단 본건의 수사가 끝나야 진행되는 사안이고, 맞고소 사실 자체가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없다"며 "고소 여부에 상관 없이 증거를 토대로 사건을 객관적으로 수사하는 것이 경찰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일에는 양예원 씨가 최초 폭로했을 당시 수지의 청와대 청원 동의로 피해를 봤다고 밝힌 스튜디오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자·배우 수지씨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지 소속사 JYP 측은 미디어SR에 "확인 중이고 회사로 소장이 온 것은 아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개정된 '무고' 매뉴얼... 피의자 인권침해인가?

이에 무고에 관해 법무부ㆍ대검찰청이 최근 개정한 ‘성폭력 수사 매뉴얼’에 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무고 혐의로 역고소당할 경우, 본건(성범죄) 수사가 끝날 때까지 무고 사건 수사에 착수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이는 피해자에게 가중되는 부담을 덜어 효과적인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나온 조처다. 신고자는 피해자임을 입증해야하는 입증 책임을 떠안음과 동시에, 무고가 아닌 점도 증명해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법 적용이 공정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정 씨는 무고 처리 방식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정 씨의 법률대리인은 헌법소원에 관해 “대검 수사 매뉴얼이 법률은 아니지만, 평등권을 침해하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14만7000만명 이상이 서명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검찰청의 불법적인 성폭력 수사 매뉴얼 중단을 요청한다"는 국민 청원. 12일 기준 14만7000명 가량이 동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한편, 법무부와 대검은 피의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성폭력 수사 매뉴얼의 개정 권고를 담당한 오선희 변호사는 12일 미디어SR에 "수사를 안한다는 취지가 아니고, 사건이 성폭력 사건과 무고 사건이 동시에 있을 때 본건(성폭력 사건)의 수사 종결 후 무고 사건을 차례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내용에 관한 중복 수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효과적인 방법일 뿐"이라며 "무고 사건도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인권침해라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개정된 매뉴얼로는 실제 무고 '꽃뱀' 사건을 잡는 것 또한 쉬워진다. 오 변호사는 "기존에 무고 고소가 성폭력 사건을 방해하려는 의도나 피해자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로 쓰이는 경우들이 많았다"며 "개정 매뉴얼로 수사가 진행되면 이렇게 무고 고소를 악용하는 가해자들을 방지해, 실제로 무고한 이들에 대한 투명한 수사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 피해자중심주의의 대두, 성폭력 사건 판도 바꿀지도

법무부ㆍ대검의 결정은 앞으로 성범죄와 같이 정신적ㆍ신체적 피해가 큰 분야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인권에 강조점을 두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형법은 피의자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것이 원칙이다. 99가지의 확증이 있어도 1개의 증거에 합리적 의심이 하나라도 제기되면 '피고인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뿐만 아니라, 영미법계외 대륙법계에 모두 통용되던 근대형사법의 보편적 주의인데, 많은 현대형법론자들은 이를 비판해온 바 있다. 피해자가 판사의 은혜적 배려에 의해서만 보호되고 있고, 피해자의 지위가 법적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이와 같은 반성을 바탕으로 앞다투어 형사법개혁을 통해 피해자 지원과 보호,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에 나서는 상황이다.

오 변호사는 "현대 형사법 체계에서 '피해자중심주의'라는 새로운 주제가 등장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 부터 피해자 보호에 관한 정책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는 국제적이고 현대적인 동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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