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이 오래되었음에도 종종 놀라는 이슈가 있다. 다름이 아니라 자원 재활용과 환경 보호에 관한 정부 정책과 사람들의 행동이다. 마트에서는 계산대 직원들이(대부분의 마트에서 직원들이 상품을 비닐 백에 담아준다) 구입한 물건들을 몇 개의 비닐 백에 넉넉히 나누어 담는 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 소비자가 원하면 비닐 백을 추가로 가져올 수도 있다. 가정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는 싱크대에 설치된 음식분쇄기로 갈거나 아니면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리면 된다. 다시 말해 페트병, 유리병, 음식물 쓰레기, 일반 쓰레기 구분 없이 큰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리면 끝이다.

이제는 한국에 방문해서 우리나라의 종량제 봉투나 음식물 쓰레기 분류기 등을 마주할 때면 굉장히 까다로운 자원 재활용이 필수적이라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자원 재활용과 환경 보호가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이지만 각 국가의 정책과 시민 의식은 국가마다 다르다. 자원이 풍부하고 방대한 토지의 미국에서의 자원 재활용과 환경 보호의 절박감과 미국의 한 주보다도 작은 우리나라에서 느끼는 그것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미국의 자원 재활용에 대한 느슨한 정책과 소비자 인식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케아의 비닐 백 사용 금지 발표

6월 7일 이케아(IKEA)는 비닐 백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 2020년까지는 비닐 백 사용은 완전히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몇 년 안에 이케아에서 일회용 빨대, 접시, 쓰레기 백 등이 사라질 전망이다.

이케아(IKEA)가 비닐백 사용의 대대적인 금지를 발표하면서 비닐 백 사용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출처

이케아 전 세계 매장에 적용될 이 정책은 이케아의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Sustainability Initiatives)의 일환이다. 이케아는 2030년까지 “친 지구적(Planet Positive)”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고, 2020년까지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고 2025년까지는 배출 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도록(Zero Emission) 하겠다는 목표 아래 이미 재생가능하거나 재활용된 재료들을 사용해왔다. CNN에 따르면 이케아는 이미 2십억달러(약 2조 2천억원)를 재생가능 에너지 관련 부문에 투자했고, 75만여 개의 태양 에너지 패널과 416개의 풍력 터빈을 설치했다.

최근 들어 비닐 백과 관련한 환경문제가 더 심각해지면서 EU는 6월 초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들(예: 일회용 접시, 빨대 등)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케아는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6월 7일 그들의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미국의 자원 재활용 현황

세계에 사용되는 비닐 백의 규모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환경 보호 단체 중 하나인 conservingnow.org에 따르면 국제 동물 복지 펀드(international Fund for Animal Welfare), 환경보호 에이시(the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등의 정보를 종합해 보았을 때 다음과 같다고 한다.

  • 전 세계적으로 매년 5천억개-1조 개의 비닐 백이 사용되는데,
  • 비닐 백 하나는 한 사람에게 단 12분만 이용되고
  • 200여 개 중 단 하나만이 재활용 되고 있는 상태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얼만큼의 비닐 백이 사용되고 있을까? 환경 보호 에이전시는 매년 3천 8백억 개의 비닐 백, 포장 등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인구 3억 2천명(2017년 기준)으로 나누면 일인당 하루 3.25개, 연간 1187.5개의 비닐 백 또는 비닐 포장 등을 사용하는 셈이다.

전체 3천 8백억 개 중 유통업체에서 쓰이는 쇼핑백은 약 1천억개로, 유통업체들이 연간 4조원을 이 쇼핑백에 쓴다고 한다. 한 가정이 대형마트를 4번 방문하면 무려 60개의 비닐 백을 집으로 가져오게 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마트에 갈 때마다 작은 양을 쇼핑해도 결국 평균 5-6개의 비닐 백을 들고 마트를 나오곤 하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통계 수치다.

 

#비닐 백 사용에 대한 국가 정책

비닐 백에 대한 비용과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고취되면서 비닐 백 사용 금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고 정책에 조금씩이나마 반영되는 추세다. 하지만 미국의 주(state)마다 비닐 백 사용 정책이 다른데다 주의 하위 단위인 카운티(county)별로도 다른 경우가 많다.

Bag the ban이라는 웹사이트는 미국 각 주의 비닐 백 관련 정책을 알아보기 쉽게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지역을 보자. 주 정부에서 비닐 백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3개 카운티(하이드, 데어, 커리턱 카운티)에서 2010년부터 자체적으로 비닐 백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비닐백 금지 상황을 알 수 있는 백더밴(bagtheban)사이트: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의 정책 상황). 출처

비교 삼아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보면, 우선 뉴욕 주[우리가 흔히 말하는 뉴욕은 엄밀히 뉴욕 시(New York City)로, 뉴욕 주(New York State)의 일부분이다]는 2015년부터 정책적으로 비닐 백 사용을 줄이고 금지해왔다. 그렇지만 카운티 별로 조금씩 다르다. 롱비치와 뉴욕 시의 경우 비닐 백을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 대신 비닐 백 하나 당 5센트(약 54원)를 지불해야한다. 반면 뉴 캐슬 지역은 도시 전체에 비닐 백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종이 백을 구입할 수 있으며 개당10센트(약 107원)을 내야한다.

(미국의 비닐 백 금지 상황을 알 수 있는 백더밴(bagtheban)사이트: 뉴욕 주 현황). 출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16년부터 주 전체에 비닐 백 사용이 금지되어 있으며, 종이 백 또는 재활용 가능한 백에 한해 10센트를 부과하는 정책(Bill SB-270)을 시행해왔다. 그렇지만 뉴욕주와 마찬가지로 지역적으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 속해 있는 LA와 샌디에고에서는 비닐 백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종이 백 하나당 10센트 부과하지만 재활용 백에 대한 금지 또는 구입 금액 부과 규정은 없는 상태다.

(미국의 비닐 백 금지 상황을 알 수 있는 백더밴(bagtheban)사이트: 캘리포니아 주 현황). 출처

발표가 있은 후 맥도날드와 테스코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도 비닐 백과 비닐 포장 관련 사용을 줄이겠다는 발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마트에서 쉽게 가져오는 편리한 비닐 백, 유통업체들도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하고 개인 소비자들은 편의성을 위한 비닐 백이 끼치는 영향들을 조금씩 더 고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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