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의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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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8.06.0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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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minzada
그래픽. minzada

 

김정주의 외향은 확실히 권위적 리더로는 보이지 않는다. 게임 업계 1세대 리더인 그는 일찌감치 경영일선에서 손을 떼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좇아가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서울대 재학시절부터 정해진 틀에 구애받지 않았던 그는 경영인으로서의 행보도 엉뚱했다. 요약하자면, 내부의 일에 매몰되기 보다 외부에서 큰 그림을 조각하는 것에 더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또 한편, 김정주가 넥슨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했고 넥슨이 김정주식 M&A로 모험 및 성장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 역시 견제 없는 황제 경영을 해왔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최근 무죄 판결로 일단락 된 진경준 전 검사장에의 뇌물 제공 혐의 등은 김정주 식 경영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비판의 근거로 거론됐다.  

경영의 측면에서 양 갈래의 평가를 받는 김정주. 그럼에도 그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그가 구성원을 바라보는 태도다. 김정주는 스스로 재미를 좇아 가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처럼, 조직의 구성원들 역시도 판 위에서 한바탕 놀다 가길 바란다. 


송재경 : 한국 게임사의 큰 변곡점을 그린 '바람의 나라'의 뼈대를 만든 장본인이자,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를 만든 장본인.

송재경은 김정주의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86학번 동기이자 카이스트의 1년 선배다. 김정주는 원래 송재경과 함께 카이스트에 입학하기로 돼 있었지만, 대학시절 이미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그는 필수 과목을 누락해 졸업이 1년 유예된다. 그 1년의 시간 동안 송재경은 카이스트에서 컴퓨터에 깊이 빠져있었고, 김정주는 서울대 선배들이 차린 벤처를 기웃거리며 창업의 꿈을 본격적으로 키우게 된다.

창업가의 피를 가진 김정주가 마침내 넥슨을 설립한 것은, 한 해 빨리 카이스트에서 자리를 잡아 아직 인터넷이라는 것이 모호하던 때에 '온라인 네트워크'의 개념을 정립하고 있던 송재경이 자신의 아이디어, 그래픽 머드 게임을 구체화하면서부터다. 그렇게 시작된 넥슨의 모태에서 송재경은 '바람의 나라'의 뼈대를 만들어 나간다.

하지만 벤처가 그러하듯, 그리고 아직 개념조차 모호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작업이 그러하듯, 당장에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결국 넥슨의 초기 비지니스 모델은 게임이 아닌 웹 에이전시 였고, 회사의 규모와 성장 동력도 차츰 달라지게 된다. 결국 송재경은 '바람의 나라'의 뼈대만을 만들어놓고 어느 날 홀연히 넥슨을 떠나간다. 떠난 뒤에도 '바람의 나라'의 코딩 작업을 해오던 송재경이었지만, 김택진의 엔씨소프트로 적을 옮기며 '리니지'를 만들어낸 송재경. 그 때부터 김정주와 송재경은 동지적 관계에서 자의 반, 타의 반 라이벌이 되고 만다. 또 이 때부터 김정주의 넥슨과 김택진의 엔씨소프트의 경쟁이 본격 시작된 격이 된다.

현재 송재경은 엑스엘게임즈라는 자신만의 회사를 차렸고, 여전히 김정주, 김택진과 소통한다. 한국 게임의 현대사를 열어 젖힌 송재경, 김정주의 인생에 여전히 지대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임은 틀림없다.

전길남 :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한국 IT 역사의 산증인.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인터넷을 개발한 인물로,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시절 김정주 송재경의 스승이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엄격했고 급기야 주말에는 암벽 등반까지 함께 해야 했던 교수로도 유명했다. (한국인 최초로 마테호른 등반에 성공해 국민훈장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카이스트 시절 엄격한 전길남 교수에게 공부보다는 사업 머리가 더 발달한 김정주는 그리 예쁜 제자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인터넷 1세대로 불리우는 허진호 정철 등의 제자들과는 또 세대가 다른 김정주, 송재경의 관심은 필연적으로 다른 곳에 있었고,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결과물이 바로 '게임'이라는 소프트웨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교수는 제자들에게 비교적 열린 스승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주는 2014년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 깜짝 등장해 전길남 박사의 세션에 앞서 스승을 이렇게 소개했다. "전길남 박사의 연구실은 세상에서 제일 앞서가는 연구를 하고 가장 혹독했던 연구실로 기억된다. 우리나라 모든 학교와 기관이 중간에 쉬거나 진로를 바꾸는 것이 어려운 문화였는데, 전 박사의 랩은 그렇지 않았다. 중간에 연구소를 나오면 앙금이 생기거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한 번도 다툼이나 분쟁이 없었던 것이다. 뛰쳐나오면, '그래? 나가서 하고 싶은 것 한 번 해봐!'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었다."

김정주와 전길남 교수의 인연은 그리 깊지도 또 길지도 않았지만, 김정주가 넥슨이라는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밑바탕을 전길남 교수가 만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전 교수가 만든 밭에서 제자들이 퍼뜨린 씨앗이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만든 것이다.

정상원 : 송재경이 떠난 뒤, 넥슨에 합류해 남겨진 '바람의 나라'를 완성시킨 장본인이다. <플레이>에 따르면, 김정주는 바람 같은 천재인 송재경이 아닌 곰 같은 우직한 정상원이 '바람의 나라'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정상원은 그러나 넥슨에서 '바람의 나라'만 완성시킨 것은 아니었다. 그는 특유의 우직함으로 넥슨 개발자들이 의지하는 나무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정상원 김정주의 첫 결별을 초래했다. 바로 직원들의 보상 문제가 갈등을 불러왔다. 당시 성장가도를 달리던 게임 회사에서는 개발자들에 확실한 보상을 손에 쥐어줬지만, 상장을 주저하는 김정주의 넥슨에서는 이렇다할 인센티브가 없었다. 개발자들의 불만이 커졌고 정상원도 여러차례 김정주에 피력했으나, 김정주는 상장에는 보수적이었다. 결국 이 문제로 정상원이 넥슨을 떠나게 됐다.

김정주는 좋아하는 사람을 끌어모으는데 탁월하다. 하지만 송재경, 정상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떠나고자 하는 이들을 구태여 붙잡지 않는 타입이다. 김정주는 넥슨이 자유롭게 오가는 열려있는 조직이길 바랐다. 그에게 조직이란 그가 벌려놓은 판일 뿐, 구태여 테두리를 그려 구속하려 하지는 않았던 것다. 그러다보니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일도 많았다. 송재경 역시 넥슨을 떠난 뒤에도 슬쩍 들러 '바람의 나라' 코딩 작업을 했었고, 정상원은 10년 만에 넥슨에 재합류 하기도 했다. 넥슨이 정상원의 띵 소프트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현재 김정주가 뒷선으로 물러난 넥슨에서 정상원은 부사장 직에 있다. 그는 김정주가 자신에게 일을 맡길 때, "내가 당신에게 권한을 넘긴 이유는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다르게 접근하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는 성공하지 않겠느냐다"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김택진 :  넥슨과 함께 국내 게임업계 양대산맥으로 불리우는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김정주와는 넥슨 창립 무렵, 알게 된 인연으로 자주 술도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오랜 인연이다. 넥슨을 뛰쳐나온 송재경이 아이네트에서 리니지를 만지작 거리다 아이네트의 경제적 사정으로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런 송재경을 스카우트 한 인물이기도 하다. 결국 리니지는 엔씨소프트를 통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됐고, 엔씨소프트를 성공 가도에 태우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엄청난 성공이 넥슨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이 때부터 라이벌 구도를 그리게 된다.

국내 시장에서 아우다웅하던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2012년 전격적으로 손을 잡게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위해 국내 업체끼리의 소모적 경쟁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 궁극적으로는 미국 대형 게임사 EA를 인수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화합의 결말을 그리 좋지 않았다. 양측의 경영권 다툼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EA 인수의 불발로 인해 서막이 오른 양사간의 경영권 분쟁은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서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로 인해 김정주와 김택진 역시 다소 불편한 관계가 된 것은 2016년 송재경이 한국경제와의 인사이드 인터뷰에서 "세월이 지나면 두 사람이 다시 친해질 것"이라고 말했던 것에서 알 수 있다.

김정주와 김택진은 달라도 너무 다른 캐릭터다. 일찌감치 경영 뒷선으로 빠져 완전히 다른 바운더리에서의 새로움을 갈망하는 김정주와 개발자에서 경영인으로 성장해 바운더리 안에서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김택진이다.

디즈니 :  김정주는 넥슨의 목표를 말하며 여러 차례 디즈니를 언급한 바 있다. 넥슨을 게임을 벗어나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워보고 싶다는 염원이 담긴 발언이다. 그는 <플레이>에서 "디즈니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회사라고 본다.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 볼까 싶다"라며,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미지의 디즈니를 부러워 했다. 그런 김정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넥슨은 '돈슨'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부분 유료화라는 게임의 BM을 최초로 개발해 유저로부터 돈을 쓸어 모았기 때문이다.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료화 모델을 일찍부터 과감하게 적용해 실패를 맛보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게임계 '현질'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이다. 또 김정주는 넥슨 내부의 경영 관리 등은 일찍부터 전문경영인들에 맡겨버렸지만, 외부에서는 활발하고 공격적인 M&A 작업으로도 유명하다. 게임의 개발 보다는 M&A를 통한 팽창에 더 주력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개발자에 대한 보상 문제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정작 넥슨의 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 진경준 전 검사장과의 '넥슨 게이트'도 실망감을 안겼다.

결과적으로 김정주가 꿈꾸는 넥슨의 디즈니화는 영원한 꿈으로 남을 가능성도 높다. 김정주는 횡령 및 배임 의혹으로 2016년 넥슨재팬의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여전히 넥슨의 지주회사 NXC의 대표이사로 지대한 영햑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진경준 : 김정주의 30년 지기이자, 김정주 인생 최대의 리스크. 서울대 86학번 동기인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뇌물'이라는 불명예 속에 주저앉아 버렸다.  뇌물의 액수는 9억5000여만원. 여기에는 김정주가 진경준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차량과 여러차례 제공한 여행 경비까지 포함됐다. 친분 때문이라 말하기에는 확실히 과했다. 김정주 역시 "진경준에게 주식을 살 수 있도록 돈을 지원한 것과 차량을 제공한 것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법원의 판결은 무죄였다.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

법적으로는 무죄일지언정, 그와 진경준의 거액의 거래가 떳떳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김정주는 재산 일부의 사회 환원 및 어린이 재활병원 설립, 2세 경영 세습을 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세습 외에 지분 상속까지도 포기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지주회사의 대표가 갖는 여전한 영향력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여하튼, 이런 발언의 배경까지 따지고 보면 마냥 순수한 의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주의 공개적 발언이 주는 울림은 컸다. 그만큼 한국 재벌가에서 공개적으로 사회공헌 및 경영 세습 철퇴를 외친 적이 지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Who is Next

김정주의 카이스트 시절 룸메이트인 이해진이 창립한 네이버의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다 뛰쳐나온 현 카카오 공동대표 조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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