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회사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가 재산의 사회 환원과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창업자가 2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은 국내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김정주의 이 같은 발언은 복잡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게임 업계의 사회공헌활동은 타 업계에 비해 눈에 띈다. 넥슨과 함께 빅3로 꼽게 되는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는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했고 이들 외에 컴투스, 스마일게이트, 라이엇게임즈 등도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다.

'게임'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전환시키려는 기업 차원의 노력으로 해석되는 한편, 기업의 인식 개선에 사회 공헌이 주는 영향력을 절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미디어SR은 국내 게임 업계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분석해 보았다. 게임 콘텐츠 안에 사회적 가치를 심은 미국의 게임 회사 블리자드의 사례도 살펴보았다.

국내 창업주들 중 확실히 남다른 캐릭터를 가진 김정주에 대한 피처도 실어보았다. [편집자 주]

게임업계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하다. 게임사들은 재단을 세워 수백억 원을 기탁하고, 임직원 봉사단을 꾸리는 등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 

게임사들은 각자의 비전과 미션을 가지고 사회공헌활동에 임한다. 각 게임사들의 사회공헌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넥슨, 게임사 특징 살린 사회공헌활동 진행 

넥슨은 가진 전문적인 인프라를 활용해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넥슨은 NXC, 넥슨코리아 등 넥슨 컴퍼니의 각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했던 사회공헌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난 2월 넥슨재단을 설립했다.  

'제2회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 모습. 제공: 넥슨

넥슨은 주로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에 집중한다. 특히, 게임산업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에게 넥슨이 가진 인프라를 활용해 교육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한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Nexon Youth Programming Challenge, 이하 NYPC)이 있다. 코딩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 제고와 역량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2017년에는 차세대 프로그래밍 인재들을 위해 코딩의 중요성과 비전, 진로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NYPC 토크콘서트’를 개최하고, 청소년들과 SW분야에서 성취를 이뤄낸 멘토들의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넥슨은 프로그래밍 저변 확대를 위해 D3S 청소년 해커톤 대회 후원, 여성 프로그래머 육성 단체 장고걸스 해커톤 대회 후원 등의 후원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게임을 통해 기부 캠페인도 펼친다. 2002년 ‘바람의나라’ 유저들과 불우 이웃 돕기 이벤트를 통한 기부가 시작이었다. 이후에도 2010년 아이티 지진참사의 피해 어린이 지원을 위한 '던전앤파이터' 유저 참여 기부 캠페인, 2017년 에티오피아에 식수 지원을 위한 '크레이지 아케이드' 기부 이벤트 등을 진행했다.

넥슨은 넥슨 메이플스토리 연구소 등을 설립해 게임산업과 게임문화에 대해 대중이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연구소의 전시관은 인기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의 IP를 활용한 포토존, 게임제작 직무 인포그래픽 등 6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상 속의 게임세상을 직접 디자인하는 코딩체험과 캐릭터 3D 홀로그램 등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넥슨은 어린이의 건강과 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200억 원 기부하고, 개원 이후에도 환아와 가족을 위한 성탄 행사를 여는 등, 어린이를 위한 다각도의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넷마블, 인재 키우기건강한 게임문화 확산에 집중

넷마블은 ‘문화적 가치 확산을 통한 우리 사회의 미래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지난 1월 넷마블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넷마블문화재단은 ‘건강한 게임문화의 가치 확대’, ‘미래 창의 인재 양성’, ‘나눔 문화 확산’ 등을 우선 가치를 두고 사회공헌활동을 개발 중이다.

그중 넷마블문화재단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인재양성'이다.

넷마블문화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최근 게임업계가 급성장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게임인재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늘어나는데 반해 이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나 정보제공은 이뤄지고 있지 않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 게임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 제공: 넷마블문화재단

실제 넷마블문화재단은 지난 2016년부터 진행되어 온 '게임아카데미'의 심화 과정을 새로 개설해 '게임아카데미' 수료생 중 우수한 학생들에 대해 후속교육을 계속 지원 중이며, 연간 1,200여명에 이르는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견학프로그램도 확대 및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게임아카데미'는 전용 스튜디오에서 교육이 진행되고 참가학생을 대상으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게임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만든 게임을 외부에서 선보일 수 있는 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에 한 단계 다가가는 기회를 제공한다.

넷마블문화재단은 장애, 성별, 나이 등에 관계 없이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 문화 만들기'와 관련된 사회공헌도 지속적으로 해왔다. 넷마블문화재단 관계자는 "넷마블나눔재단은 대상이 아닌 내용에 따라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넷마블이 제공하는 게임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인 만큼 넷마블문화재단 역시 인종, 성별, 연령과 관계없이 넷마블문화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부합하는 대상에게 적절한 활동과 지원을 연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7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 제공: 넷마블

특히, 넷마블은 창립 초기부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의 개방성을 활용해 장애인이 신체적, 사회적 제약을 넘어 동등한 여가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공헌활동을 해왔다. 2009년부터 '전국 장애학생 e 페스티벌'을 주최했으며, ‘장애 없는 게임 세상을 꿈꾸다’라는 타이틀로 특수학교 내 ‘게임문화체험관’도 지속 운영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넷마블문화재단은 게임박물관 건립을 통해 게임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캐릭터 공원 및 도서관 조성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며, 임직원 기부 및 봉사활동을 확대하여 나눔 문화를 전파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엔씨문화재단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우리사회의 질적 도약을 위한 가치 창출’이라는 방향성을 기반으로 장애학생의 교육 기회를 넓히기 위해 장애학생 특수교육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엔씨문화재단의 주민휘 매니저는 미디어SR에 "엔씨문화재단은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한다. 지속적이고 진정한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의 질적 도약을 위한 가치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수교사 커뮤니티 세티넷. 세티넷 캡처

엔씨문화재단은 올해 4월 국내 최대 규모의 특수교육 교수, 학습 지원 사이트 세티넷을 신규 오픈했다. 세티넷은 1999년 시작된 '손오공의 특수교육' 사이트를 전면 개편한 것으로, 특수교육 종사자들의 커뮤니티이자 자료 아카이브 사이트다. 엔씨문화재단은 1년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PC 및 모바일 플랫폼 동시 지원, 검색 기능 강화 등 사이트 개편을 지원했다.

그림상징 표시판 14종. 제공: 엔씨문화재단

뿐만 아니라, 엔씨문화재단은 인지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글씨로만 되어 있는 교내 표지판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도서관, 컴퓨터실, 체육관 등을 그림으로 표시해둔 '그림상징 표시판' 14종을 공개, 보급했다.

엔씨문화재단은 난민 문제에도 주목해, 작년 6월 유엔 난민기구 한국대표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민간 재단으로는 처음으로 작년부터 난민들의 고등학교와 대학 공부를 후원했다. 엔씨문화재단은 지난 4월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에 있는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해 재단이 지원하고 있는 난민 고등교육 장학생들과 현지 간담회를 진행해 현장을 점검했다.

주 매니저는 "엔씨문화재단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우리사회의 질적 도약을 위한 가치 창출’이라는 방향성 하에 더욱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적 책임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컴투스, 청소년과 아동이 밝은 환경에서 꿈을 키우도록

키르기스스탄 콕추 지역에 설립된 글로벌 IT교실 제공: 컴투스

컴투스는 ‘미래 희망 더하기’라는 슬로건 아래, 미래 세대인 전세계 청년 및 청소년,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지원하는 후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컴투스는 지난해 주요 사회공헌 사업 중 하나인 ‘컴투스 글로벌 IT교실’ 건립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금까지 4개의 IT교실을 국내외에 조성했고, 현재 5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컴투스 글로벌 IT교실’은 열악한 시설로 IT 교육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한 저개발 국가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IT 교육 환경 개선 사업이다.

'컴투스 글로벌 IT교실’은 게임을 즐기는 세계 유저들이 나눔의 실천에 동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저가 게임 내에서 주어진 공동 미션을 달성하면 컴투스가 후원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금이 마련된다.

더불어 중∙고등학생이 참여하는 ‘청소년 영상캠프’를 매년 후원해 영상 콘텐츠 인재 육성을 도모하고, 한국 트라이애슬론 꿈나무 육성을 위한 대한철인 3종 협회 지원 및 유소년 야구단 후원 등 쳥소년들의 다양한 꿈을 응원하고 있다.

컴투스 관계자는 "컴투스는 글로벌 IT교실 건립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 환원 사업들로 세계 곳곳에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NHN엔터테인먼트, 사회적 약자의 사회 진출 도와

한게임을 운영하고 있는 NHN엔터테인먼트는 지역 어르신, 자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엔터)는 지난 4월 지역 어르신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꽃신 마을부엌' 2호점을 개소했다. 공익기관의 취사시설을 공유부엌으로 활용해 지역 어르신들의 사회관계 형성을 돕기 위해 마련했다. '꽃신 마을부엌'에서 어르신들은 차모임, 요리활동, 보드게임 등에 참여해 직접 요리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친목을 다질 수 있다. 단대동에 있는 1호점 논골에 이어 태평 2동점이 두 번째로 개소됐다.

NHN굿프렌즈의 직원들. 제공: NHN엔터테인먼트

이외에도 NHN엔터는 장애인 일자리 마련을 위해 2016년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NHN 굿프렌즈'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에게 적합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장애인에게 양질의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도다. NHN굿프렌즈는 중증장애인을 NHN엔터 사내 카페 바리스타로 채용했다.

다만 NHN엔터는 사회공헌에 집중하는 게임업계의 흐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다양한 사회공헌을 개발, 진행하고 있는 타 게임사들과 달리, NHN엔터는 사회공헌에 관련된 투자나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지는 않다.

이에 대해 NHN엔터 홍보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NHN엔터는 게임업체라고 하기보다는, 종합 IT업체로 변신 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NHN엔터는 간편결제 페이코를 중심으로 음원(벅스), 웹툰(코미코), 예매(티켓링크), 광고(에이스 카운터) 등 기존의 한게임 부문 외에도 여러 사업에서 신규 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스타트업 같은 느낌이 든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사회공헌에 매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게임 산업과 사회공헌①] 게임산업, 10년 흑역사 넘어 새로운 전성기로
[게임 산업과 사회공헌②] 게임사, 사회공헌에 앞장서다... 5社5色 사회공헌
[게임 산업과 사회공헌③] "소수자를 영웅으로"... 블리자드가 꿈꾸는 세상
[게임 산업과 사회공헌④] '경영 세습 않겠다는' 김정주,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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