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C 제공

 

게임회사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그는 흔히 벤처의 신화로 지칭된다.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아내 유정현과 서울대 동기이자 절친한 송재경과 함께 창업한 작은 회사를 지금의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키워냈다.

은둔형 경영자로도 불린다. 넥슨 그룹으로 불릴 정도의 거대 조직이지만 자기 회사 건물에 들어가려는 창업주를 경비원이 알아보지 못해 막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일찌감치 전문경영인을 두고 회사 경영을 관리해왔다.

최근에는 재산 사회 환원과 자녀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그의 공언이 통 큰 기부라는 타이틀로 언론에 도배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설명만으로도 확실한 것은 김정주가 흔한 그룹 창업주는 아니라는 점이다. 적어도 한국에서 창업주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을 그는 늘 벗어났다.

사실 김정주는 인생에 있어 단 한 번도 정해진 틀 속에 자신을 가둬두며 살지 않았다. 최근 두 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애초에 김정주가 자식들에게 기업(적어도 넥슨을)을 물려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 역시 발표한 입장문에서 '회사를 세웠을 때부터 한 번도 흔들림 없었던 생각이었습니다만, 공개적인 약속이 성실한 실행을 이끈다는 다짐으로 다시 한 번 약속드립니다'라고 썼다.

물론 그의 입장문을 순수한 의도로만 보기는 어렵다. 입장문을 발표한 배경에는 '뇌물 수수'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김정주는 대학 동기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결과로만 보면 무죄였지만, 마냥 떳떳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김정주라는 넥슨 창업주는 돌연변이 같은 존재다.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시절부터 틀에 박히지 않은 그의 성향은 카이스트 박사과정을 6개월 만에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그 때 그의 나이 스물 일곱이었다.

역삼역 성지하이츠 2009호에서 삼삼오오 모여 시작된 작은 게임 회사는 창립 1년 만에 바람의 나라를 개발하며 세계 최초의 그래픽 기반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을 탄생시키게 된다.

늘 탄탄대로를 달렸던 것은 아니었고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모든 것을 리더로 통솔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특유의 자유로운 성향이 넥슨의 기업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쳐 초창기 넥슨은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의 조직이었다. 지금도 그런 조직 문화를 중시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때문에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실패를 거듭하는 가운데 불거져 나와 히트작을 만들어 내며 회사의 동력을 키워나갔다.

넥슨의 대표적인 히트작으로 꼽히는 카트라이더의 경우에는 초기 개발 단계에서 김정주가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그렇지만 창업주가 달가워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고꾸라져버리는 일선 회사와는 달리, 당시의 넥슨은 스스로 하고자하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시도하고자 하는 DNA가 조직 내에 있었다.

이는 김정주 스스로도 늘 지켜내려 했던 넥슨의 조직 문화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조직의 덩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고,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 진출하며 일본, 미국, 유럽 등으로 반경을 확장해나가는 넥슨. 하지만 그 속에서도 '초심'이라는 지켜야 할 가치를 여러차례 강조해왔다.

그런 김정주이지만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시민단체에 고발된 바 있으며 이 의혹이 불거지면서 등기 이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도 무시할 수 없었던 '리스크'였다. 

현재는 넥슨의 지주회사 NXC 대표이사로 있는 김정주. NXC는 제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주로 아이디어 및 기술 투자,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 최초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및 제주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문화사업 등 사회공헌 사업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과거 김정주는 그의 목표점을 말하며 여러 차례 디즈니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넥슨을 디즈니 수준까지 키워보고 싶다"라며 그의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디즈니처럼 모든 콘텐츠 분야를 다 아우르게 되려면 갈 길이 멀다"라는 그의 말에서 그가 그린 넥슨의 방향성이 그려진다. 일찌감치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데다 최근의 여러 변수들로 인해 김정주의 방향성이 곧 넥슨의 방향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럼에도 김정주의 재미를 좇는 여정이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김정주는 역삼동 작은 사무실에서 넥스트 제너레이션 온라인 서비스(NEXT GENERATION ONLINE SERVICE)라는 거창한 타이틀의 조직, 넥슨을 만들었던 당시에도 '최초의 게임 회사'를 만들어내겠다는 야망보다는 '재미있는 것을 해보겠다'는 욕심이 컸던 사람이라는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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