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회사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가 재산의 사회 환원과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창업자가 2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은 국내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김정주의 이 같은 발언은 복잡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게임 업계의 사회공헌활동은 타 업계에 비해 눈에 띈다. 넥슨과 함께 빅3로 꼽게 되는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는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했고 이들 외에 컴투스, 스마일게이트, 라이엇게임즈 등도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다.

'게임'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전환시키려는 기업 차원의 노력으로 해석되는 한편, 기업의 인식 개선에 사회 공헌이 주는 영향력을 절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미디어SR은 국내 게임 업계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분석해 보았다. 게임 콘텐츠 안에 사회적 가치를 심은 미국의 게임 회사 블리자드의 사례도 살펴보았다.

국내 창업주들 중 확실히 남다른 캐릭터를 가진 김정주에 대한 피처도 실어보았다. [편집자 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게임 '오버워치'의 캐릭터들은 블리자드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한다. 제공: 블리자드

국제 분쟁의 시대에 상처로 찢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영웅들로 구성된 다국적 특수 부대, 오버워치가 결성됐다. 그런데 영웅들이 아주 특이하다. 자폐증 환자부터 동성애자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배척받는 이들이 세상을 구하고 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가 내세운 '다양성'이라는 가치 때문이다.

블리자드는 1991년 세워진 미국의 게임 개발·판매사로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 굵직한 PC 게임을 개발한 최대 규모의 개발 스튜디오 중 하나다. 총괄 기획자가 성 소수자임을 밝히고 이를 게임 상에도 드러내는 등, 유저들에게 "너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오버워치라는 게임에서는 자폐증 환자, 레즈비언, 방사능 피폭 피해자, 무성인(無性人), 노인 등 우리 사회에서 차별당하거나 배척받는 소수자가 전체 캐릭터의 8할가량을 차지한다.

우진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코리아(대표 전동진 · 이하 블리자드코리아) 주임은 미디어SR에 "처음에는 게임에서 사회적 가치를 논한다는 것을 어색해하는 유저들도 많았고, 심지어는 장애를 가진 캐릭터가 너무 많다는 민원도 있었다"며 "옳은 방향성을 설정한 후에 게임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올리는 데 매진해 유저와 사회적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진호 주임은 "모두가 환영받을 수 있는 세계를 게임 안과 밖에서 만드는 것이 블리자드의 가치다. 이를 게임 자체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그 가치를 실제 사회로 가지고 나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모레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회장. 제공: 블리자드

블리자드는 2017년 '글로벌 다양성·포용성 이니셔티브(GDII)'를 세웠다. 마이크 모레임 블리자드 회장은 블리자드 소속 여성 직원은 21%밖에 안 된다는 점, 소수자(인종, 성적 지향성 등) 직원은14%뿐이라는 점을 착안해 GDII를 설립했다. GDII는 이러한 다양성의 결핍이 단순히 블리자드 뿐 아니라 게임 업계의 전반적 현상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GDII를 통해 직장 내 여성 인권 정책의 강화, 환경 개선은 물론, 어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코딩 교육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여성이라는 소수자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소수자의 문제들 또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비전을 내새운다. 또, 게임 내 여성의 성 상품화를 줄이는 개발 및 디자인 문화를 조성, 페미니즘 문제에도 재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오버워치 게임 내 인기 캐릭터를 테마로 한 자선 스킨을 제작, 판매 수익금 전액을 유방암 연구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블리자드코리아의 CSR 활동 또한 눈에 띈다. 대부분 외국계 게임사의 국내 사회공헌이 저조한 가운데, 블리자드코리아는 타 게임사들에 비해 CSR 활동의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블리자드코리아 직원들과 코스프레 회원들. 제공: 블리자드코리아

지난달 17일에는 서울 신촌동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원장 김호성)에서 어린이 환자와 그 가족들을 찾아 선물을 전하는 ‘작은 영웅들과 함께하는 블리자드 데이’ 행사를 가졌다. 이는 2016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이다.

이 외에도 디지털 카드 게임 하스스톤(Hearthstone®)의 프로모션 판매 수익금을 한국소방복지재단에 전액 기부, 장학금 기부, 청년 교육 활동 'Realize Your Dream' 프로그램 등 CSR 활동 영역을 천천히 넓혀나가고 있다.

우진호 주임은 "한국은 블리자드의 주요 마켓"이라며 "한국에서도 CSR과 사회공헌 활동을 키워나가, 블리자드의 사회적 가치를 한국 곳곳에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마케팅에 수백억 원을 쏟고, 2003년 국내 법인 설립 이후 수천억 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을 고려하면 아직 금액적으로 발전해야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닌텐도코리아 등의 게임 유한회사들의 국내 CSR 활동이 전무한 것을 보면, 블리자드코리아의 노력이 꽃피울 수 있도록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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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과 사회공헌③] "소수자를 영웅으로"... 블리자드가 꿈꾸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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