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강 공원 쓰레기통 모습. 커다란 그물망. 김시아 기자

날이 더워지면서 한강 강변 공원이 나들이객들로 왁자지껄하다. 간이 텐트를 치고 유유자적 수박 한 통을 깨 먹는 가족부터, '치맥'으로 더위를 날리는 대학생들까지. 배달 음식을 받을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는 한강 공원은 이들에게 지상 낙원이다.

그런데 공원 근처에서 일하는 김 씨(47·여)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는 3일 미디어SR 취재진에 "사람들이 재밌게 놀면 뭐하냐, 쓰레기 분리 수거율은 거의 0%다"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김 씨는 취재진을 쓰레기장 앞으로 데리고 가 분리수거가 전혀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을 보여줬다. 김 씨가 말한 대로 한강공원의 쓰레기장 안에는 전단지부터, 페트병, 컵라면 용기, 닭 뼈까지 온갖 쓰레기가 뒤섞여있었다. 김 씨는 "매일 새벽 쓰레기 수거 업체에서 수거해가는 한강 공원 쓰레기만 수십 톤인데 대부분의 쓰레기가 재활용되지 못하는 상태"며 "'쓰레기 대란' 이후로 집에서 힘들어도 열심히 분리수거하고 있는데, 한강 공원만 보면 다시 걱정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분리수거도 안되어 있고, 용기에 오물도 묻어있다. 김시아 기자

그러나 시민들을 탓하기도 힘들다. 한강공원에 설치된 쓰레기통은 커다란 그물망에 모든 걸 집어넣는 형태다. 음식물 쓰레기통이 옆에 작게 설치돼 있지만, 페트병이나 종이 등을 분리하는 수거통은 전혀 없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4일 미디어SR에 "현재 분리수거는 쓰레기 집하장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며 "분리수거통을 설치하고 싶어도 미관상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쉽게 설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들은 절대로 재활용품이 되지 못한다. 집하장 선별 과정에서 오물이 조금이라도 묻어있거나, 페트와 종이가 분리되지 않은 채 버려진 쓰레기들은 분리조차 되지 못한채 전부 소각하기 때문이다.

여의도 한강 공원을 찾은 한 시민은 미디어SR 취재진에 "분리수거를 할 수 있도록 통이 나뉘어 있으면 조금 귀찮더라도 분리수거 해서 버릴 것 같다"며 "정부가 재활용 종합대책도 발표했다던데, 지자체도 이에 맞춰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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