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 에코가 한 가족의 사적인 대화를 녹음해 임의로 제 3자에게 보낸 일이 알려졌다. 스마트 스피커는 인공지능 기반 음성 비서(예: 알렉사)가 사람의 음성을 통해 날씨 체크, 스트리밍 음악 듣기, 알람, 뉴스 듣기 등 일상생활의 간단한 일들을 처리한다. 컨설팅 회사 OC&C는 2018년 2조 달러 규모의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4년 안에 40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앞으로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서 알렉사 기반 스마트 기기를 보게 될 거라는 전망이다. 

#스마트 스피커, 왜 인기일까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매년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어 올해의 가장 핫(Hot) 한 기술로 불린다. 아마존의 알렉사(Alexa) 기반 에코(Echo), 구글의 구글 홈(Google Home),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 등이 가장 많이 이용되는 상품들이다. eMarketer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의 에코가 전체 스마트 스피커 시장의 70.6%(2017년 기준)를 차지하고 나머지 상품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CNN은 올해 5월 기준 미국에는 무려 약 2천만 개의 알렉사가 탑재된 장치들이 사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아마존의 알렉사가 소비자들에게 익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알렉사는 스피커뿐 아니라 샤워 부스, 천장 조명, 자동차, 세척기, 헤드셋, 심지어 윈도우 10 PC에도 탑재될 예정으로 우리 생활 속 깊이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CES(Consumer Electrics Show: 매년 열리는 소비자 가전 쇼로 가전회사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의 최첨단 기술들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전시회)에서도 아마존의 리드가 다시 확인되었다. 아마존 경쟁자들은 이같은 아마존의 독주를 막고, 향후 시장 경쟁에서 한몫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애플(Apple)이 홈파드(HomePod)를 야심차게 론칭하며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마존 알렉사 기반 에코(Echo)는 스마트 스피커 시장의 70% 넘게 장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아마존 에코 사적 대화 유출 사건 
며칠 전 알려진 알렉사 관련 사건은 이 같은 스마트 스피커를 비롯한 음성 인식 서비스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당사자 대니얼(Danielle)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상황을 설명했다. 오레곤 주 포틀랜드에 살고 있는 이 부부는 알렉사 기반 스마트 기기들을 집안 여러 개 소유하고 있는데, 며칠 전 갑자기 남편의 직장 동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이 가족에게 “당장 알렉사 디바이스를 뽑아. 너희 집 해킹당했어.(Unplug your Alexa devices right now. You’re being hacked)”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동료가 말하길 뜬금없이 오디오 파일이 첨부된 테스트 메시지를 받았는데 파일을 열어보니 부부가 나눈 마룻바닥(hardwood floors)에 관한 대화였던 것. 이 부부는 알렉사에 명령을 하지 않았는데 아무도 모르게 녹음되었다는 것, 그리고 제 3자에게 보내졌다는 사실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한다. CBS와의 인터뷰 마지막에 대니얼은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다시는 (에코를) 사용하지 않을 것(I’m never plugging that device again, because I can’t trust it.)”이라고 단언했다. 

이 사건은 이전부터 알렉사를 중심으로 한 음성인식 비서 시스템이 인기를 끌면서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 번 중요한 논란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그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예들도 소개되었었다. 한 예로 2백7십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TechSmartt 이름의 유튜버가 만든 비디오를 보자. “아마존 알렉사에 이런 질문들은 하지 마세요 (엄청 등골이 오싹함)<DON’T Say This to Amazon Alexa(EXTREMELY TERRIFYING)>”의 비디오를 보면, 이 유튜버가 알렉사에 “알렉사, 우리 대화를 듣고 있니?”, “알렉사, 우리 대화를 녹음하고 있니?”, “알렉사, 우리 대화를 녹음해서 CIA같은 곳에 보내니?”라는 질문들을 하자 알렉사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대신 비활성화 모드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작년에 제작된 비디오라 최근에는 이런 메카니즘이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다른 질문들은 질문에 대한 답을 알 건 모르건 답을 하는 데 비해, 대답을 회피하는 알렉사를 보면서 정말 뭔가 오싹한 느낌이 든다. 

“아마존 알렉사에게 이런 질문들은 하지 마세요 (엄청 등골이 오싹함)”라는 제목의 비디오. 2:10부터 나오는 알렉사에게 하는 질문과 알렉사의 반응에 왠지 오싹한 느낌이 든다. 출처 : 유튜브

#인공지능의 멋짐, 그러나 멋짐과 함께 하는 두려움 
그동안 아마존은 에코 기반 스피커로 녹음된 내용을 알렉사 앱으로 들을 수 있고, 듣고 나서 파일을 지울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알렉사가 “알렉사”라는 명령어를 들었을 때만 활성화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사람들이 가진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알렉사 같은 인공 기반 시스템이 우리도 모르게 우리를 엿듣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다른 이에게 보낼 수도, 이를 이용해 사람들의 행동이 모니터 당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는 해커 같은 범죄자들에게 이용되어 사이버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어 더더욱 우려가 크다. 
알렉사가 탑재된 스마트 기기는 이제 키즈 산업으로도 확장될 전망이다. 지난 4월 아마존은 에코 키즈(Echo Kids) 에디션을 론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코 키즈에서 주목할 것이 에코 키즈에는 내니 알렉사(Nanny Alexa)의 1년 서브스크립션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성인 목소리와 다른 어린이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것처럼 바람직한 행동을 가이드 하고, 예절 교육까지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기술이 인간의 시간을 절약해 주고,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받을 수도 있지만, 기계와 함께 자란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과연 이런 기술들이 환영만 할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얼마전 ‘구글 I/O 2018’ 행사에서 구글 CEO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가 시연한 구글 듀플렉스(Duplex)도 비슷한 우려를 자아냈다. 인공지능이 미용실과 레스토랑 예약 과정에서 마치 사람처럼 “으-흠”, “아-하”등을 말하는 장면은 사람들의 경외와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던 것. 미용실과 레스토랑 예약 같은 간단한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고, 음성 서비스의 수준이 사람과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같아진 점은 큰 기술적 성과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오히려 부정적 진화에 대한 염려가 커진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인공지능이 점점 더 필수적인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양면의 동전과 같은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 아직까지는 그 사용에서의 윤리성과 신뢰의 관점에서 논란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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