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미투는 지난 2월 한 여 검사의 폭로로 시작됐습니다. 그 이후 미투는 사회 전방위로 뻗어 나갔습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유명인들 혹은 권위 있는 인물들이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사회적 충격의 진동도 컸습니다.

미투 캠페인이 있기 훨씬 전부터 유명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성 스캔들은 종종 있었습니다. 때로는 단순한 성 스캔들이 아닌 '성폭행이라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이 모든 관계를 '유명하지 않은 자가 유명인을 통해 이득을 얻고자 한 관계'라고 프레임화 하는데 익숙했습니다. 이 프레임은 유명인이 유명세를 이용해 성적 착취를 하지 않았을까라는 의심보다 더 공공연하게 이야기 됐습니다.

그런데 미투 캠페인을 계기로 비로소 들리게 된 피해자의 목소리는 어땠나요. 피해자들은 그 관계 속에서 이득을 얻고자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완강하게 거부하지 못했던 이유는 '나를 해할 수 있는 상대의 위치' 때문이었다고 말하면서 성범죄 속 관계의 불평등함에 대한 논의가 비로소 시작됐습니다.

최근 유튜버의 폭로를 계기로 드러난 비공개 촬영회라는 사진계의 음성적 문화. 그 속에도 관계의 불평등함은 목격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를 상업적으로 소비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도 심각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와 이 음성적 문화를 폭로하고자 하는 내부 고발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언론을 살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제공 : 픽사베이

# 2924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양예원을 치면 나오는 기사의 숫자다. 지난 16일 유튜버 양예원 씨가 본인의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3년 전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스튜디오 안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언론은 하루 평균 200여 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는 네이버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집계된 숫자다. 

자체조사 결과 성폭력 관련 기사는 지난 5년간 연평균 9.4%씩 증가했다. 2013년 약 3만 1천 건(네이버 검색기준)이었던 성폭력 관련 기사는 2017년 4만 6천 건으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언론이 사건 발생의 개요와 변화 국면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보도로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 언론의 2차 가해 천태만상

한국기자협회에서는 성폭력 사건 보도와 관련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피하고 피해자와 가족을 다루지 않으며 피해자의 잘못된 처신으로 사건이 발생했다는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것을 지양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다수 언론은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양예원 씨의 폭로를 살펴보자. K 신문은 양 씨의 SNS를 뒤져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사진을 게재했다. 양 씨가 직접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스스로 신원을 노출했다 하더라도 언론은 폭로한 사람의 신원 노출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H 경제는 양 씨의 남자친구를 조명하며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노이즈성 보도를 했다. 취재가 뒷받침되지 않은 것은 물론 양 씨의 남자친구가 온라인상에서 악명 높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비방하면서 미투 지지에 의심의 눈초리가 간다는 표현을 해 피해자가 잘못된 처신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했다. 기자명이 없이 발행됐다.

N 경제는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양예원 미투, 피해자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발행했다. 본문에 해당 제목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심지어 별다른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힐난하는 기사도 있다. 00 매체의 K 기자가 발행한 기사의 제목은 `찜찜한 피해자 양예원`이다. 다음은 기사 내용 중 일부다.

`20여 명의 남자에게 둘러싸여 감금, 협박, 성추행을 당했다더니, 제 발로 먼저 찾아갔다는 양예원`, `아마 화보가 이렇게 떠돌지 않았다면, 양예원은 불과 얼마 전까지 그랬듯 남자친구와의 연애담으로 유튜브와 방송을 오가며 수익을 거두고 있었겠지`

K 기자의 기사는 양예원 씨가 스스로 잘못된 처신을 해 피해가 발생했고 피해자가 범죄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K 기자는 본인 기사에서 "물론 해당 메시지만으로 당시 정황을 100% 확신할 수 없다"고 주장에 대한 근거가 없음을 시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슬아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미디어SR에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이 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는지 질문하고,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 그렇다면 언론사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를 대중에 인식시키는 과정에서 언론의 보도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성폭행 하는 가해자의 비율이 낯선 사람보다는 잘 알려진 주변 사람이 저지르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 대표적인 언론의 순기능이다.

이러한 언론의 역할을 권장하기 위해 캐나다 퀘백주는 성폭력과 관련한 미디어 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성폭력 뉴스를 정확히 보도하고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현상으로 성폭력을 다뤄 언론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언론의 자구적 노력도 있다. 지난 5월 워싱턴포스트는 자사의 성범죄 보도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재미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빈곤 문제 해결에는 에피소드 중심의 보도가 효과적이지만 성폭력에 관해서는 역설적이게도 특정 사건의 단발성, 이슈성 보도보다는 지루하더라도 주제를 갖고 접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정슬아 사무국장은 "한국 언론도 성범죄 보도를 통해 의도하지 않더라도 피해를 발생할 수 있는 사실을 인지하고 언론사 내부에서 성범죄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촬영회는 무고한가①] 명백한 성착취 VS 상호 동의 속 거래
[비공개 촬영회는 무고한가②] 피해자 "거부? 촬영장 안에선 그 어떤 것도 '흉기'"
[비공개 촬영회는 무고한가③] 내부고발자 "핵심은 사진계 내 성폭력'"
[비공개 촬영회는 무고한가④] 권력형 성폭력의 또 다른 이름
[비공개 촬영회는 무고한가⑤] 언론이 성범죄를 보도하는 자세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