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포털은 앞으로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까? 현재 뉴스 산업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한 논의를 위해 미디어산업 학계 교수들이 모였다. 2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과 포털, 동반자인가 적대자인가’ 토론회에서 교수들은 미디어산업의 과제와 해결책에 대해 토론했다. 토론회에는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이나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팀장이 참석했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포털이 콘텐츠 다양성 확보와 이용자 권리 보장을 위해 공정경쟁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털과 언론사의 공정거래 행위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포털이나 다음 등 포털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포털이 경쟁구도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언론사들이 포털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본다. 그래야 포털이 좋은 콘텐츠 확보를 위해 보다 좋은 거래조건을 제시할 것”이라 말했다.
김병희 서원대 교수는 언론과 포털의 관계는 결국 ‘먹거리’ 문제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언론사들은 포털이 여론 독점을 하고, 편집권을 가지고 여론을 좌지우지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언론과 포털의 관계문제는 결국 광고 문제다. 광고 수익이 저하되고 트래픽이 낮아지니 위기의식이 생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네이버에 고착된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언론사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로이터 등 5개 글로벌 언론사는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T기업에서 광고를 독점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판게아 연맹을 맺었다. 김 교수는 이와 같은 ‘코리안 판게아 연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언론사와 포털의 논의에 ‘뉴스 소비자’가 빠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 “정치권은 댓글, 언론사는 인링크/아웃링크, 포털의 감시 책임 등이 맞물리면서 사건이 복잡하게 얽혔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뉴스소비자의 입장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여론조작 등으로 댓글 축소를 하는 정책이 결국 소비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 그렇다.
송 교수는 “뉴스소비자, 시민의 알 권리를 중심으로 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다. 31개의 법안이 모두 규제다. 이게 무슨 실효성이 있을까?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갖고, 학계, 시민단체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사와 포털의 성찰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송 교수는 “네이버, 다음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뉴스 전문 포털에 들어올 것이라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현재 IT기술이 발전하면서, 10대, 20대가 유튜브로 대거 이동하는 현재, 포털과 언론사가 아웃링크로 아웅다웅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는가”라며 질문을 던졌다.
임종섭 서강대 교수는 언론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뉴스에 대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절대 우위에 있고, 이것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언론인의 뉴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뉴스에 흡입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네이버 안의 생태계는 복잡하다. 각 사간의 전재료 등을 포함해 환경이 무척 다르다. 이런 생태계를 해결하려면, 뉴스 전문 사이트 등 다른 형태의 복잡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나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등 글로벌 언론사들은 15~20년 길이의 장기 전략을 세우고 뉴스소비자의 행태를 분석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한국의 언론사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또 이 교수는 저널리즘 철학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언론사 앱을 키면 첫 번째로 나오는 것은 광고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언론사 앱을 키면 해당 언론사의 저널리즘에 대한 문구를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저널리즘이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는가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등에 대한 대답을 충분히 고민하고 있지 않다면 포털과 관계없이 언론사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꼬집었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팀장은 인링크 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못하도록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안들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무척 근시안적인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포털이 인링크 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폐지한다고 해서 언론의 독립성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포털이나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소셜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소셜 플랫폼은 가짜 뉴스에 대한 판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김 팀장은 소셜 플랫폼 중심의 뉴스 소비 구조가 만들어지면 언론사들은 보다 고군분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2017년 미국 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이 발간한 보고서 The platform Press를 보면, 미국 언론사들은 20여 개의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유통시키고 있다. 이들은 20여 개 플랫폼의 성격에 따라 한 개의 뉴스도 20개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해도 돌아오는 성과가 별로 없다. 이런 점을 보면 한국 언론의 문제는 단순히 포털로부터 독립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언론사 신뢰도는 최하위에 속한다.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플로팅 광고,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진들 등은 상업적인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위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김 팀장은 "이런 문제들 때문에 언론사 홈페이지 대신 다른 플랫폼을 찾는 사람도 많다"며 "언론이 지속가능하려면 이용자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고, 이용자 신뢰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사업 구조를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