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갑질 규탄 시위에 참석한 대한항공 직원들. 김시아 기자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을 외치는 대한항공직원연대의 네 번째 집회가 25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보신각에서 열렸다. 집회에는 전·현직 직원과 시민 30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이전 집회와 마찬가지로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저항을 상징하는 비롯해 저항의 상징하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의 ‘가이포크스’ 가면을 착용하고 쓰고 나왔다.

비행을 끝내자마자 바로 집회에 참석했다는 한 현직 기장은 미디어SR 취재진에 “원래는 (이런 사안을) 뒤에서 지켜보는 편이었다. 그런데 지난 집회들에 참석한 동료들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며 “작은 목소리라도 내는 것이 대한항공의 직원으로써, 국민으로써 옳다고 생각했다”고 참여 경위를 밝혔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하는 가면을 쓰고 나온 대한항공 직원. 김시아 기자

이날 시위는 사회자의 주도로 자유발언, 구호 제창, 행진 등으로 이뤄졌다.

자유발언을 한 대한항공의 한 현직 객실 승무원은 “대한항공의 갑질은 단순히 개인들의 일탈 행동이 아니다. 현재 대한항공은 기내 승무원들을 퍼즐 맞추기 식으로 과소 투입하고 있다. 이는 승무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승객들의 생명마저 위협하고 있다”며 “생명을 뺴앗는 갑질을 멈춰달라”고 외쳤다.

다른 객실 승무원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가 국민연금이다. 그 말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가 국민이라는 것을 뜻한다.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조 씨 일가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눈을 떼지 말아달라”며 “우리는 대한항공을 다시 제대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승무원은 “사내에서 동료들에 집회에 나가자고 하면 ‘나는 회사에 애정이 없다’며 나오기를 거부하는 동료들이 있다. 아직 뒤에 숨어있는 동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며 “동료들아, 함께하자”고 외쳤다.

이날 박창진 전 사무장은 전화연결을 통해 ‘대한항공직원연대’ 결성을 선언했다. 박창진 사무장은 “내부의 움직임만으로 조 씨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제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대한항공직원연대를 출범하려 한다. 이제 내부와 외부에서 연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연대는 청와대, 국회, 검찰, 공정위 등 권력기관에 을들의 외침을 분명히 전하고, 소액 주주운동 갑질 근절 문화 캠페인 등과 연계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밝혔다.

조 씨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팻말을 든 시위 참가자. 김시아 기자

이날 시위에는 남양유업 밀어내기 갑질 피해자 정상훈 씨가 자리해 자유 발언을 했다. 그는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갑질을 수년 간 당해왔었다. 그러다 2013년 남양유업 욕설파일이 유포되며, 이게 갑질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남양과의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며 “지치지 말아달라. 함께 싸우자”는 말을 전했다.

박창진 사무장의 법률 대리인인 김영관 변호사는 ‘필수유지업무제도’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설명하며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파업 시 국민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고, 대체가 어렵다는 특수성을 이유로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운송업이라는 것은 타 항공사 등 대체 운송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필수공익사업장의 정의에 크게 부합하지 않는다”며 “근로자가 사업자의 불법행위에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것이 헌법에서 규정한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없어지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갑질경영 그만하고, 물러나라 물러나라”, “조씨갑질 물리치고, 다시 날자 대한항공”이라는 구호를 제창하며 조 씨 일가의 퇴진을 요구했다.

대한항공 사옥 앞에서 날릴 비행기를 들고 있는 대한항공 직원. 김시아 기자

이날 집회에서는 행진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이날 저녁 9시 경 보신각에서 남대문로를 따라 서소문로에 위치한 한진그룹 사옥 앞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한진그룹 사옥에서 조 씨 일가에 전하고 싶은 말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동시에 날렸다.

집회에 참여한 현직 직원은 이날 취재진에 “집회가 세 차례씩 진행되면서 ‘엑스맨’ 등의 사내 감시는 덜 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노무 관계자들이 여전히 집회 참여자나 내부 고발 낌새를 주시하고 있다”며 “오늘도 주최측으로부터 몇 차례씩이나 집회에 잠입한 내부 감시자들을 조심하란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미디어SR 취재진에 “우리들의 행진은 조 씨 일가가 물러서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들의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주최측은 5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