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정현백(가운데)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철성(왼쪽) 경찰청장이 40만여 명에 달한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 유튜브 캡처

청와대가 성별에 따른 불법촬영 편파수사에 대한 답변을 21일 내놨다. 40만여 명이 동의한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이다. 해당 답변에 여성들은 경찰이 자기변명에만 급급하며 스스로 성찰이 없는 답변이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21일 오전 11시 50분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진행한 라이브 생중계에서 시청자들은 "이런 답변 할 거면 라이브 왜 했냐. 변명하지 말아라. 2차 시위가 필요하다"며 분개했다. 

이번 청원의 핵심은 '동일범죄, 동일수사, 동일처벌'이다. 청원자는 청원 말미에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수사를 달리 하는 국가에서는 남성 역시 안전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범죄를 저질렀다면 벌을 받고 누구나 피해자가 되었다면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을 절실히 바랍니다" 라고 썼다.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이 여성이 가해자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있었던 불법촬영 사건보다 빠르고 철저하게 수사된 것이 아니냐, 즉 성별에 따른 편파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같은 이유로 19일 혜화역에 1만 2천 명의 여성이 모여 경찰의 성별에 따른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 청장은 이런 지적에 "홍대 불법촬영 사건은 누드 크로키 수업시간에 발생했다. 제한된 공간에 20여명만 있었기 때문에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불법촬영 범죄자는 한 번도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다가, 여성이 가해자가 되자 포토라인에 세웠다는 비판에는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운 것은 아니다. 사회적 관심이 크다 보니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불가피하게 노출됐다"고 답변했다. 

또, 불법법촬영범죄나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가 2012년 2,400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늘어 불안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엔 "경찰이 집계한 불법촬영범죄 범인 검거율은 96% 수준이다. 지난 5년간 불법촬영 범죄로 검거된 1만9,623명 중 남성이 97.5%이다. 구속도 전체 493명 중 여성은 3명이다"라며 "동일범죄, 동일처벌은 당연한 원칙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체감하신다면 면밀히 더 살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청장은 "불법촬영범의 경우, 검거율은 높지만 지난 5년간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5.32%에 불과하다. 대부분 벌금형을 받았다. 실제로는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성폭력처벌법 대신 처벌 수위가 낮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한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답변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청원의 핵심 내용인 '동일범죄 동일수사, 동일처벌'에 대한 내용이 주가 아닌, 검거율 96% 등 '자기 자랑'만 내세운 답변이었다는 것이다. 

검거율이 96%여도 징역형은 5%에 불과했으며 벌금형에서 끝났다는 것에도 분개했다. 시청자 댓글란은 "검거율이 96%인데 징역이 5%라고?", "검거하면 뭐하냐. 집행유예와 벌금만 때릴 것이다", "남자도 (홍대 사건처럼) 압수수색 구속수사 해라"등 비판의 메시지로 가득 찼다. 

이 청장은 "성별에 따라 수사 속도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법 개정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 의사든 판사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원칙으로 더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 청장의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겪었던 경찰의 태도와 이 청장의 말이 상반되기 때문이다. 한 시청자는 "내가 강간미수로 신고했을 때 나한테 그 시간에 돌아다니지 말라 그런 경찰들 어쩔건데!"라며 경찰들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19일 대학로에서 열린 '불법촬영 성편파 수사 규탄 시위'. 여성들이 외친 것은 동일범죄, 동일수사, 동일처벌이었다. 사진. 김시아 기자

여성들이 '동일범죄, 동일수사, 동일처벌'을 외치는 이유는 이렇다. 자신이 불법촬영 피해를 당해 증거를 모아 경찰에 신고해도, "이런 건 못 잡아요", "이런 건 처벌 못 해요"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이 가해자가 된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에 대해선 경찰이 빠르게 수사를 진행하고, 증거 수집을 위해 한강을 뒤지고, 가해자를 구속까지 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경험한 것과 너무나 다른 행보였다. 현재 여성들은 SNS에서 자신들이 불법촬영 피해자였을 때 경찰이 보였던 말과 행동에 대해 공유하며, 경찰 스스로의 반성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결국 청와대가 해야 하는 답변은 두루뭉술한 해결 방안과 검거율 자랑이 아닌, 동일범죄 동일수사에 대한 적극적인 자아 성찰에 대한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핵심에 빗겨간 답변은 여성들의 분노에 '부채질'을 한 꼴이 됐다.

19일 혜화역 시위에 참여했던 권수지(19, 가명) 씨는 미디어SR에 "경찰의 이번 해명은 청원에도, 지난 1차 시위에도 전혀 맞지 않는 답변인 것 같다. 여성들이 왜 거리로 나왔는지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주 열리는 2차 집회도 참석할 것"이라 말했다. 

여성들은 '2차 집회'도 예고한 상태다. 2차 집회는 26일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열리며,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의 편파 수사에 대한 검경 규탄을 위해 열린다. 19일 집회와 다른 단체의 주최이나, 편파 수사에 대한 규탄은 맥을 같이 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